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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룸 Feb 24. 2022

홀로 떠나는 여행

  너무도 쓸쓸해지는 날이 있다. 눈부신 태양 아래 놓여 있어도 내면에 꽉 들어찬 어둠이 자신을 통째로 꿀꺽 집어삼키는 느낌이 드는 날. 뜻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출구 없는 공간에 맞닥뜨린 것 같은 아득함에 사로잡히는 날. 그 누가 곁에 있어도, 그 무엇으로도 위로나 위안이 되지 않는 날. 남들은 모두 잘 살아가고 있는데 나만 잘못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날이면 S는 ‘여행 생각’만으로 만족할 수가 없다. 이렇게 사는 거 도저히 못 참겠어! 하는 소리가 내면에서 울려 퍼진다. 그럴 때면 앞도 뒤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바람에 몸을 내맡긴다. 목적도 없이 방향도 없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곳으로 훌쩍 떠난다. 마음속에 겹겹이 쌓아두고만 있던 것들 모두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세계 속에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싶다.


  홀로 떠나는 여행은, 당연히 외롭다. 여행지에서 연인이나 가족들의 행복에 겨워하는 모습을 볼 때면 외로움은 가중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떠날 때엔 느낄 수 없는 묘미 또한 있다. 


  함께 떠날 때면 일정한 목적지를 정하고, 계획을 세운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하기도 한다. 그 목표는 멋진 광경을 함께 보기 위함일 수도 있고, 아름다운 추억을 쌓기 위함일 수도 있다. 매순간 동료와 의견을 교환하고 합의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무미건조한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때로 의견이 엇갈리거나 상대의 실수나 잘못으로 인해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짜증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혼자 떠날 때면 언제든 목적지를 변경할 수도 있고 새로운 시간 속에 몸을 내맡길 수도 있다. 


  또한 함께 떠날 때면 의례적인 대화나 체면치레에 구속되어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혼자 떠날 때면 그런 것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언제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으며, 마음을 끌어당기는 곳에 한동안 머물며 자신의 삶을 되짚어보는 사색의 시간을 마음껏 만끽할 수도 있다. 


  결국 마음가짐에 따라 홀로 떠나는 여행은 즐거움이 될 수도 괴로움이 될 수도 있다. 외로움의 상황을 즐길 수 있으면 즐거울 것이고,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하면 괴로울 것이다.


  세상사 대부분이 그렇듯 뜻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계획한 대로의 원하는 바를 얻게 되면 흡족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재미가 적다. 여행의 참맛은 뜻하지 않은 상황과의 대면에 있다. 생각지도 않은 광경이나 사람을 만나 쏘옥 빠져들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느끼게 될 때 그 기억은 쉬이 지워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열린 마음이라는 것을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S는 깨닫게 되었다. 자기만의 사고에 사로잡혀 ‘나’를 고집하거나 원하는 것에만 시선을 고정한 채 여행을 한다면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은 그만큼 멀어지게 된다. 자연에, 타인에게 경계 짓는 마음을 버리고 새로운 세계에 흠뻑 젖어들 때 진정한 여행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으며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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