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S는 절대로 교사가 되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시절, 교사의 절반 가까이는 깡패처럼 인식되었다. 비위에 거슬리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학생이 있으면 불러내어 곧바로 뺨따귀를 날렸고, 그로 인해 고막이 터진 학생도 있었다. 시험을 보았는데 반 전체의 성적이 좋지 않으면 엎드려뻗쳐를 시키고 매타작을 했다. ‘학생들을 힘으로 눌러야 내 권위가 선다’가 교사들 대부분의 머릿속에 각인된 지침처럼 느껴졌다.
그 시절을 통과하면서 S는, 아무나 교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교사는 완벽에 가까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교사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자신에게는 교사가 될 만한 자질도 부족하다고 스스로 판단하였다.
그런 S가 이십대 후반 이후로 줄곧 사교육 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작가를 꿈꾸었으나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몰랐던 S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때로는 막노동을 하면서 때로는 빈둥거리면서 글을 썼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처절하고 끔찍하게 부족한 글들이었다. 긴 호흡으로 꾸준히 실력을 쌓아갈 생각은 없이 오로지 욕심만 앞서 있었다. 기초체력도 부족한 사람이 올림픽 금메달을 꿈꾸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런 인식을 조금씩 하게 되면서 먹고살 길을 찾게 되었는데, 취업 준비도 딱히 한 게 없는 상황에서 국어국문학과를 나온 사람이 들어갈 만한 곳은 학원밖에 없었다.
학원에서 10여 년을 강사로 지내다가, 나이 마흔을 넘어서는 자신만의 업체를 운영하게 되었다. 큰 규모의 학원 설립은 여력이 되지 않아 혼자서 운영하는 교습소를 차리게 되었다.
20년 넘게 같은 일을 해오고 있지만 고등학생 때 했던 생각(아무나 교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교사는 완벽에 가까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이 여전히 S의 마음밭에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수업을 하면서, 수업을 하고 나서도 회의감이 들 때가 많다. 잘못된 지식을 잘못 알고서 힘주어 말했다가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그것을 인지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고, 무언가 막혔을 때 어물쩍 넘어간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식적인 면에서보다 자질적인 면에서 부족함을 느낄 때 더욱 회의감이 크다. 예컨대, 공부나 태도 면에서 부족한 학생에게 즉각적으로 짜증을 내거나 윽박지를 때가 종종 있었다. 좀 더 차근히 이끌어주지 못하는 자신을 인식할 때면 자격지심이 온몸을 휩싸고 돈다. 예컨대, 자신도 실행하지 못할 공부법이나 삶의 태도 같은 것을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말할 때 마음속에서 부끄러움이 진동하는 게 여실히 느껴진다.
이러한 때마다 S는 스스로에 대해서는 참회와 성찰을, 타인에 대해서는 관용과 용서의 마음을 키워나가야겠다고 다짐한다.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시시포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