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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n Apr 19. 2020

지금, 이 시간, 이 날씨, 함께

인생이 시트콤 ep.01

강군은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일 군 입대 후, 많은 고난을 겪고 있었다. 자대 배치 첫 날, 점심시간이 언제인지 식당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밥을 먹지 않았다는 이유로 분대장에게 개새끼, 소새끼 소리를 듣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목이 메여 물을 마시려면 선임에게 허락을 구해야 했다. 


“물 좀 마셔도 되겠습니까?” 


선임이 안 된다고 하면 물 조차 마실 수 없었다. 샤워를 할 때도 비슷했다. 


“샤워기 물 좀 틀어도 되갰습니까?” 


나중에 틀라고 하면 알몸으로 대기하고 있어야 했다. 세탁기가 있음에도 이등병은 찬 물에 손빨래를 해야했다. 총기 손질할 때, 병장에게 뭘 물어봤다는 이유로 밖으로 끌려나가기도 했다.


 “이등병 따위가 병장에게 말을 걸어? 네가 말 걸 수 있는 상대는 일병 뿐이야” 


그렇게 급격한 환경 변화로 우울해 하던 중 어느 덧 100일이 다가와 휴가를 나가게 되었다.


휴가를 나온 강군은 집에 들러 부모님을 뵌 후, 바로 대학교 연합 동아리에서 알게 된 친한 선배와 술 약속을 잡았다. 오랜만에 만난 선배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새벽 4시, 5시 경까지 이어졌다. 날이 밝기 시작했고, 선배는 강군과 함께 택시를 탔다. 마포대교 위에서 창 밖 하늘을 보던 강군은 몇 일 뒤 군에 복귀할 생각에 다시 우울해졌다. 이를 본 선배는 재밌다는 듯 놀리기 시작했다. “야, 그래서 내가 카투사나 방위산업체 준비하라고 그렇게 얘기 했는데, 그때는 들은 척도 안 하더니 뭐냐 이게” 그 말을 들은 강군은 그제서야 그동안 선배가 얼마나 그 얘기를 많이 했었는지 떠 올랐다. “그러게요. 그땐 그 얘기가 별로 와 닿지 않았었는데, 얼렁뚱땅 지내다가 입대해 버렸네요. 뒤로 돌아갈 수도 없고, 미치겠네요” 이 말을 들은 선배는 다소 진지하게 답했다.


“강군아, 넌 맨날 후회만 하더라. 이래도 후회, 저래도 후회. 저기 밖을 봐. 이 정도 맑은 날은 1년에 1~2번 볼까말까 한 날씨야. 앞으로 이 시간에, 이런 날씨에, 우리 둘이 같이, 택시를 타고, 이런 광경을 또 볼 날이 올까? 내 생각엔 없을 거라고 본다. 지금 현재를 즐겨. 다시 오지 않을 현재야”


선배의 말을 새겨듣고 큰 깨달음을 얻는 강군은 이후, 힘들었지만 무사히 제대를 마쳤다. 그리고 훗날 깨달았다. 그 선배는 공익근무요원으로 현재를 즐겼다는 것을. 



짧은 생각 : 과거를 수용하는 생각전략 보기

https://kangsunseng.tistory.com/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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