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
시간은 흘렀지만 상처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영란은 대전 병원에서 조용히 회복하고 있었고,
둘째는 새로 옮긴 원룸에서 적응해가고 있었다.
나머지 아이들은 시댁에 맡겨져 있는 상태였다.
난 단 한 번도 아이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영란은
어둠 속에서 홀로 모든 고통을 삼켰다.
그날 밤,
소식을 듣고 찾아온 둘째 오빠 최강호는
영란의 병실 문 앞에서 조용히 서 있었다.
무릎을 꿇고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들었다.
“야 야 인마 영란아…, 너무 늦게 왔다…”
왜 말 안 했어 얼른 말했어야지!
영란은 그 눈빛을 보며
문득 잊고 있던 말을 꺼냈다.
“우리 오빠였지...
내가 힘들 때 어려울 때 항상 언제나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사람
그녀를 지켜줬던 사람”
그날,
남매는 오랜 시간 엇갈린 삶을
피눈물로 봉합했다.
오빠는 영란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살아온
생활에 대해서 전부를 듣게 됐고
말없는 한숨만을 뱉어냈다.
그렇게 몇 달 후
그 평화는 길지 않았다.
그 남자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
영란을 향한 접근은 더 교묘하고 더 비열했다.
직접 나타나지 않고,
동네 사람을 시켜 영란의 위치를 캐고
아이의 학교 앞을 서성였다.
결국 영란은 법적으로 신고했고,
그는 한차례 구속되어 경찰서로 끌려갔다.
하지만
그는 다시 풀려났다.
그리고 여전히 주변을 떠돌았다.
영란은 두려웠지만,
이번엔 혼자가 아니었다.
그렇게 숨어 살며 시댁에 있을 자식들을 생각하며
병실에서 퇴원하자마자 그녀는 다시
하루도 쉬지 않고 일만 했다.
빨리 조금이라도 늦지 않게 그 지옥에서 구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그를 피해 도망 다니고, 보이지 않는 감시를 피해,,
1년 뒤
그렇게 그녀는 고군분투하는 일상을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녀의 오빠가 다시 나타나 동생을 괴롭힌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렇게 그녀의 오빠는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생각에
조용히 쌓아둔 분노가
마침내 폭발했다.
“아,... 이제는 끝내자. 내가 끝내줘야지
이건 더 이상 봐줄 일이 아니다.”
그렇게 며칠 후
오빠의 부하들이
조용히 작전을 개시했다.
그를 속였다.
“예전 친구가 만나자고 한다.”
“애들 얘기할 게 있다.”
그렇게 그는
외곽 창고로 잡혀오게 되고,
안에 들어서는 순간
철문이 닫히고 사방이 봉쇄되었다.
어둠 속에서 오빠 강호가 나타났다.
오빠의 손엔 녹슨 톱이 들려 있었다.
“야 너는 이제 말로 안 되겠다
오늘 여기서 끝내자.”
그는 처음엔 비웃었다.
"왜? 네 동생이 시켜서 왔냐?
그년 아직도 날 못 잊었지?”
내가 너 무서워할 것 같아?
"나 유도부였어 너 같은 건 잡히면
한방이야."
그 한 마디에
오빠는 주먹으로 그의 입을 꿰찼고,
오빠는 그대로 톱을 바닥에 세웠다.
“무릎 꿇어, 이 개X끼야.”
그의 머리는 땅에 박혔고,
피가 이마를 타고 흘렀다.
오빠가 톱을 들었다.
그의 목 앞에 갖다 댔다.
떨리는 숨,
피 냄새,
죽음이 가까이 왔다.
“애들 앞에서 그 짓을 하고도 살고 싶냐?
내 동생한테 돌 던지고,
개 풀어서 사람 공격하고
물건 부시면서 협박하고 공포감 조성하고,
그 눈으로 성희롱까지 해놓고?
자식 패고 자식 협박하고
네가 사람이냐?”
그때였다.
창고 문이 열렸다.
누군가 뛰어들어왔다.
영란이었다.
“오빠!! 하지 마!!!”
오빠가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
영란은 그 자의 피투성이 얼굴을 보고
숨을 몰아쉬며 울부짖었다.
“오빠, 이 사람 죽이면
오빠 인생도 끝나.
난 괜찮아. 난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졌어.
근데 오빠까지 그렇게 되면..
나 진짜 못 살아”
오빠는 한참을 톱을 들고 서 있었다.
그 눈엔 불이 일고 있었다.
그러나,
영란의 손이 오빠의 손을 감싸며 떨렸다.
“그만하자.
이제 됐어.
내가 이겼어.
더 이상 안 당해.”
잠시 후,
오빠는 조용히 톱을 내려놨다.
그리고 벽에 기대어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이런 인간 같지도 않은 인간 하나 죽이면
내 속이 시원할 줄 알았는데..
죽이면 뭐 하냐 ”
너는 내가 굳이 하지 않아도
세상이 우리 대신 복수해 줄 거다.”
"야 꺼져라."
그 남자는 갈비뼈가 부러진 채로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
영란은 그를 용서하지 않았다.
다만,
오빠를 지켜낸 것이었다.
그 후,
오빠는 영란에게 물었다.
“왜.. 왜 그랬어 왜 말렸어”
영란은 조용히 대답했다.
“우린 이제 지키는 사람이 돼야 해.
누굴 해치는 사람 말고.”
그 말에
오빠는 고개를 떨궜고,
눈물 한 방울이
철제 바닥에 툭, 떨어졌다.
그날 이후,
영란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