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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n Dec 29. 2019

공감 사용 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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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같이 울어주는 게 공감은 아니다

울고 있는 사람을 보고, 순식간에 같이 울어주는 게 공감의 본질은 아니다. 공감은 결과 감정을 같이 느끼는 게 아니라 그 감정을 느끼게 된 과정을 이해하고 존중해 주는 것이다. 공감의 핵심은 그 사람  '존재' 자체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다짜고짜 울거나 기뻐해주는 게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2. 공감은 정확한 이해가 시작이다

상대방이 같이 울어 주거나, 내가 욕하는 사람을 똑같이 욕 해준다고 해서 공감이 되는 건 아니다. 맥락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순간적인 슬픔에 공감하는 건 그 순간의 감정에 공감하는 거지 그 사람에게 공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정한 깊은 공감을 위해선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정확한 이해를 위해선 당연히 질문이 필요하다.


3.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질문이 필요하다

누군가 슬픔에 잠겨 있을 때, 혹은 힘들어 할 때 우리는 지레짐작해서 공감하려 한다. 그런데 정확히 아는 게 없다보니  '힘들겠다', '그래 슬프면 울어' 등의 모호한 말만 하게 된다. 상대방의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질문을 해야한다. 내가 이해할 수 있어야 공감할 영역이 생기기 때문이다.


4. 궁금한 것이 있으려면 생각에 빈틈이 있어야 한다

질문을 하려면 궁금한 게 있어야 한다. 궁금한 게 없으면 질문을 할 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궁금한 것이 생기려면 내가 모르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레짐작 혹은 경험치로 상대방의 맥락이나 감정을 추측, 추론해 버리면 궁금한 것은 생길 수가 없다. 내 생각이 완벽하지 않다는 유연함이 필요한 이유다. 내 생각에 빈틈이 있어야 궁금함이 생기고, 질문을 할 수 있다.


5. 정확한 이해 후, 평가/판단/조언/분석하지 않는다

질문을 통해 정확하게 이해가 됐다고해서 평가/판단/조언/분석을 하게 되면 공감에서 멀어진다. 공감은 정확한 이해 후에 상대방의 감정과 상대방 존재 자체에 대해 존중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뻔히 해결책이 보이는데 조언해 주지 말라는 거냐고 물을 수도 있다. 상대방이 조언해 달라고 하면 그때 말 해주면 된다. 다만 당신이 말한 그 뻔한 해결책이 실패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당신만 나쁜 사람이 된다. 그리고 상대방이 조언을 원치 않았다면 상대방은 해결이 아닌 그저 공감만을 원했을 가능성이 높다. 


6. 경험이 많다고 공감을 잘 하는 건 아니다

경험한 만큼 공감할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왜냐면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은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같은 경험을 했는데 누군가에게는 트라마우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그냥 스쳐지나가는 기억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경험이 많으면 상대방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할 수도 있지만, 내가 경험했기 때문에 너의 그 감정은 그리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게 된다. 경험이라는 게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때문에 나의 경험을 기준으로 놓는 게 아니라, 그때마다 상대방의 감정을 기준으로 놔야 한다. 내가 볼 때 엄살이더라도 상대방이 아프다면 아픈 것이다.


7. 공감과 대우는 별개다

상대방의 감정을 존중해주고 이해해주기만 하면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헤어진 연인을 죽여버리고 싶다는 사람에게 공감해 줘서 실제로 죽여버리도록 지지해 주는 게 맞을까? 아니다. 공감과 대우는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 헤어진 연인을 죽여버리고 싶은 감정과 그 맥락과 그 사람 자체는 이해해 주고, 존중해 주지만 그에 따른 행동에 대해선 냉철하게 구분 지어야 한다. 감정에 따르는 행동까지 공감해 줄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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