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날다

by 이룸


2009년 여름에 아는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직원이 갑자기 그만두었다는군요. 새로운 직원을 구하기 전까지 땜방(대리, 대체, 대신해서 채움)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국어교습소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수업은 주로 토요일과 일요일에 있고 평일에는 이틀간 저녁에만 두 시간씩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만큼 돈을 벌지 못하는 처지였으므로 당연히 하겠다고 했습니다.


의약품 대리점이고, 의료기기나 약품을 병원이나 약국에 공급하는 일이었습니다. 첫날에는 직원 한 명을 따라다니며 일하는 방식을 배웠고, 이튿날부터는 혼자 다니며 일하게 됐습니다. 아홉시까지 출근하고, 도매업체에 가서 필요한 의약품을 구매해 오고, 오전에는 전주 시내의 병원과 약국에 들르고, 오후에는 시외로 갑니다.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익산, 화요일에는 군산, 목요일에는 진안, 금요일에는 남원 하는 식으로요. 물론 늘 정해진 대로 일하는 건 아닙니다. 약이 급하게 필요하다고 연락이 오면 그곳부터 갑니다. 직원 중에 한 명이 사정이 생겨 안 나오면 그 직원의 담당 구역까지 일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오후 다섯 시 이전에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여섯 시, 때로는 일곱 시 넘어서까지 일하기도 합니다.


익산의 경우가 들러야 할 곳도 많고 양도 많아서 가장 힘들었고, 진안이 들러야 할 곳도 적고 양도 많지 않아서 수월했습니다. 게다가 진안은 공기도 좋고 경치도 좋습니다. 보기만 해도 신비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마이산이 자리한 곳이기도 하고요. 전주에서 진안으로 갈 때는 4차선 도로가 깔린 보룡재 쪽으로 향합니다. 우선 빨리 물품을 배송해야 하니까요. 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면 모래재 쪽으로 옵니다. 2차선의 구불구불한 도로입니다.


‘새로운 직원 구하기 전까지 잠시’였지만 두 달을 일했고, 그 이후로도 직원들에게 사정이 생기면 연락이 왔습니다. 때로는 한 달에 한두 번, 때로는 한 달에 대여섯 번을 일하기도 했습니다. 2024년 여름까지 6년간을 그렇게 지냈습니다.


2023년 8월에 진안에서 일을 마치고 메타세쿼이아길을 지나 모래재휴게소 방향으로 천천히 운행하고 있었습니다. 오른쪽을 바라보니 꽃나무가 보이고, 그곳에서 나비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더군요. 갓길에 차를 세우고 핸드폰으로 정신없이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왜 핸드폰이냐 하면, 2022년 여름에 계곡에서 사진을 촬영하다가 삼각대가 넘어지는 바람에 카메라와 렌즈가 모두 쓸 수 없게 되어서입니다. 2024년 가을에 새로운 카메라와 렌즈를 장만했습니다.)


그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 위에 올린 사진입니다. ‘불가능할지라도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말해 보아라’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그중에 하나가 사진에 보이는 나비들처럼 되는 것입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 기계나 장비에 의존하지 않고, 나비들처럼 가볍고 자유롭게, 샤갈의 그림에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