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발달장애는 딱 그 정도로만

너로 인해 베이킹을 하다가 든 생각

by 반짝이는먼지

톡! 뽀그작 쪼록 쪼록 쪼로로록.

톡톡! 뽀그작 쪼록 쪼록 쪼로로록.

밤사이 냉장고에서 꺼내 둔 계란 두 알을 깼다. 찬이가 좋아하는 마카롱을 만들 참입니다. 찬이가 마카롱을 주문했거든요.



아몬드 가루와 설탕을 채에 쳐 두고, 다시 계란 흰자를 볼에 담아 머랭을 칩니다. 지이이이위이잉.

"엄마! 난 크림치즈샌드요!"

찬이의 한 마디는 꼭 섞여야 제 맛이에요.





“우리는 시절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을 기억한다.” - 체사레 파베세



새들이 지저귀면 방긋 웃는 아이를 그렸는데, 내가 낳은 아이는 무조건 울고 보는 아기였어요. 물소리가 들리면 좋다며 달려가 참방 거릴 아이를 그렸는데, 세상 기겁을 하는 아이를 만났습니다. 아이라면 무조건 좋아한다는 호비의 프라이팬 장난감을 쥐어줬더니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울기만 했어요. 궁금한 게 없었고, 무표정 일색이던 나의 아기는 엄마의 눈을 제대로 바라보는 일이 적었어요. 어떻게 세 살까지 키웠는지 기억이 없습니다. 다만, 여섯 살을 지나는 나의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와주길 간절하게 바랬던 마음을 기억할 뿐입니다.



<뽀로로와 친구들>을 좋아하기 시작했는데, 뽀로로 친구들 중에서 루피를 좋아했어요. 루피가 마법을 부리듯 요리하는 장면을 좋아했고,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았죠.


어느 날엔, 할머니 생신 기념으로 근처 호텔에 가게 됐는데, 찬이가 호텔 카페에 알록달록 진열이 된 동그랗고 예쁜 것에 넋을 잃고 서 있었어요. 저거를 달라고! 달라고! 떼를 부립니다.



"그래 오마 오마 오마." 어머님은 작은 게 해봤자 얼마 하겠냐며 찬이 하나, 아연이 하나, 두 개를 사주셨어요. 그때 맛보았던 그것이 개당 6천 원 하는 마카롱이었어요. 그 뒤로 찬이는 호텔에 가자고 조르기 시작했고, 유일하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게 마카롱이었어요. 그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세상에 관심거리라고는 극히 적었던 아들의 호기심을 위해서라면 칼이라도 씹어먹을 준비가 되어있던 나는 열혈 마카롱 파티시에가 되었습니다.





매번 휘핑기를 돌릴 때마다 베이킹은 늘었고, 삐에가 나오기 힘들다는 장마철에도 그렇게 머랭을 쳐댔어요. 찬이가 좋아하면 할수록 머랭 치는 나의 손은 바빴어요. 예쁘게 포장된 걸 그렇게 좋아해서 포장이나 세팅에도 신경을 써야 했는데, 그러다 보니 선물까지 할 정도가 되더라고요. 어떤 날엔 지인에게 다섯 개들이 한 상자를 선물했습니다. '하아!' 이상하게 살 맛이 났어요. 또다시 한 상자를 선물했어요. 재밌습니다. 내가 만든 무언가를 누군가에게 선물한다는 기분에 취하기 시작했어요. 즐거웠어요.



시작이 어쨌든 우여곡절의 마카롱이 나에게 즐거운 순간들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웃들은 내가 원래 베이킹하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을 하지만, 원래 난 베이킹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 맞습니다. 찬이 덕에 알게 된 마카롱의 즐거움은 나를 다시 세상으로 안내해 주었는데, 찬이에게만 신경을 곤두 세우지 말고 엄마의 그 힘으로 다른 이들도 한 번 바라보라고 일러주는 것만 같았어요. 그렇게 꿈을 꾸듯 베이킹을 했습니다.






베이킹하던 시절엔 ‘발달장애'를 걱정하는 나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어요. 찬이로 시작된 취미생활로 즐거웠던 순간들이 차곡차곡 채워져 있을 뿐입니다. 그때를 돌이켜보며, 내 인생에 '발달장애'는 딱 그 정도의 자리만 내어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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