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약 Nov 03. 2019

'손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의 손에 관하여

생업으로서의 손, 그 이상의 것



영화 ‘인셉션’의 하이라이트는 아들 로버트가 자신의 꿈속 즉, 무의식의 내면에 담긴 시공으로 들어가 임종 직전의 아버지 모리스와 재회하는 장면이다. 아버지는 “너에게 실망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현실에서 제대로 듣지 못했던 그 실망의 이유를 말해준다.

 “나를 닮으려 했기 때문이야”.

뜻밖의 대답을 듣게 된 로버트는 당황하며 아버지 손을 부여잡으려 하자, 아버지는 떨리는 손을 들어 금고를 가리킨다. 비번을 눌러 금고를 여는 순간 아들은 그만 눈물을 터뜨리고 만다. 

금고 안에 든 것은, 재산상속서도, 회사 대외비도 아닌, 단지 바람개비 하나였다. 아버지 곁에 놓여있던 액자 속에는 아버지와 아들이 바람개비를 손에 쥐고 불며 함께 뛰놀던 사진이 들어있었다. 바람개비는 이 두 사람의 행복을 이어주는 유일하고도 강력한 토템이었다. 



'손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손은 밥줄이다.

 중요한 생업도구로서의 손. 


'구라 치다 걸리면 손모가지 날라 가는' 아주 특수하고도 불법적인 직종(?)의 사람들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손 직업자'들은 자신이 가진 손기술로 매일매일을 그렇고 그렇게 먹고 산다. 

손가락, 손톱, 손바닥, 손마디, 손금, 손의 촉감까지 이용해 사람들은 다듬고, 깎고, 자르고, 넣고, 빼고, 만지작거리고, 치고, 던지고, 볶고, 지지고, 흔들고, 가리킨다. 아무튼 먹고사는 손놀림은 복잡, 미묘, 다단하다. 

손은 바쁘다.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래서 늘 손은 피곤하다. 직업으로서의 손을 유지하기 위해, 또는 그 이상의 삶을 가꾸기 위한 손으로 거듭나기 위해 우리는 알게 모르게 다양한 행동을 습관적으로 반복한다. 

손은 살아 움직인다. 꿈틀거리며 우리의 삶을 지켜준다. 기도의 깍짓손처럼. 

당신 주변을 둘러보라. 누구에게나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손으로 쓰다듬고 보듬는 소중한 물건이 하나씩은 있다. 남들이 보기엔 그저 평범하고도 별 것 아닌 것이, 오직 자신에게 있어서만큼은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성스러운 삶의 방패인 것이다.

나를 세워주고, 보듬고, 심지어는 다른 세계로 인도해 줄 또 다른 손작업의 대상물들이 있다. 그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