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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파리

by 이룸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이 말해 주듯 어릴 때 형성된 감정은 평생에 걸쳐서 영향을 미친다. 몸이 커가는 것과 나란히 감정도 커나간다. 애가 뭘 알겠어,라고 생각하고 함부로 행한 말과 행동이 고스란히 아이의 마음속에 똬리를 튼다.


폭력을 보고 자란 아이는 아직 어릴 때에는 저항할 힘이 없기 때문에 감정을 억압하고 시무룩해진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억압된 감정은 튀어나오게 되어 있다. 그래서 폭력은 대물림된다.


그렇다면 변화의 가능성은 없는가? 있다. 사랑이다. 증오는 사랑의 결핍에서 비롯된 문제기 때문에 그 해결책 또한 사랑이 될 수밖에 없다. 증오는 끝없는 증오를 잉태한다. 증오를 사랑으로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단 한 사람이라도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받아준다면 희망이 있다.


이 영화에서는 비슷한 가정환경에서 자라고 살아가는 양아치와 여고생의 만남을 통해 실마리를 마련한다. 무시무시하게 보일 법한 양아치에게 아무렇지 않게 반말을 찍찍 내갈기는 여고생이 양아치의 마음을 움직인다. 양아치에게도 저 마음 깊숙한 곳에는 사랑의 기억이 있으며, 겉으론 항상 인상을 쓰고 살고 있지만 따뜻한 감정의 교류와 소박하고 평화로운 삶에 대한 동경이 있다는 것을, 그래서 양아치도 똑같은 사람이며, 웃음과 눈물이 있는 인간임을 일깨워준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는 일개인으로서는 간혹 발생할 수 있지만, 사회구조적으로는 비관적일 수밖에 없음을 이 영화는 또한 보여준다. 억눌린 감정 속에 살아가는, 그래도 아직은 순진한, 여고생의 오빠가 서서히 또 다른 양아치로 재탄생하는 것을 통해서.


나무가 좋은 토양에서 튼실하게 자라듯 사람은 좋은 사회에서 바르게 살아갈 가능성이 커진다. 올바른 사회구조를 끊임없이 모색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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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양익준

출연 : 양익준, 김꽃비, 이환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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