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그날,나는 무엇을 몰랐을까

by 아르칸테

에필로그 – 그날,나는 무엇을 몰랐을까

세상은 여전히 바쁘게 움직였다.
어른들은 저마다의 판단을 들고 다녔고,
아이들은 그 판단 속에서 하루를 살아갔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단 한 명
라면을 집어 들었던 그 아이만큼은
조용히 달라져 있었다.

그는 이제 알고 있었다.
세상은 언제나
말을 붙이고,
이름을 만들고,
무언가로 규정하려 하지만…

그 말들보다 더 깊은 곳에서
자신의 마음은
아직 말이 되지 않은 채로
부드럽게 숨 쉬고 있다는 것을.

그날,
그는 자신이 무엇을 몰랐는지 알게 되었다.

라면 봉지를 집어 든 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는 사실.
그 행동 뒤에 숨어 있던
작고 투명한 마음을
아무도 제대로 보지 않았다는 사실.
그리고
‘나도 나를 보지 못했다’는 사실.

이제 그는
세상의 언어에만 기대지 않을 것이다.
어른들의 해석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의 말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그 말만으로는
자기 자신을 다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그는 아주 작은 손으로
자기 마음을 가만히 붙잡았다.

그 마음은
여전히 서툴고,
여전히 작고,
여전히 말이 되지 않았지만

그 작은 마음을
버리지 않는 법을
그날 처음으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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