아주 다양한 생각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승진이 안 되거나 후배가 먼저 승진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직장인이 아닌 사람은 이 상황이 얼마나 마음 아픈지 모르겠지만 비유하자면 같이 놀던 대학 친구들이 다 취업 했는데 나만 취업을 못 하는 상황이거나 후배가 먼저 아주 좋은 기업에 취업한 경우를 생각해 보면 된다.
사실 승진이 안 된게 마음 아프기보다는 준거 집단의 속도에서 뒤쳐진 게 심리적 상처를 줄 수 있는 것이다. 속도에 뒤쳐지면 결국 그와 관련된 모든 관계도 난감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승진에서 멀어지면 슬플 수밖에 없는데 사실 승진이 안 되는 이유가 있어서 안 되는 거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억울하지 않은 이유다. 원칙이나 프로세스, 룰의 기준에서 부합하지 않았을 때다. 승진 시험을 못 봤거나, 정치적인 이슈거나, 회사 문화상 연차에 따라 순서대로 승진되거나, 낙하산 인사로 밀렸거나 등등의 경우다. 정치적 이슈나, 낙하산 인사에 밀린 경우는 억울할 수 있겠으나 그 또한 회사의 룰이다.
승진을 한다는 것은 직책자가 된다는 말이다. 직책자는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며, 부하 직원들을 통솔, 리딩, 육성해야하는 책임을 가진다. 그래서 일 잘하는 사람과 조직을 잘 관리하는 사람은 별개다. 일을 잘 하지만 조직 관리를 못하는 사람도 있고, 일은 잘 못하지만 조직 관리는 잘 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일반적으로 회사에서는 일 못하는 사람을 조직장으로 세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조직장을 맡기는데, 또 100% 그런 것만은 아니다.
실무자로서 일은 잘 하지만 위에서 봤을 때, 조직장으로는 아직 덜 여물었다고 판단하여 홀딩 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무래도 조직 관리를 위해선 커뮤니케이션 능력, 소통 능력, 리딩 능력, 업무 관리 능력, 의사결정 능력, 상황 판단 능력 등등 실무자 개인 능력보다 더 많은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개인 업무는 잘 하지만 조직장 역량이 부족하여 승진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마지막은 깃발을 들고 있는 사람이다. 약 6년차 정도의 대리급이 많이 겪을 수 있는 함정인데 깃발을 들고 '나를 따르라'며 돌진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깃발을 들고 있다는 것은 몇 가지를 내포한다.
1) 내가 솔선수범해서 총대를 매겠다.
2) 이 길이 맞으니 나를 따르라.
3) 이 깃발은 나만이 들 수 있다.
'내가 솔선수범해서 총대를 매겠다'는 긍정적인 의미인 리더십과 추진력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볼 때, "얘 왜 이렇게 나대?"라고 볼 수 있다.
5년 이상 업무를 해보면 왠만한 업무는 다 경험하고, 사고력 및 센스도 좋아지게 된다. 이게 잘못된 길로 빠지면 자아도취가 되어 남들을 무시하고 자신의 말만 맞다는 식의 '이 길이 맞으니 나를 따르라'가 되어 버린다. 위에서 볼 때, "좀 독선적이네"라고 볼 수 있다.
'이 깃발은 나만이 들 수 있다'는 가장 위험한 생각이다. 이 생각의 전제는 나 말고 다른 사람은 절대 이 업무를 못한다는 것인데, 사실은 자신이 깃발을 들지 않아도 다른 누군가가 깃발을 당연히 들 수 있다. 물론 깃발이 무거울 때 좀 힘들거나 불편하게 드는 사람이 있을 순 있지만 말이다. 이런 착각을 하게 되면 일을 혼자 처리하려고 하고, 모든 일을 자신의 기준과 자신의 방식대로만 주장하게 된다. 위에서 볼 때, "위험한 사람이네"라고 볼 수 있다.
결국 룰에 부합하지 않아 승진되지 않은 것을 빼면 나머지는 관계에 대한 마인드 문제다. 조직장이라면 커뮤니케이션과 협업, 동료들과의 관계 구축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과거 한 선배가 한 말을 끝으로 글을 정리한다.
난 잘 하고 싶어.
근데 모든 걸 나 혼자 다 잘할 수 없어.
네가 도와줘, 우리 같이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