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기억의 문<>고통의 문

빛과 어둠의 순례

by 아르칸테

6장. 기억의 문 <> 고통의 문


천국의 영혼은 문턱을 넘자 숨을 멎었다.
눈앞에는 어린 시절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햇살은 금빛으로 반짝였고, 바람은 연약한 풀잎을 흔들며 향기를 실어 나르고 있었다.

그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멀리서 작은 집이 보였다.
그곳에서 문이 열리더니, 어머니가 손을 흔들며 달려 나오고 있었다.
“어서 오너라, 내 아이야.”

그는 그대로 무너져 울며 달려갔다.
따뜻한 품, 그리웠던 목소리,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결코 잊지 못했던 순간.
그는 속삭였다.



“이건 꿈이 아니야.. 내가 가장 원하던 순간이야.”

그 기억 속에는 결핍이 없었다.
그는 어린 시절의 자신이 되어 뛰었고, 친구들과 웃었으며, 첫사랑의 미소를 다시금 보았다.
한순간 한순간이 너무도 완벽했다.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중얼거렸다.
“여기서 영원히 머물고 싶다. 다시는 떠나고 싶지 않아.”

그러나 그 순간, 가슴 어딘가가 떨렸다.
낯선 목소리가 스쳤다.
“너는 즐거움 속에 잠겨 있구나”

그는 고개를 들었으나, 곧 다시 웃음소리에 휩쓸렸다.
기억의 문은 그를 완전히 삼키고 있었다.


한편 지옥의 영혼은 무겁게 고개를 들었다.
고통의 문이 벌어지자, 뜨거운 열기와 함께 쇠사슬의 울음이 흘러나왔다.
그는 이미 온몸에 뱀들의 독을 품고 있었으나, 그 앞의 문은 더 깊은 상처를 예고하고 있었다.

문을 넘어선 순간, 그는 다시 과거로 끌려갔다.

차가운 병실.
그는 사랑하는 이를 두고 도망치듯 등을 돌렸던 날로 끌려갔다.
“가지 마.. 제발 곁에 있어 줘”
그 목소리가 그의 귓속을 찢었다.
그러나 그날, 그는 외면하고 떠났다.

그리고 이제, 그는 그 자리에 갇혔다.
그 떠났던 순간을 피해자의 눈으로, 또다시 겪어야 했다.
몸이 찢기는 듯한 고통은 단순히 육체의 것이 아니었다.
그가 저버린 믿음이 칼날이 되어, 매 순간 그의 영혼을 찢어발기고 있었다.

그는 절규했다.
“제발, 다시는 그 순간을 보고 싶지 않아! 나는 이미 후회하고 있어!”

그러나 고통의 문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가 외면하려 할수록, 기억은 처음으로 되돌아갔다.
도망친 날, 뒤돌아본 눈빛, 그리고 무너지는 울음소리.
그는 그것을 수천 번, 수만 번 반복해서 겪어야 했다.

그의 몸은 사슬에 묶였고, 고통은 시간이 아니라 영원으로 이어졌다.
그는 깨달았다.
“잊고 싶은 고통은 잊을 수 없다. 나는 끝없이 이 고통을 다시 살아야 한다.”

천국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기억이 그를 가두었고,
지옥에서는 가장 끔찍한 기억이 그를 찢고 있었다.

두 영혼은 서로를 보지 못했으나, 동시에 희미한 떨림을 느꼈다.
한쪽은 황홀 속에서, 다른 한쪽은 절망 속에서.

천국

그러나 그 떨림은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그는 기억 속 아이가 되어 뛰어다녔다.
작은 발이 흙먼지를 일으켰고, 웃음소리는 바람보다 더 가볍게 하늘로 퍼져 갔다.
옆에는 함께 뛰어노는 친구들이 있었다.
해가 질 때까지 뛰어놀다가 지쳐 쓰러져도, 그 순간은 조금도 불행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충만했고,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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