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위 악마 살로스

악마와 철학자의 법정

by 아르칸테

제19위 악마 살로스 – 쾌락 중독

죄명: 쾌락을 탐닉하여 인간을 욕망의 노예로 만든 죄


[악마 소개]
살로스.
옛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붉은 옷을 걸치고, 황홀한 미소를 띤 전사로 나타난다.
그러나 그는 거대한 악어를 타고,야만전사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의 능력은 ‘쾌락의 환영’이다.
그는 인간의 고통을 달콤한 쾌락으로 덮어버리고, 잠시의 황홀을 무한한 구속으로 바꾼다.
그가 좋아하는 것은 욕망에 눈이 흐려진 인간의 얼굴이다.
그가 싫어하는 것은 절제의 고요, 그 앞에서는 그의 향락이 무기력해지기 때문이다.

오늘 그는 증언대에 올랐다.


[법정 심문]
철학자(아르칸테): 피고, 네 이름과 죄를 말하라.
살로스: 나는 살로스. 나는 쾌락을 베풀었다. 인간들은 나를 원했다.

나는 단지 그들의 욕망을 충족시켰을 뿐이다. 어찌 그것이 죄란 말인가.
철학자: 네 죄명은 쾌락 중독이다. 네가 준 것은 위안이 아니라 쇠사슬이다. 쾌락은 순간의 불꽃이지만, 너는 그것을 영원한 구속으로 만들었다.
살로스: (비웃으며) 인간은 본래 욕망의 노예다. 나는 그들의 진짜 얼굴을 드러냈을 뿐이다. 고통 속에서도, 책임 속에서도, 결국 인간은 나를 찾았다. 나는 거울에 불과하다.
철학자: 아니다. 네가 한 일은 거울이 아니라 속삭임이었다. 욕망을 부추기고, 절제의 힘을 앗아갔다. 너는 그들의 자유를 빼앗고 탐닉의 수렁에 밀어 넣었다.
살로스: 하지만 쾌락 없이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내가 준 황홀은 삶의 증거다. 인간은 쾌락 속에서 살아있음을 느꼈다.
철학자: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잃게 한 것이다. 쾌락은 삶의 일부이지만, 네가 만든 중독은 삶의 전부를 삼켜버렸다. 네 죄는 삶을 풍요롭게 한 것이 아니라 공허로 몰아넣은 것이다.

살로스의 얼굴이 천천히 일그러졌다.
철학자의 말이 그의 내면 깊은 곳
그가 숨겨놓았던 진짜 얼굴에 닿았기 때문이다.

그는 입가를 비틀며,
중독자 특유의 “황홀과 절망이 섞인 웃음”을 흘렸다.

살로스:

“공허?
하… 공허가 어때서?
모두들 공허를 견디지 못해 나를 찾았지.”

그는 자신의 팔을 긁어대기 시작했다.
피부는 이미 긁힌 자국들로 얼룩져 있고,
그 안에서 희미한 환각의 불꽃들이 스멀거렸다.

살로스:

“저항? 절제?
그건 인간에게 너무 어려운 말이다.
나는 그들을 쉬게 했다.
내 품 안에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되게 했다.
고통? 책임? 미래?
다 필요 없지 않나?”

그는 마치 마약이 떨어진 중독자처럼
손가락을 떨며 허공을 더듬었다.

철학자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철학자(아르칸테):

“너는 ‘쉬게 했다’고 말하지만,
실은 그들을 녹여버렸다.
사람이 사람으로 남기 위해 필요한 의지,
두려움과 마주하는 용기,
삶을 앞으로 밀어붙이는 힘
그 모든 것을 빼앗고 환각 속에 박제시켰다.”

살로스는 비웃더니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살로스

“그래! 나는 그 힘을 빼앗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원했으니까!”

그의 눈은 완전히 중독자의 광기로 젖어 있었다.
바짝 마른 입술,
쾌락의 환영을 다시 찾기 위해 텅 빈 밤거리를 헤매는 자의 눈.

살로스

“인간은 쾌락 없이는 견딜 수 없다!
잠시의 황홀이라도 없으면
그들은 무너진다!
나는 그들에게 해방을 줬다.
끓어오르는 욕망을
통제하지 않아도 되는 해방을!”

그러나 철학자는 더 깊은 곳을 보았다.

살로스의 몸은 떨리고,
그의 말은 점점 더 절박해졌다.

마치 본인조차 쾌락 없이는 유지되지 않는 괴물처럼.

철학자:

“살로스, 너는 쾌락을 준 것이 아니라
‘쾌락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몸’을 만든 것이다.
그들은 너를 찾은 것이 아니라
너에게 중독되도록 설계되었다.”

살로스는 바닥에 손톱을 긁으며 속삭였다.

살로스:

“…그래서 뭐지?
중독이 뭐가 나쁘지…?
기분이 좋으면 되는 거 아닌가…
순간이라도…
따뜻한데…
숨이 쉬어지는데…”

그의 목소리는 점점 가늘어지고,
말 끝에는 거의 어린아이처럼 떨렸다.

그 모습은 악마가 아니라
쾌락 없이는 스스로를 지탱하지 못하는 불쌍한 존재였다.

철학자(아르칸테):

“살로스, 너는 쾌락 중독의 군주가 아니라,
쾌락 없이는 존재조차 유지하지 못하는
비극적 중독자일 뿐이다.”

살로스는 갑자기 눈을 치켜뜨며 절규했다.

살로스:

“조용히 해!!!
나는 왕이다!
황홀의 주인이다!!!
나 없이는 누구도 살아갈”

그의 외침은 갈라진 목소리로 끊어졌다.
그 순간,
마치 금단현상이 온 듯,
그는 스스로의 팔을 감싸며 몸을 웅크렸다.

살로스는 악마가 아니라,
스스로 만든 쾌락의 독에
서서히 녹아내리는 중독자 그 자체였다.

[심판]
철학자는 한 손에 절제의 잔을 꺼내 들었다.
그 잔은 맑은 물로 가득 차 있었고, 흔들림 없이 고요했다.

철학자: 살로스, 이 잔은 네 향락의 잔과 다르다. 취하지 않고, 사람을 노예로 만들지 않는다. 절제의 물은 너의 불꽃을 꺼뜨릴 것이다.

철학자가 물을 뿌리자, 살로스의 손에 쥔 붉은 잔이 산산조각 났다.
그의 몸을 휘감던 쾌락의 불꽃이 꺼지고, 그의 눈빛 속 환희가 꺼지며 공허가 드러났다.

철학자의 잔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살로스의 피부에 닿는 순간이었다.

살로스는 마치 불길 속에 던져진 짐승처럼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나 그 비명은 뜨겁지 않았다.
차갑고, 떨리고, 금단의 고통에 잠식된 자의 비명이었다.

살로스:

“아… 안 돼…!
그걸 끄지 마라!
내 불꽃을 끄지 마!!!”

그의 손아귀에 들려 있던 붉은 잔은
절제의 물을 맞자마자
마치 유리조각처럼 격렬하게 산산조각났다.

깨지는 소리는 법정 전체를 가르며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잔의 파편이 아니라
그가 평생 들고 있던 쾌락의 의존성 자체가 무너지는 소리 같았다.

살로스의 몸에서 피어오르던
분홍빛, 붉은빛, 황홀했던 불꽃들은
절제의 물이 닿는 자리마다
치익— 치익— 하고 증발하며 꺼져갔다.

그 불꽃은
그가 인간에게 준 유혹의 불꽃이기도 했고,
그 자신이 중독되어 있던 불꽃이기도 했다.

물이 조금 더 흘러가자
살로스의 눈동자 속 ‘황홀’이
급격히 썩은 꽃처럼 시들어갔다.
남은 것은
텅 빈 빛, 공허라는 구멍.

살로스:

“…돌려줘…
내 불꽃을…
내 황홀을…
그게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그는 무릎을 끌고 철학자에게 다가오려 했다.
그러나 발목에 묶인 보이지 않는 사슬이
그를 뒤로 끌어당겨 넘어뜨렸다.

그 사슬은 바로
그가 평생 인간에게 씌웠던
중독의 사슬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그 사슬은 그 자신을 옭죄고 있었다.

철학자(아르칸테):

“살로스,
너는 중독을 준 자가 아니라
중독에 잠식된 자다.
너는 쾌락을 지배한 적이 없다.
쾌락이 너를 지배해왔다.”

살로스는 바닥을 긁으며 울먹였다.

살로스:

“조용히 해…
나는… 나는…
쾌락의 왕이다…
황홀의 주인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추워…?”

그의 몸에서 마지막 불꽃이 꺼졌다.

살로스는 벌거벗겨진 듯한 고통을 느끼며
절규 대신 몸부림을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피부를 긁고,
바닥의 파편을 주워 다시 불꽃을 피우려 했지만
절제의 물이 뿌려진 공간에는
어떤 황홀도, 어떤 불꽃도 자라지 않았다.

살로스는 더 크게 외쳤다.

살로스:

“잠깐의 따뜻함이라도…
아무것도 생각 안 해도 되는 그 순간이라도…
돌려줘…
제발… 제발…”

그러나 절제의 물은
그의 혀끝에 맴돌던 빠른 숨결을 천천히 가라앉혔다.
몸부림은 점점 느려지고
중독이 꺼지는 것처럼,
그의 광기도 서서히 가라앉아갔다.

철학자는 조용히 선언했다.

철학자:

“쾌락은 너를 살게 한 것이 아니라,
너를 죽이는 독이었다.
그리고 그 독에서 벗어나지 못한 너는
심판을 피할 수 없다.”

살로스는 마지막 남은 힘으로
부서진 붉은 잔의 파편을 붙잡았다.

그 조각은 손에서 피가 날 정도로 날카로웠다.
그러나 그는 그것마저 놓지 못했다.

그의 떨리는 손끝이 말하고 있었다.

‘나는 아직도 쾌락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귀환]
무너진 자리에서 한 인간이 일어섰다.
그의 얼굴에는 취한 웃음 대신, 고요한 눈빛이 깃들어 있었다.

그는 낮게 말했다.
"나는 쾌락에 매달려 사람들을 중독시킨 죄인이다. 이제는 욕망이 아니라 절제 속에서 살아가겠다."


[교훈]
쾌락은 삶의 일부일 뿐 전부가 아니다. 절제가 없는 쾌락은 자유가 아니라 노예의 굴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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