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철학자의 법정
죄명: 은밀한 지배욕으로 인간의 자유를 조종한 죄
[악마 소개]
푸르손.
옛 기록에 따르면 그는 사자의 머리를 지닌 건장한 남성으로 한 손에는 독사를 들고
있으며 거대한 곰을 타고 다닌다
그의 능력은 ‘보이지 않는 지배’다. 그는 직접 명령하지 않는다. 대신 은근한 권위와 암시로 사람들을 따르게 만든다.
그가 좋아하는 것은 자신도 모르게 무릎 꿇는 인간의 자세다.
그가 싫어하는 것은 자유의 목소리, 그것은 그의 권위를 허물어뜨린다.
오늘 그는 증언대에 섰다.
[법정 심문]
철학자(아르칸테): 피고, 네 이름과 죄를 말하라.
푸르손: 나는 푸르손. 나는 왕좌에 앉아 길을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스스로 나를 따랐다. 나는 강요하지 않았다. 그들의 선택이었을 뿐이다.
철학자: 네 죄명은 숨겨진 지배욕이다. 너는 선택이라 말했지만, 그들의 마음을 은밀히 조종했다. 보이지 않는 사슬이었을 뿐이다.
푸르손: (미소 지으며) 인간은 언제나 지배자를 원한다. 나는 그 욕망에 응답했을 뿐이다. 그들이 따르지 않았다면, 내가 왕좌에 있을 수 있었겠는가.
철학자: 아니다. 네가 한 것은 욕망에 기대어 자유를 빼앗은 것이다. 지배욕은 가장 교묘한 폭력이다. 그것은 칼보다 은밀하고, 족쇄보다 무겁다.
푸르손: 그러나 나의 지배는 질서를 만들었다. 혼란을 막고, 그들에게 안정과 방향을 주었다. 그들은 나 없이는 길을 잃었을 것이다.
철학자: 안정은 구속의 이름으로 가장되었고, 방향은 너의 욕망으로 왜곡되었다. 진정한 길은 자유 속에서 찾는 것이지, 왕좌의 그림자 아래서가 아니다.
철학자의 말이 끝나자,
푸르손은 잠시 침묵했다.
그 침묵은 반성이 아니라 계산이었다.
그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마치 상대의 약점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느릿한 박수 소리를 냈다.
푸르손:
“흥미롭군.
자유라…
인간이 그 말을 얼마나 쉽게 내뱉는지 아는가?”
그의 미소는 더 얇아졌다.
날이 선 칼날처럼, 겉은 부드러우나 안쪽은 차가웠다.
푸르손:
“그들은 자유를 원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결정의 순간이 오면
항상 누군가의 얼굴을 먼저 본다.
나는 그저
그 얼굴이 되어주었을 뿐이다.”
그는 왕좌에 앉아 있지도 않으면서
여전히 앉아 있는 듯한 태도를 유지했다.
몸은 법정에 있으나,
자세는 여전히 위에 있었다.
푸르손:
“조종이라 했나?
아니, 나는 선택지를 정리해줬다.
그들이 혼란스러워하지 않도록,
불안해하지 않도록,
책임을 느끼지 않아도 되도록.”
그는 손을 들어
보이지 않는 실을 당기듯 움직였다.
푸르손:
“인간은 책임을 싫어한다.
결정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지.
그래서 누군가 대신 결정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바로
나였다.”
철학자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철학자(아르칸테):
“너는 책임을 덜어준 것이 아니라,
책임질 기회를 빼앗았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