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에필로그

다시 사랑해도 될까요?

by 아르칸테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과거를 돌아본다.
그 시절의 웃음과 눈물, 놓쳐버린 손길, 차마 전하지 못한 말들이, 시간이 흐른 뒤에도 마음속에 머무른다.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돌아보면, 그 사랑은 언제나 더 빛나 보이고, 때론 더 아프게 남는다.
마치 시간이라는 거울이 모든 것을 아름답게 왜곡시키는 것처럼.

최영란 역시 그 길을 걸었다.
소년 같은 첫사랑, 반항적이었던 청춘의 편지, 뜨거웠으나 쉽게 식어버린 스무 살의 열정,
결혼 직전까지 갔다가 놓쳐버린 남자, 끝내 믿고 싶었던 마지막 사랑,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지만 불시에 사라져버린 한 사람까지.
그녀는 여섯 명의 이름을 다시 불러보며, 그 시절의 자신을 마주했다.
그 기억 속에는 후회도 있었고, 눈물이 있었고, 때로는 웃음이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 길이 결국 ‘지금의 나’를 데려다주었다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
그러나 영란은 깨달았다.
진짜 중요한 건 첫사랑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남는 사랑이라는 것을.

김대식은 살구주스 한 캔을 들고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고백은 서툴렀고, 어설펐고, 멋도 없었다.
하지만 그 진심은 그 어떤 화려한 말보다 강했다.
그는 말했었다.
“나는 더는 돌아다니고 싶지 않아요. 이제 당신 옆에 있고 싶습니다.”

그 순간, 영란은 알았다.
사랑이란 건 불꽃처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끝내 함께 문을 닫아줄 용기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그리고 이 모든 장면을 곁에서 지켜본 임초롱은, 글로써 기록을 남겼다.


사랑은 과거의 사람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의 밥 위에 김 한 조각 올려주는 일이다.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둘 때 가장 따뜻하고,
오늘이라는 시간을 함께 살아낼 때 비로소 진짜가 된다.

사랑은 기다림이 아니다.
사랑은 증명도 아니다.
사랑은 선택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의 손을 붙잡는 용기,
그것이 사랑의 본질이다.

우리는 언제나 우연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마지막은 우연이 아니다.
마지막은 오직 선택으로만 남는다.
그 선택이 반복되고 쌓일 때,
그제야 사람들은 서로의 0번째 사랑이 된다.

사랑은 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하다.
대단하지 않아서 오히려 대단하다.
화려한 고백도, 눈부신 불꽃도 필요 없다.
그저 매일 같은 아침을 맞이하며 서로의 커피잔을 채워주고,
사소한 말다툼 끝에도 저녁 밥상을 함께 마주하는 것.
그 모든 것이 쌓여, 결국 사랑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이제 영란은 안다.
여섯 명의 이름은 지나갔고, 남은 것은 현재다.
그리고 그 현재 옆에는 김대식이 있다.
그녀의 마지막 사랑,
아니,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 0번째 사랑.

책장을 덮는 지금, 독자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은 단순하다.


“당신이 아직도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다시 찾는 여행도 좋습니다.
그러나 그 여정의 끝에서, 결국 바라봐야 할 사람은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사람입니다.
사랑은 그 사람과 함께 오늘 저녁 반찬을 고르는 일입니다.”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고, 그렇게 완성된다.
그리고 그 사랑은, 결코 영원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의 마지막까지 곁에 남아 있을 수 있다.

‘0번째 사랑.’
그것은 마지막에서 처음을 선택하는 용기다.


잠깐!!!


사실 이 이야기를 쓰면서 저는 좀 걱정했습니다.
엄마가 “그걸 꼭 다 까발려야 돼?!” 하고 화내면 어떡하나 싶어서요.
근데 뭐... 이미 다 써버렸으니 어쩔 수 없죠. (엄마 사랑해요♥)

저는 아직 결혼도 안 했고, 첫사랑 얘기도 시시해서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근데 엄마랑 김대식 아저씨를 보면서 깨달았어요.
사랑이라는 건 불꽃처럼 터지는 이벤트가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지켜지는 습관이라는 걸요.

그러니까 사랑은 꽃다발보다 반찬통이고,
고백보다 “밥 먹었어?”라는 말이고,
비싼 여행보다 동네 마트 장바구니입니다.
멋없어 보이지만, 그게 오래 갑니다.

혹시 아직도 사랑했던 사람의 SNS 몰래 들어가 본 적 있나요?
괜찮아요, 그럴 수 있죠.
근데 결국 중요한 건, 검색창 속 사람이 아니라
오늘 저녁에 당신 옆에 앉아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 그래서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사랑은 누군가의 첫 번째가 되는 게 아니라,
끝까지 남아서 같이 고등어 굽고 김치찌개 끓이는 사람이 되는 거라고요.

그러니 꼭 기억하세요.
사랑은 화려한 시작이 아니라,
매일의 생활을 같이 견디고 웃게 만드는 선택입니다.

그리고 한 줄만 더, 초롱답게 덧붙이자면

“사랑은 결국, 같이 살구주스 사러 가는 일이다.”

– 임초롱, 『그 시절, 여섯의 이름으로』를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