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진과 친하지 않았다. 가난한 농촌 마을에서 자랐고, 사진기라는 것을 구경해 본 적도 없었다. 중학교 다닐 때까지 졸업앨범을 제외한다면 사진을 찍거나 사진에 담겨 본 경험도 없다.
고등학교 때는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가서 동창생들과 사진을 찍은 기억이 흐릿하게 남아 있다. 그때는 필름 카메라 시절이었고, 나는 당연히 어떻게 조작하는지도 몰랐다. 카메라를 가져온 아이가 알려준 대로 버튼을 눌러본 게 전부였다.
대학교 때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 사진기를 가져오면 마지못해 어색하게 포즈를 취했고, 가끔씩 내가 찍어야 할 경우엔 알려준 대로 버튼을 눌렀다. 286이니 386이니 하는 컴퓨터가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때였다. 휴대전화는커녕 삐삐도 나오기 전이었다.
20대 후반에 잠시 사진에 관심을 기울인 적이 있었다. 벽에 붙은 ‘사진 배우실 분 구함’ 이라는 문구를 보고 사진관에 찾아갔고, 아는 사람의 사진기를 빌려서 갖고 다니며 한 달 정도 배웠다. 왜?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생각건대, 소설이나 영화 같은 데서 본 암실작업을 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이어가지는 못했다. 사진을 찍고 필름을 사진관에 맡기고 며칠 후에 찾으러 가는 절차상의 복잡함 때문인 듯하다, 아마도. 사는 곳에 암실을 마련했으면 또 모르겠지만, 그럴 여건은 전혀 되지 못했다. 그리고 사진을 찍는 것에 큰 재미를 느끼지도 못했다.
30대 후반에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삶이 자꾸만 삐걱거림을 느끼면서였다.
열아홉 살에 시인이 되고자 마음먹었고, 이십대 중반부터는 소설가를 꿈꾸었다. 그러나 시인도 소설가도 되지 못했다. 먹고 살기 위해 학원에서 강사 생활을 시작했다. 틈틈이 글을 썼다. 신춘문예나 공모전 같은 곳에 글을 보내보았지만 번번이 무소식이었다. 꿈과 현실의 괴리 속에 살아간 나날이었다. 학원에서 강사 생활을 하다가 한 여자와 사귀게 되었다. 처음엔 좋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성격 차이로 인한 다툼이 많아졌다. 결국 헤어졌다. 학원에서의 강사 생활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널리 이름을 날리는 강사가 되기는커녕 동네에서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는 강사에 불과했다. 뭔가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지만 별다른 대안을 찾을 길이 없었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꿈에서 빗겨난 삶, 만족스럽지 않은 현실, 여자와의 만남도 깨지고, 나이는 바야흐로 청춘의 끝자락……. 허전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처음엔 초상화 그리기에 취미를 붙였다. 그러나 마음이 답답한 상태에서 몇 시간씩 앉아서 초상화를 그리는 행위를 길게 끌고 갈 수는 없었다.
답답한 마음을 가누지 못해 산으로 강으로 떠돌게 되었고, 아름다운 풍경을 담고 싶었고, 그리하여 사진을 찍게 되었다. 바야흐로 디지털 시대였다. 20대 후반에는 끙끙대며 사진을 배웠었는데, 이제는 끙끙댈 필요가 없었다. 찍고 나서 결과물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엔 10만 원대의 콤팩트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는데, 기능이 너무 단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년 뒤에는 100만 원대의 DSLR을 구입했다. 그러나 100만 원대의 DSRL은 프레임이 좁다는 한계가 있었다. 풀프레임의 DSRL을 갖고 싶었으나, 가격이 너무 비쌌다. 고민 끝에 중고품을 구입했다. 신제품의 반값인 180만 원. 렌즈는 170만 원을 주고 신제품으로 구입했다. 본체와 렌즈 합쳐서 350만 원이 들었다.
사진을 좀 더 잘 찍기 위해 평생교육원에서 하는 사진 강좌와 포토샵 강좌에 꼬박꼬박 참석하였고, NAVER와 DAUM에 있는 사진동호회에도 가입하여 활동하였다. 도서관에 가면 사진 관련 책을 자주 둘러보게 되었다.
틈만 나면 사진을 찍으러 집을 나섰다. 우선은 가까이 자리하고 있는 건지산과 덕진공원과 한옥마을을 자주 다녔고, 섬진강의 옥정호, 부귀산, 대둔산, 내장산, 지리산, 덕유산으로 점차 반경을 넓히며 활동했다. 조금 지나서는 담양과 무등산에도 몇 차례 다녀왔고, 태안반도, 창녕의 우포늪, 남해, 여수, 정동진, 설악산……. 유명한 출사지라면 어디로든 향했다. 3박 4일 일정으로 배를 타고 제주도를, 비행기를 타고 중국의 장가계까지 다녀왔다. 그야말로 사진에 미쳐 살았다.
흥, 그 정도 가지고 무슨……, 하며 비웃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정한다. 사진과 관련된 카페나 블로그를 둘러보면 몽골, 베트남, 태국, 인도, 네팔, 체코, 핀란드, 케냐 등등 지구상 곳곳을 여행하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나도 조금만 더 미쳤더라면 히말라야와 지중해를 다녀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돈도 용기도 부족하여 마음을 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