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합일의 순간

빛과 어둠의 순례

by 아르칸테

두 세계


두 세계가 동시에 무너지고 있었다.

천국의 빛은 모든 매혹을 태워 재로 만들었고,
지옥의 어둠은 모든 죄를 드러내어 침묵 속에 묶어두었다.
빛과 어둠은 서로를 향해 다가오며, 그 가운데 두 영혼이 마주 섰다.

하나는 텅 빈 손을 든 자였다.
사랑도, 기억도, 영광도, 평화도 내려놓은 빈 껍데기.
그러나 그 빈자리에는 새로운 무언가를 담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다른 하나는 피 흘리는 자였다.
죄와 배신, 고통과 절망을 끝내 외면하지 않고,

그것을 자기 안에서 직면한 상처투성이.
그러나 그 상처는 더 이상 숨겨진 그림자가 아닌 진실이었다.

그 둘은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빛은 어둠 속의 상처를 감싸주었고,
어둠은 빛 속의 공허를 채워주었다.


천국의 영혼이 말했다.
“나는 모든 것을 버렸다. 그러나 그 속에서 나는 텅 비어 있다.”

지옥의 영혼이 대답했다.
“나는 모든 것을 직면했다. 그러나 그 속에서 나는 상처투성이다.”


그들은 손을 내밀며 속삭였다.
“너 없이는 나는 불완전하다.”
“너 없이는 나는 무의미하다.”


손끝이 맞닿는 순간, 찢어져 있던 두 갈래의 길이 폭발하듯 합쳐졌다.

빛과 어둠이 부딪쳤으나, 소멸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거대한 울림을 만들어냈다.
찬란한 광휘와 심연의 암흑이 동시에 뒤엉켜,

새로운 색채도 빛도 아닌 존재의 고동으로 변해갔다.

우주는 흔들렸고, 하늘과 지옥은 동시에 갈라졌다.
모든 목소리, 모든 비명, 모든 찬양이 사라지고, 단 하나의 심장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둥.

첫 번째 울림은 낮고 무거웠다.

마치 깊은 바다의 심연에서 솟아오른 고동 같았다.
그 소리에 하늘의 빛이 떨며 금이 갔다.


ㄷ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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