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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룸 Aug 25. 2021

늦여름 또는 초가을에

얼마나 깊은 고독을

땅속에 뿌리내려야

꽃무릇처럼 잎 없이도 

꽃을 피워낼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아픔을 

바람결에 흘려보내야

무화과처럼 꽃 없이도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늦여름 또는 초가을에

엄살로 가득했던 내 삶의 기억들이

몸을 콕콕 찔러온다


계절이 어정쩡해서라 여기고 싶었건만

내 삶 자체가 어정쩡해서였다는 걸

눈치 챈 마음으로 하여

자꾸만 꽃무릇에 무화과에

눈길이 머물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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