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간을 사서 쓰기로 했습니다

내 시간을 사서 한 일들의 기록

by 반짝이는먼지

명품 Bag 하나가 내 시간을 쓴 대가라면 이 Bag을 들지 않을 의지로 나의 시간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얻은 시간은 오롯이 나의 것이 된다는 생각을 한지 10여년이 지났어요. 10년 전 결심이었으니, 생각의 계기는 훨씬 전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름 커리어 우먼을 향한 커리어를 쌓아가던 시절, 커리어 우먼의 최고봉은 아이까지 낳아 키우며 일까지 하는 여성이라며 생각의 자리를 잡을 때쯤, 아이를 낳았습니다.


아이는 낳기만 하면 절로 크는 줄 알았던 평범한 직장 여성이었죠. 우리나라의 출산휴가를 제도에 맞게 쓰고 복직을 하던 날, 아이가 아팠어요. 아픈 아이는 더디 자라기 시작했고, 병원을 전전하기 시작했어요. 네 살이 되어도 말을 못하는 아이는 치료실이란 곳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눈 맞춤이 좋지 않다며 놀이 치료를 권유하길래 어떨결에 치료실이란 곳을 다니게 됐죠. 친정 엄마 찬스로 치료실 픽업까지 부탁드리게 된 나는, 엄마 용돈 더 드리고 비싼 치료실에 맡기기만 하면 아이는 절로 자라줄 거라고 믿었습니다. 아니, 믿고 싶었습니다.


둘째 아이를 갖게 되어 출산휴가를 받았어요. 나와 눈 맞춤이 적은 아들과 친해질 절호의 찬스라 생각했죠.

만삭의 몸이던 6월의 어느 날, 찬이와 손을 잡고 360번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 떨어진 목동의 치료실로 향했어요. 맑은 날씨만큼 기분이 좋았던 그날, 치료실 안으로 찬이를 들여보내고 대기실에 앉았어요. 치료실 문밖으로 들려오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가만히 들으며 앉아 있었습니다. 나에게 눈 맞춤도 해주지 않던 찬이가 선생님과 노는 소리가 들렸어요. 보지 않아도 방 안 모습이 귀로 보이는듯했죠. 수업이 끝나고 치료비를 결제하려는데 찬이가 떼를 부립니다. 가지 않으려는 모양이었어요. 엄마 눈은 보지도 않고 선생님 손을 붙들고 놓지를 않아요. 엄마는 나인데, 나는 지갑을 열어 돈을 내려 할 뿐, 찬이의 마음을 사로잡을 비장의 무기 하나 없었죠. 비참한 심정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단단히 섭섭했던 기억이 납니다. 내 삶에 서운한 마음이 들었어요.


내 시간을 남에게 내어 주는 대가로 돈을 받고 있구나! 내 시간을 팔아 돈으로 되받는 게, 일이라는 거였구나! 시간을 판 돈으로 치료실에 갖다 바치며 찬이 좀 잘 키워 주십사고 일종의 거래를 하는 셈이었구나.

‘그렇다면!’


내 시간을 사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간의 주체가 되고 싶었습니다. 찬이의 시간을 함께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어요. 찬이가 눈을 맞추는 대상이 선생님이 아니라, 엄마인 내 눈에 먼저 맞춰지길 원했어요. 찬이가 성장하는 동안, 돈이 아닌 시간을 쓰고 싶었습니다.







시간을 사면 그 시간의 주인은 내가 되는 거였어요. 그렇게 얻은 시간은 내 연봉만큼의 시간이겠고, 연봉 이상의 가치만 낼 수 있다면, 연봉을 스스로 올리는 것과 마찬가지일 거라는 괘변?을 생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스스로의 연봉을 올려보고 싶었죠. 연봉만큼의 가치를 아들에게 투자한다는 건 나쁘지 않은 생각 같았어요.


그렇게 나의 시간과 계약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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