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의 존재 의미를 알아가길
‘옴... 마야! 어떻게 해!’
찬이가 아연이 물건 하나를 부숴놓았습니다. 전쟁입니다.
오빠는 도대체 왜 여자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거냐고. 오빠는 도대체 왜 내 물건을 다 부수는 거냐고. 오빠는 도대체 왜 아기가 보는 프로그램만 보는 거냐고!
“오빠는 도대체 왜!”, “왜왜왜!”
급기야 대자로 드러누웠네요. 다들 그러면서 크는 거라고, 잘 크고 있다고 애써 위안을 해 보지만, 이미 내 마음은 너덜너덜, 대자로 누운 둘 사이에 나란히 누웠습니다.
”엄마! 오빠는 장애인이야?!"
“…”
예고 없이 훅 들어온 질문에 당황이란 피할 수 없는 나의 몫일뿐입니다. 분명 이런 상황이 올 거란 생각에 준비를 해 뒀던 것 같은데 도통 기억이 나질 않아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응!" 이야기하고는 "오빠가 도움이 필요한 게 좀 있잖아."라고 애써 침착해봅니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만 끄덕입니다. 가볍게 이야기하고는 화제를 바꿔버렸어요. 기분 전환 겸 아이스크림 하나 사주니 하하 호호 웃네요. 몹쓸 엄마입니다.
순간을 모멸하듯 뚱땅 지나갔지만, 머지않은 미래엔 더 큰 궁금증을 안고 나에게로 와다다다다 달려올 것을 생각하니 머릿속이 하얘요. 그때가 되면, 더 멋진 말로 아연이의 마음에 등불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엄마의 말이 큰 위로가 되지 않을 나이일 테지만, 방황도 적잖게 할 테지만, 결국에는 돌아와 따뜻하게 오빠를 안아줄 아름다운 소녀 아연이로 자랄 것을 믿고 있어요.
어쩌면, 내가 더 잘 키워야 하는 아이는 찬이가 아니라 아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연이를 잘 키워내야 찬이가 살아갈 세상이 더 환해질 테니까요.
내친김에, 언젠가 오빠 손은커녕 오빠의 존재조차 무시할지 모를 머지않은 미래의 소녀 아연에게 편지 한 장 써봅니다.
미래 어느 날의 아연아! 건강하게 잘 컸지?! 여전히 예쁘고 맑은 아이로 성장했을 것을 믿는다. 한 가지 세상 살이 팁 좀 알려주려고 해. 엄마도 몰랐던 사실이었는데 특별하게 내 딸이니까 알려줄게.
세상엔 좋은 일들만 일어나는 사람도 나쁜 일만 일어나는 사람도 없어. 좋은 일이 일어나면 나쁜 일이 일어나기 마련이고, 나쁜 일이 일어났다고 영원히 세상이 끝날 것 같이 아픈 듯 하지만, 결코 나쁜 일만 계속되진 않는 게 세상살이라는 걸 알게 되더라.
그리고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나쁜 일들 중 고질적으로 못된 “액땜”이란 걸 온몸으로 받아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 중 하나가 오빠와 같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야. 우리가 받을 수도 있었던 액땜을 오빠가 대신 치러주고 있는 거지.
덕분에 아연이는 엄청 똑똑한 머리를 가지게 되었고, 엄청 사려심이 깊은 아이가 될 수 있었던 거지. 그래서 너의 재능은 타고난 것이지만, 혼자만의 것이 아닌 거야. 오빠가 너의 액땜을 나눠가졌듯, 너의 재능을 세상 사람들과 나눠가질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 거지. 안 그러면 그 액땜은 화를 낼지도 몰라. “어흥~~~~~~!”
그래서 말이야, 엄청 행복하게 살아야 해. 엄청 보람찬 하루하루를 말이지. 물론 지칠 때는 쉬어가고 힘이 나면 지금처럼 달리면 돼.
오빠의 고마움을 알았다면 오빠의 존재 의미도 생각할 줄 아는 아연이가 되길 바란다.
일곱 살의 아연이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