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t Obscure Object of Desire
제목 그대로 욕망의 대상은 모호할 경우가 많다. 나의 욕망과 타인의 욕망이 일치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자라온 환경의 차이, 현재 상황의 차이가 욕망의 차이를 만든다. 물론 극히 드문 경우의 천생연분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욕망의 차이 속에서 살아가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낭만적 거짓'으로 자신의 욕망을 성취한다. '너 없인 못살아', '너만 사랑해' 등등.
돈이 남아도는 나이 든 남자가 있다. 어느 날, 가난한 소녀를 보고 넋을 잃는다. 소녀가 원하는 것을 모두 돈으로 해결해준다. 소녀는 남자에게 고마워하고 사랑을 표명하지만, 그리하여 키스도 하고 애무도 허용하지만, 섹스만은 거절한다. 남자는 그럴수록 애달아하며 소녀를 소유하려 한다. 소녀는 모호한 행동을 이어간다. 남자가 고맙고 남자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 한편으로 남자의 소유물이 되기는 싫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소녀의 그러한 이중성을 두 명의 인물로 분할하여 나타낸 점이다. 한 명은 가녀리고 착한 소녀의 모습. 또 한 명은 요염하고 악한 소녀의 모습. 또한, 남녀의 연애담 사이사이로 유럽 사회에서 간헐적으로 터져 나오는 폭탄테러를 병치한다. 남녀의 연애담이나 사회 세력들 간의 충돌이나 욕망의 부딪침이라는 속성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말하려고 하는 감독의 의도가 읽힌다.
우리는 끝없이 그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싸움으로 인해 찢어지고 피가 묻은 옷을 깁는 여인이 나오는데, 성모 마리아의 형상이다. 일상을 살면서 찢어진 영혼의 상처를 많은 사람들이 종교를 통해 치유를 모색한다. 그것이 종교의 존재이유가 아닐까 싶다. 종교가 아닐지라도 상처 받으며 살 수 밖에 없는 인간은 마음을 의탁할 무언가를 갈구하며 살 수밖에 없다. 그런 고민이 글을 쓰게 하고 영화를 만들게 하고 그림을 그리게 하고…… 진정한 사랑의 길을 탐색하게 한다.
감독 : 루이스 브뉘엘
출연 : 캐롤 부케, 페르난도 레이, 안젤라 몰리나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