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닦인 검은색 가죽 백팩 사이로 깔끔한 아이보리색 패딩이 따뜻하겠다 생각이 들 때쯤, 베이지색 면바지 아래로 유난히 하얀 운동화가 눈에 띕니다.
어떤 사람일까 호들갑을 떨며 급히 올라가는 나의 시선 끝에 프렌치 블루색의 야구모자가 보이네요. 깔끔하다 못해 화창하기까지 한 모자 위로 닥터드레 헤드셋이 정점을 찍듯 장착이 된 젊은 청년 하나가 로비를 지나갑니다.
세미 힙합 스타일이랄까. 도시에는 흔하디 흔한 젊은이 중 하나일지 모르겠으나, 이 곳 시골에선 여간해선 보기가 어려운 스타일입니다. 병원복 일색인 사람들 사이로 지나가는 이 청년은 들고 있던 핸드폰을 잠시 두고 멈춰 섰어요. 한쪽 끈이 풀린 운동화를 정비하고는 원무과에서 수납을 하는 모양입니다.
‘거 청년 괜찮네.', ‘센스 있네!’, ‘스타일 좋다!’라며 넋을 놓고 바라볼 때쯤, 제대로 눈을 뜨고 다시 보니 아는 형아네요! 와오! 찬이 다섯 살에 치료실에서 만난 그때의 그 형아였어요! 중학생이던 그때의 그 형아가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젊은 청년이 되었습니다!
형아는, 혼자 병원을 다니는 듯, 원무과 앞에서 계산을 하고 가방을 다시 둘러 매고는 병원 로비를 유유자적 나갔어요. 어려움이라고는 하나 없는 그냥 보통 청년의 모습으로 말이죠.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걸음걸이도 보통 청년의 모습 그대로 였어요. 고개, 어깨, 손 흔들림 모두 보통 성인의 모습이었죠. 침이라도 안 나왔으니 망정이지, 연예인이라도 본 듯 하염없이 바라보고 또 바라봤습니다. 자연스러운 자세, 자연스러운 옷매무새, 자연스러운 손 매무새, 자연스러운 시선. ‘아... 자연스럽다...’
사람들 사이로 튀지 않고 걸어가는 형아의 모습을 보자, ‘이거다! 바로 이거다!’ 내가 가장 바라던 모습이 바로 이거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바른 자세, 바른 얼굴, 바른 행동. 형아처럼 바른 자세만 가질 수 있다면 이걸로 엄마 할 도리는 다 한 느낌이 들 것 같았어요.
그리고 고마웠습니다. 이렇게 잘 자라준 형아가 더없이 고마운 그런 하루였어요.
"고마워요. 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