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어둠의 순례
그곳에서 또 하나의 영혼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천국의 영혼이 포옹 속에서 흔들리던 바로 그 순간,
지옥의 영혼은 불길 속에서 몸을 떨고 있었다.
앞에는 ‘고통의 문’이 열려 있었다.
거기서 흘러나오는 것은 단순한 불꽃이 아니었다.
살을 찢고, 뼛속을 태우며, 영혼마저 갈라놓는 고통이었다.
그는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고통의 문은 이미 그의 발밑을 삼키고 있었다.
땅은 쇳물처럼 끓어올랐고, 그의 다리를 붙잡으며 타들어갔다.
“안 돼... 나는 더는 못 버텨.. 이 고통을 어떻게 감당하란 말인가..”
그의 절규는 공허 속에 흩어졌다.
그러나 동시에, 천국의 영혼은 또렷하게 느꼈다.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던 그 떨림, 그 번개 같은 속삭임이 바로 이곳에서 울리고 있음을.
“너는 고통에 무너지고 있구나”
천국의 영혼은 숨을 멈춘 채, 알 수 없는 눈물에 젖었다.
지옥의 영혼은 절규했고, 그 절규는 마치 자신의 심장에서 흘러나오는 것처럼 생생했다.
빛과 어둠, 황홀과 고통.
서로 다른 두 길은 이제 점점 더 가까이 이어지고 있었다.
한쪽은 기억의 문, 다른 한쪽은 고통의 문,
그러나 두 영혼은 이제 분명히 서로를 느끼기 시작했다.
고통의 문이 활짝 열리자, 불꽃보다 먼저 흘러나온 것은 소름 끼치는 웅성거림이었다.
땅 밑에서, 벽 틈에서, 공기 속에서 무언가가 쉼 없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 순간, 검은 물결이 쏟아져 나왔다.
수도 없이 많은 벌레들이었다.
딱딱한 껍질이 부딪히며 울려 퍼지는 소리는 마치 쇠붙이가 부서지는 듯했고,
날개가 부딪히며 내는 굉음은 천둥처럼 사방을 뒤흔들었다.
그 벌레들은 단순한 생물이 아니었다.
그의 죄와 두려움이 뒤엉켜 태어난 괴물들이었다.
첫 번째 벌레 무리는 그의 다리를 파고들었다.
뜨겁게 달아오른 쇳물 같은 땅에서 솟아나, 발목을 물고, 정강이를 뚫고, 뼛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으나, 벌레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들의 송곳 같은 이빨이 뼈마디를 갉아먹으며, 살점을 뜯어내고, 피 대신 절망을 빨아먹었다.
두 번째 무리는 그의 눈앞에서 날개를 퍼덕였다.
거대한 나방처럼 보였으나, 그 날개는 눈동자처럼 수백 개의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 눈들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속삭였다.
“우리는 네가 버린 시선이다.
네가 외면한 얼굴이다.”
그들이 날갯짓을 할 때마다,
그의 시야는 흩어지고, 눈꺼풀 속으로 날카로운 가루가 파고들어 눈알을 긁어내렸다.
세 번째 무리는 그의 입속으로 파고들었다.
비명조차 내지를 수 없었다.
벌레들은 혀를 물어뜯고, 목구멍을 기어 올라가며, 안쪽에서 그의 울음을 삼켰다.
그들의 몸이 목 속에서 꿈틀거릴 때마다, 그는 숨이 막혀 질식해 갔다.
그러나 죽음은 오지 않았다.
그는 끝없이 살아남은 채, 그 끔찍한 침식을 전부 느껴야 했다.
마지막으로, 하늘을 뒤덮는 벌레의 무리가 나타났다.
그들은 마치 검은 장막처럼 몰려들어 하늘의 불빛마저 삼켜버렸다.
그들의 날개 소리는 합창처럼 들렸다.
그러나 그것은 천국의 합창과는 정반대의 울림이었다.
달콤한 위로가 아니라, 고통의 심포니.
그 심포니가 공기를 갈라, 그의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그는 몸부림치며 절규했다.
“제발! 이제는 그만! 나는 다 봤다! 다 느꼈다! 더는 견딜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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