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간을 어떻게 견디나요

의지할 수 있는 모든 위로에 기대어

by 반짝이는먼지

이웃님이 물으셨어요. 한없이 우울하고 힘들 때, 그 시간을 어떻게 견뎠는지를요. 간밤에 여러 기억들이 지나가더라고요. 힘들었던 때가 언제였더라. 얼마나 힘들었던가. 그 시간을 어떻게 지나 보냈나. 가장 힘든 일은 무엇이었지. 힘든 일을 어떻게 대하며 지나는가.


힘들었던 일들을 하나 둘 떠올려보니, 누군가에게 막 넋두리하고 싶을 정도의 일들도 있고, 숨기고 싶을 정도로 수치스러운 일들도 있고, 다시 떠올리기 싫은 공포에 가까운 일들도 있더라고요.


첫 번째로 떠올랐던 힘들었던 일은 2009년 9월 17일. 날짜까지 기억하는 걸 보면 어지간히 충격적이고 슬프고 원망스럽고 꿈같은 날이었나 봅니다. 생후 2개월의 아기 찬이가 삐뽀삐뽀에 실려 병원에 갔던 날이었어요. 엄마가 어리바리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아기 찬이의 등에는 기다란 바늘이 꽂히고, 양발에 주삿바늘을 꽂다가 실패해서 아기 목에 긴 바늘이 푹 들어갑니다. 펑펑 우는 일밖에 할 수가 없었어요. 동동 발을 구르며, 문밖에서 기다리는 일밖에 할 수 없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이유도 알 수 없이 아픈 아이를 입원시켜놓고, 집에 들러 옷가지와 세면용품을 챙겼습니다. 아기 걱정에 잠들지 못한 새벽 6시, 병원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이었어요. 도입부는 들리지도 않았던 거 같은데 목동사거리 한복판에 택시가 멈춰 선 순간, 노래가 들립니다.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우린 널 믿어 의심치 않아


너만의 살아갈 이유

그게 무엇이 됐든

후회 없이만 산다면

그것이 슈퍼스타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우린 널 믿어 의심치 않아



이 노래를 듣는데, 다시 참았던 눈물이 펑펑 쏟아집니다. 찬이야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찬이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우린 널 믿어 의심치 않아. 후회 없이만 산다면 그것이 슈퍼스타. 흑. 눈물을 한 잔에 마셔 버리자.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긴 거지? 이건 꿈이 아닌 건가? 정말 꿈같더라고요.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지? 난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 건가. 세상에 나보다 비련한 사람은 없는 거 같고 내가 모든 슬픔을 다 껴안은 것만 같고 그래요. 막 정신없는 감정들이 지나가는데, 또다시 한철 아저씨가 그럽니다.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그때 많은 결심을 했던 거 같아요. 찬이로 인해 힘든 일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불편한 이 마음을 없애는 방법은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할까, 당장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을 하나씩 만들기 시작했어요. 힘든 일들을 견뎌내는 일이 계획한 미래의 일들을 성취하는 것보다 더 큰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힘든 게 너무너무 싫어서 힘들지 않으려면 무슨 일을 해야 하고, 원하는 삶에 다가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했습니다. 찬이가 입원해 있는 동안, 힘든 일들을 벗어나는 모든 일에 온 힘을 다 하리라 다짐했어요.


대기업 과장? 서울살이? 명품? 돈? 명예? 모든 게 ‘그깟 것’이 되더라고요. 귀향해서 살 궁리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직장도 그만두고, 남편의 직장도 그만두게 하고 시골로 귀향을 했습니다.



그때가 시작이었나 봅니다.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질문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어떻게 하면 힘들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자꾸 묻고 방법을 고민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아이가 울 때는 즐거운 걸 주어라, 왜 우는지 자꾸 묻지 말고 좋아하는 걸 주어라, 는 격언처럼 내 마음이 울 때마다 내 마음이 즐거울 일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그때마다 선택했던 일들의 결과로 지금껏 살아왔네요.


노래가 위로가 되어줄 때가 있었고, 사람이 위로가 될 때가 있었고, 그리기가 위로가 되기도 했고, 책이 위로가 되기도 했으며, 때론 글쓰기가 위로가 되기도 했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좀 변태적이기도 한데, 막 힘든 일이 일어나더라도 나중에 이 일을 글로 쓴다면 이렇게 저렇게 쓰면 좋겠다, 는 생각을 하게 돼요. 머리로 글을 쓰고 있게 돼요. 그렇게 하나 둘 궁리를 하다 보면 감정이 요동을 치다가도 차분하게 정리가 되기도 하더라고요. 무엇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날엔 그냥 울고 보기도 했고요.



루리의 <긴긴밤>을 읽으며 떠오른 건, 살아가면서 만나는 수많은 시련 속에 의지할 누군가를 단단하게 떠올릴 수만 있다면, 사랑할 힘만 가질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이겨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찬이에 대한 사랑과 곁에서 함께해주는 남편에 대한 고마움이 그 시간들을 견디어낼 힘을 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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