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6번째 사랑 문주환

다시 사랑해도 될까요?

by 아르칸테

며칠이 지났다. 임정빈을 만나고 병원을 나오는 길, 차 안에서 최영란은 말했었다.
“대식아, 이제 그만하자. 다 본 것 같아.”
김대식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고개를 숙였다. 아니었다.
그녀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직 한 사람, 남아 있다는 걸.
마지막 이름. 문주환.

서울로 돌아온 어느 날 저녁, 김대식은 초롱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초롱아, 혹시 너 어릴 때 어머님이 ‘문주환’이라는 이름 말한 적 있니?”
『문주환...? 음...』
잠시 고민하던 초롱이의 목소리 너머로, 책장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가 나 어릴 때 줬던 편지 중에 그 문장 있었어.

“그 사람은 항상 ‘시간은 우리 편이야’라고 말했지.

” 엄마가 그 말, 되게 오래 간직했어.』

김대식은 그 순간, 직감했다.
'이게 단서다.'

다음 날, 그는 무심한 듯 물었다.
“혹시.. 문주환 씨가 자주 했던 말, 기억나세요?”

최영란은 잠시 고개를 기울였다. 그리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응... ‘시간은 우리 편이야.’ 이상한 말이었어. 근거도 없고, 자주 했지.”

김대식은 곧장 검색을 시작했다.
‘문주환’, ‘시간은 우리 편이야’,

‘시집’, ‘출판’, ‘자필 메모’
단서는 없었다. 인터넷에도, SNS에도.
마치 누가 의도적으로 그의 흔적을 지운 듯.

며칠 밤을 새운 끝에, 우연히 한 중고서점 사이트에서 제목이 같은 시집을 발견했다.
저자는 ‘문.주.환.’

“이거다.”

김대식은 그 시집을 주문했고, 기다리는 동안 미리 공개된 일부 시를 블로그에서 찾았다.
그 중 하나, 마지막 문장.

“그녀와 나는, 미래를 말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오늘 하루를 온전히 사랑하기로.”

그리고.. 배송된 책.
헌책의 첫 장, 누렇게 바랜 메모 위에 적힌 문구.

‘이 책이 내 마지막 흔적이 될 수도 있겠지. 그래도 시간은 우리 편이니까.’

아래엔 주소 하나.
‘충남 공주시 반죽동 128번지, 책방 ‘무화과 나무 아래’’

그는 바로 최영란에게 찾아갔다.

“영란 씨, 그 사람...공주에 있어요. 아니, 있었어요.”

“공주?”

“책방 운영했던 것 같아요. 시도 쓰고 주소가 책에 있었어요.”

영란은 한동안 말없이 그 종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가보자. 마지막이니까.”

차 안. 공주로 향하는 고속도로.
창밖으로 흐르는 논과 들, 그리고 천천히 어두워지는 하늘.

“문주환 어떤 사람이었어요?” 김대식이 조심스레 물었다.

“음 사랑이 뭔지, 조금은 알려준 사람이었어.”

“미래까지 이야기한 사이셨나요?”

“아니. 그건 아니야.
걔랑은 그냥, 마음이 편했어.
같이 걷고, 밥 먹고, 말 없이 앉아 있어도 불편하지 않았던 사람.”

최영란은 말을 이었다.
“근데 부모님이 너무 셌어.
자기 부모한테 너무 끌려다녔고, 결국 나랑은 안 맞았지.”

“마마보이셨던 거예요?”

“완전. 그 집 부모는 나를 가게 여편네쯤으로 봤지.

결국.. 우리 둘은 아무것도 못 하고 헤어졌어.
문주환도... 사실 지가 결정한 게 하나도 없어.

그냥 ‘시간이 해결하겠지’란 말만 하더라.”

김대식은 묵묵히 운전했다.
잠시 후, 최영란이 그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대식이는 왜 혼자야?”

김대식은 미소를 머금었다.
“저도... 좋아서 헤어진 게 아니라, 떠나보낸 거예요.”

“어떤 여자였는데?”

“제 아내요. 웃음 많은 여자였어요.
잘 먹고, 잘 자고, 고집도 세고.. 약간 영란 씨처럼요.”

“허. 나 같은 여잔 흔하지 않지.”

“그래서 기억나나 봐요.”
그는 잠시 침묵했다가 말을 이었다.
“아내가 병 걸렸어요. 간암.
말기 판정이 났을 땐 이미 너무 늦었고.
그래도 마지막까지.. 웃더라고요.
'나 없어도 두 아들 잘 키울 수 있지?' 그러면서.”

최영란은 그제야 그의 옆얼굴을 깊이 바라봤다.
“고생했겠다.”

“아닙니다. 그때부터 비로소 제 인생이었어요.
그 전엔 누굴 위해 산 건지 몰랐는데
아이들이 있으니까, 하루하루 버틸 이유가 있었거든요.”

“그래도, 외로웠겠다.”

김대식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지금은 사랑하고 싶어요.
그게 영란 씨였으면 좋겠고요.”

최영란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을 내밀어 조수석 손잡이를 잡았다.
“좀만 조심히. 내 인생, 아직 길어.”

공주. 오후 늦은 시각.
‘무화과 나무 아래’라는 책방은 폐업 상태였다.
이름조차 희미한 간판이 바람에 삐걱대고 있었다.

“혹시 여기 책방 주인 아세요?”
김대식이 주민에게 예의 바르게 물었다.

“아, 저기 책방주인 그 문주환 씨? 차 사고로 돌아가셨어요. 벌써 5년 됐지.”

“언제요?”

“겨울이었어요. 눈 오는 날. 혼자 있었대요. 유명했죠, 시 쓰는 사람으로.”

말을 들은 최영란은 망연히 책방 앞을 바라보았다.
그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마음은 문 안을 계속 떠돌았다.
자주 듣던 음악. 시를 쓰던 조용한 손짓.
그리고 언제나 하던 말.

‘시간은 우리 편이야.’

김대식은 그녀 곁에 와서 시집을 건넸다.
책 표지엔 흐릿한 손글씨.

“사랑은, 시간을 믿는 일이야.”

그 문장을 읽은 순간,
최영란의 눈빛이 고요히 떨렸다.

“...넌, 끝까지 그 말을 지켰구나.”

그녀는 조용히 시집을 품에 안았다.
눈을 감고, 그 입술 사이로 작은 속삭임이 흘렀다.

“안녕, 문주환”

그렇게
그 이름은
영란의 시간 속에서
조용히 멈춰섰다.


충남 공주에서 돌아온 후 며칠,

최영란은 입을 꾹 다문 채 침묵 속에 앉아 있었다.

폐업한 책방 앞에서 느꼈던 그 서늘한 기운은 하루가 지나도 가시지 않았다.

김대식도 더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대신 그는 그날 밤부터 다시 조용히 검색을 시작했다.

책방 근처에서 사고사로 죽은 시인이 있다는 이야기, 그게 정말 문주환이었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사망신고 기록, 지방신문, 추모 게시판 김대식은 끝없이 정보를 뒤졌고,

마침내 공주시에서 발간한 옛 뉴스레터 한 귀퉁이에 이름을 발견했다.


「故 문주환, 1980–2016」
문화 활동에 이바지한 시민으로 짧은 추모 문구가 남겨져 있었다.

하지만 어디에도 '장지'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묘지는 어디 있는 걸까요”

김대식은 다시 주민센터, 장례식장, 시립묘지 관리사무소까지 연락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한결같았다.

“그분은 시립묘지에 안 계십니다.”
“가족장으로 치러졌던 것 같습니다.”
“이름이 등록된 기록은 따로 없습니다.”

그렇게 또 며칠이 지났다.

그날 밤, 김대식은 무심코 노트북을 닫으며 창밖을 바라보다가 문득 최영란의 말이 떠올랐다.
“문주환은 나무를 좋아했어. 항상 말했지. ‘사람은 결국 흙으로 돌아가야 돼.’”

그 말에서 이상한 직감이 들었다.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 자연장.

김대식은 새벽에 일어나 공주 주변의 사설 자연장지, 사찰, 무연고 묘지 등을 조사했다. 그리고 마침내 한 시골 동네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오래된 게시글을 발견했다.

“5년 전쯤, 산 뒤에 조용히 묘 하나 생겼어요.

이름 석 자 딱 적힌 조촐한 비석 누구인지는 잘 몰라도 누군가 찾아왔더니 꽃 하나 두고 갔더라구요.

관리도 안 되고 지금은 잡초 속에 묻혀 있어요.”

사진 한 장이 첨부되어 있었다.
그 흐릿한 사진의 묘비석엔 이렇게 새겨져 있었다.
‘문주환. 1980.3.15 – 2016.9.02.’

김대식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최영란에게 전화를 걸었다.

“영란씨 찾았어요. 문주환 씨 묘지요.”
“진짜?”
“예. 근데 좀 많이 외진 곳이에요.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 같아요.”
“그래. 가자.”

다음 날, 두 사람은 충남 어느 작은 마을로 향했다.
길은 점점 좁아지고, 포장도로가 끝난 곳에서 차를 세워야 했다.
이후엔 걸어서 야산을 올라가야 했다.

풀이 무릎까지 자란 산길.
여름 햇살에 지친 매미 소리가 간헐적으로 울렸다.
최영란은 구두를 벗고 운동화 끈을 조여 묶었다.

“괜찮으시겠어요?”
“이런 길 옛날에 꽤 다녔어. 나 시골에서 자랐거든.”

20분쯤 올라갔을까.
그때, 나뭇가지 사이로 작은 비석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주변은 온통 잡초였고, 묘 주변에 어떤 장식도, 그늘막도 없었다.

비석에는 이름과 날짜만이 새겨져 있었다.
‘문주환. 1980.3.15 – 2016.9.02.’

최영란은 무릎을 꿇고 앉았다.
손가락으로 그 이름을 천천히 더듬었다.
이름 세 글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조용한 흔적.
그리고, 아무런 말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진 사람.

“이름만 이렇게 남겨놨네.”
그녀는 속삭이듯 말했다.
“꽃도 없고, 사진도 없고 네가 원한 대로구나.”

김대식은 조용히 멀찍이 서 있었다.
그녀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최영란은 작은 돌멩이를 주워 비석 앞에 내려놓았다.
그건 어쩌면 마지막 인사처럼 느껴졌다.

“그땐.. 네가 나를 많이 좋아했는지, 잘 몰랐어.
그냥 같이 걷고, 웃고, 밥 먹고, 시 읽고
그게 다였지. 그게 사랑인지도 몰랐고.

근데 이제는 조금은 알아.
사랑은 거창한 말보다…
이렇게, 조용히 기억나는 거구나.”

그녀의 목소리가 바람 사이로 흩어졌다.

김대식이 조심스레 다가와 물었다.
“잠깐 더 계시고 싶으세요?”
“아니. 이제 됐어.”

최영란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눈물은 없었다.

그저 한 사람의 이름을,
그가 남긴 조용한 시간들을,
가슴에 고요히 묻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렇게 둘은 준비해온 소주 를 뿌려주고 가려는 순간 영란은 문주환의 묘앞으로 펼쳐진

넓은 초원을 바라보며 김대식에게 이야기한다.


“대식씨 우리 여기 조금만 있다 갑시다.”

김대식은 아무말없이 그녀의 말대로 해주기로했다. 그렇게 둘은 문주환의 묘지 앞에 앉아서

아무말 없이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영란씨? 그런데 문주환 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조금더 이야기해 줄 수 있나요?”

영란은 처음으로 김대식을 바라보며 웃으면서 대답한다.


“문주환은”

그 시절 최영란은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8살이었다.

낮에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이면 작업실에 틀어박혀 그림을 그렸다.

딱히 정규 교육을 받은 화가는 아니었지만, 누군가는 그녀의 드로잉을 '삶의 주름을 닮은 선'이라 했다.

그런 말에도 그녀는 시큰둥했다.

돈이 되지 않는 예술엔 관심이 없었다. 다만 그리는 것밖엔 다른 재주가 없었을 뿐.

그날도 종로의 허름한 카페에서 커피잔을 닦고 있었을 때였다.

카페 구석 테이블에서 책을 쌓아놓고 무언가를 열심히 쓰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손가락은 펜 끝을 따라 조용히 움직였고,

눈빛은 이상하리만치 맑았다. 주변과 단절된 채 살아있는 사람. 그런 인상을 풍겼다.

“누구세요?” 그가 카운터에 와서 커피를 리필해달라 했을 때,

영란은 무심하게 물었다. “여기 자주 오시네요.”


그는 웃으며 말했다.

“여기 조용해서요. 저 시 쓰는 사람인데 문주환이라고 합니다.”

“시인이요? 그걸로 밥은 먹고 살아요?”

당돌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아니요. 그래서 배달도 하고, 학원강사도 해요. 뭐든 하죠. 근데 시는 그냥 놓을 수가 없어서요.”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꾸미지 않는 진심이 느껴졌다.

그날부터 둘 사이의 짧은 대화들이 이어졌고,

마침내 어느 날, 문주환은 그녀에게 시를 한 편 건넸다.

“나는 너의 선 위를 걷는다. 선은 흔들리지만, 너는 선명하다.”

그 시를 읽은 영란은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고 말했다. “당신, 꽤 괜찮네요.”

그게 시작이었다.


한강 다리 아래, 첫 데이트

문주환은 흔한 장소나 전형적인 연애 방식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레스토랑보단 한강변 벤치, 영화관보단 중고책방을 택했다.

데이트라기보단 산책과 대화, 시 낭독 같은 시간이었다.

“이 시 어때요?”

주환이 직접 쓴 시를 영란에게 읽어주면,

그녀는 꼬집듯 비평했다. “너무 관념적이에요. 사람 냄새가 안 나.”

그러면 주환은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당신이 필요해요. 당신은 그림으로 삶을 말하고,

난 말로 삶을 그리니까.”

둘은 함께 있을 때, 세상이 멈춘 듯한 평화를 느꼈다.

영란은 자신도 모르게 매일 그를 기다리게 되었고,

주환도 그녀의 드로잉북을 열어보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 건, 문주환의 집에 초대받고 나서였다.

주환의 부모는 영란을 곱지 않게 봤다. 특히 그의 어머니는 대놓고 말했다.

“그림이요? 그거 직업 아니에요.그리고 아가씨 처럼 성격 있어보이고,

남자 휘두르는 사람하고 주환이랑은 안맞아요

우리 주환이는 섬세한 아이라서요..”

그 말에 영란은 웃으며 대답했다.

“아..네 ”

하지만 그 이후로 문주환은 눈에 띄게 변했다.

데이트 중간에도 어머니 전화에 곧장 받아야 했고, 약속을 취소하는 일이 잦아졌다.

“오늘은 엄마가 갑자기 아프셔서. 다음에 보자.”

“다음은 언제야?”

“다음 주?”

“주환 씨, 나 그림 그리는 시간도 조절하고 알바도 맞춰가며 당신 만나고 있어.

이렇게 계속 미뤄질 거면, 그냥 말해줘. 우리 관계, 지금 뭐야?”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무언가 말하려다 말았고, 대신 “미안해”만 반복했다.

그렇게 둘은 몇달후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날은 유난히 바람이 세찼다. 둘은 영란의 작업실 근처 언덕 위에서 마주 앉아 있었다.

말없이 도시의 불빛을 바라보다가, 영란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나, 이제 이만하려고.”

“뭘?”

“우리. 이 관계.”

문주환은 놀란 표정이었다. 하지만 말리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해야 돼?”

“당신은, 당신 가족의 감정과 나 사이에서 계속 머뭇거려.

시를 쓰면서는 용감한 말을 하면서, 정작 당신 삶은 너무 나약해. 나, 그런 거 못 봐.”

“나는 그냥 둘 다 지키고 싶었어.”

“근데 그럴 수 없어. 나도 지켜야 할 게 있어. 내 그림, 내 시간, 내 자존심.”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조용히 그녀에게 시집 한 권을 건넸다.

“여기, 마지막 시야. 아직 출판은 안 했지만 당신한테 먼저 보여주고 싶었어.”

그 시의 마지막 구절은 이랬다. “시간은 우리 편이야. 우리가 서로를 잊지 않는다면.”

영란은 시집을 받아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 나중에 꼭 증명해줘. 적어도 당신 시 속에선.”

그녀는 돌아섰고, 그는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현재, 묘지 앞에서

“그 사람은, 그런 남자였어요.”

최영란은 그렇게 말했다. 김대식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을 말로는 아주 멋지게 포장했지만, 현실 앞에선 늘 도망치던 남자. 그래도.. 아직도 기억나요. 그 말.”

“어떤 말이요?”

“시간은 우리 편이야.”

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묘 앞에 앉아 있었다.

바람은 조용히 풀을 흔들었고, 묘비 위엔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김대식이 조용히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영란이 그를 바라보며 천천히 물었다.

“대식씨는 와이프분하고는, 어떻게 만나게 된 거예요?”

김대식은 멈춰 서서 그녀를 바라보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 얘기.. 한번 해드릴까요?”

그의 목소리는 조용했고, 눈빛엔 어딘가 오래된 슬픔이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