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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Private Fears in Public Places

by 이룸


마음이 항상 기쁨으로만, 행복으로만 가득 차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지만 누구도 그런 삶을 살 수는 없다. 그리고 기쁨과 행복도 슬픔과 불행이라는 대립항이 있어야만 그 진정한 가치가 있게 마련이다.


한 사람의 마음도 갈등과 번민의 연속이거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의 마음의 부딪침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마음과 마음이 들어맞는 경우도 있겠지만 어긋나는 경우가 더 많다.


알랭 레네 감독의 영화 <마음>은 마음의 어긋남으로 인해 아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 직원인 샬롯은 세상의 온갖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 성경에 자신을 의탁하지만, 그로 인해 억압된 성적 욕망을 야한 비디오를 찍는 것으로 해소한다. 샬롯으로부터 비디오를 건네받은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 티에리는 그런 샬롯의 마음을 잘못 읽고 샬롯이 자신을 유혹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다짜고짜 키스를 하고는 무안을 당한다.


한편 티에리의 사무소를 통해 새로운 집을 찾고 있는 다니엘과 니콜.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군에서 전역한 다니엘은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매일 술을 마시며 지내는 상태다. 그런 처지에 서재가 따로 있는 넓은 집을 고집한다. 그런 다니엘의 모습에 니콜은 불만이 쌓여간다. 그리고 그들은 ‘아주 오래된 연인들’이어서 더 이상 사랑에 강렬함이 없다. 그래서 둘은 별거 상태에 들어간다.


별거 상태에 들어간 다니엘은 광고를 통해 티에리의 여동생 가엘을 만난다. 첫 만남에서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는 다니엘과 가엘. 다음 날 점심에 다니엘의 단골 술집에서 둘은 만나기로 하고 헤어진다. 그러나 가엘을 기다리는 다니엘을 찾아온 니콜. 다른 여자와 앉아 있는 다니엘을 보고 가엘은 상처를 받아 뛰쳐나간다.


다니엘의 단골 술집 사장인 리오넬에게는 반신불수의 아버지가 있다. 그 아버지의 밤 시간 간병인으로 샬롯이 들어온다. 샬롯은 다루기 힘든 리오넬의 아버지를 자신의 방식(잠재된 욕망을 드러내기)으로 다스리지만, 그 아버지는 더 심각한 상태가 되고 만다.


누구에게나 힘든 상황은 찾아오게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그 힘든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헤쳐나갈 것인가이다. 힘겨운 상황이 왔을 때 그것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견디고 차분히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타인을 향해 투사한다면 결국 더 큰 아픔을 낳게 될 것이다.


아르튀르 랭보의 말마따나 흠 없는 영혼이 어디 있겠는가. 누구나 부족한 면이 있고 그로 인해 마음의 상처도 간직하며 살아간다. 인간의 성숙도는 자기의 아픔만을 생각하느냐 타인의 아픔도 생각할 줄 아느냐에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보았을 때 영화의 장면과 장면 사이를 이으며 내리는 눈은 사람들의 아픔을 포근히 감싸주는 의미를 나타내는 듯하다. 아픔과 아픔을 따뜻한 눈길로 보듬는 감독의 시선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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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알랭 레네

출연 : 램버트 윌슨, 앙드레 뒤솔리에, 사빈느 아젬마, 이자벨 카레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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