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막 서문,

그날,나는 무엇을 몰랐을까

by 아르칸테

인간을 바라보는 더 큰 눈

밤이 깊어질수록
아이의 마음속에는
더 많은 목소리들이 쌓여갔다.

도둑이라는 이름,
상처받은 아이라는 이름,
미완성의 뇌라는 이름,
배고픈 동물이라는 이름,
결핍을 가진 존재라는 이름.

어른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언어로 아이를 설명했고,
각자의 정의로 아이를 붙들어 두었다.

그 말들은
어른들의 진심과 애정으로부터 나온 것이었지만,
그만큼 아이에게는 무겁고 커다란 그림자였다.

아이는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럼… 나는 어떤 존재지?”

라면을 집어 들던 그날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뛰어왔을 뿐이었다.
배고픔, 충동, 무지, 겁, 혼란
그것들이 한꺼번에 엉켜
말도 되기 전에 행동이 먼저 튀어나왔던 날.

그러나 어른들은
그날의 아이를 너무 많은 방식으로 해석했다.

그리고 이제,
아이는 새로운 문 앞에 선다.

이 문은
비난도, 진단도, 분석도 없는 곳.
죄와 용서의 언어,
공(空)의 시선,
철학의 지도,
그리고 무엇보다
단순한 인간의 말이 오가는 자리.

여기서부터는
해석의 무게가 아니라
이해의 온도가 아이를 이끈다.

신부의 말은
죄를 다시 정의하게 하고,
스님의 말은
알지 못함의 여지를 가리켜주고,
철학 교수의 말은
모든 관점을 하나의 지도로 펼쳐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에
또래 친구의 말이
그 어떤 이론보다 먼저
아이의 마음을 녹인다.

3막은
아이가 처음으로
자신의 내면을 마주보려는 여정이다.

어른의 언어가 아닌
자기 언어로 돌아가는 순간을 향해
천천히, 조용히,
그러나 반드시 걸어가는 시간이다.

그리고 이 여정의 끝에서
아이는 마침내
그날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정말 무엇을 몰랐던 걸까?”

이제,
그 답을 찾기 위한
세 번째 장막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