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나는 왜 이렇게 눈치를 볼까?

나도 내생각을 모르겠어.

by 아르칸테

6장. 나는 왜 이렇게 눈치를 볼까

관계 속에서 사라지는 나


퇴근길 지하철에서였다.
문득, 오늘 하루 동안 내가 했던 말들을 떠올려보았다.
그리고 이상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한 말이… 거의 없네?’

하루 종일
눈치 보며 맞춰주고,
상대의 기분을 살피고,
내 말보다 상대가 듣고 싶어 할 것 같은 말을 골라내고 있었다.

그 순간, 마음이 조용히 속삭였다.
“혹시 너… 오늘 하루에 ‘너’는 몇 번이나 있었어?”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퇴근길 지하철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은
지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비어’ 보였다.
마치 하루 종일 사람들에게 조금씩 떼어주다가
남은 찌꺼기 같은 표정.

그때 마음이 옆자리에 앉듯
슬며시 다리를 흔들며 말을 이어왔다.

“너 오늘,
사람들 눈에는 열심히 살아 보였겠지만…
정작 너는 너를 한 번도 선택하지 않았어.”

나는 괜히 기침을 했다.
“아니, 그건 그냥… 분위기 맞춘 거지.
다들 불편해하면 안 되니까”

마음이 말을 끊었다.
“근데 넌 왜 항상 ‘다들’이 먼저야?
왜 너는 단 한 번도
네가 불편할까 봐 걱정하지 않아?”

지하철이 잠시 흔들렸다.
내 마음도 같이 흔들렸다.

나는 왜 나를 이렇게 쉽게 밀어내는 걸까.

어쩌면, 나는
조용히 사라지는 방식으로
관계를 유지해온 건 아닐까.

상대가 편하면
나도 괜찮다고 믿었고,
상대가 웃으면
오늘 하루도 잘 산 거라고 착각했다.

그러나 마음은 알고 있었다.
그 웃음 뒤에 내가 없었다는 걸.

지하철 문이 ‘띵’ 하고 열릴 때,
마음이 조용히 내 손목을 잡았다.

“넌 배려한다고 생각했겠지만…
사실은 ‘잃을까 봐 두려워서’
더 빨리 너를 지운 거야.”

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문제는
내가 얼마나 눈치를 보느냐가 아니라,
눈치를 보며 잃어버린 ‘나의 자리’가
얼마나 넓은가 하는 것이었다.

마음은 환한 형광등 아래에서
나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도 너는
많은 사람을 챙겼지만,
정작 너는 챙기지 않았어.”

그 말이
지하철 문이 닫히는 소리보다
더 크게 귓가에 울렸다.


‘눈치’는 배려가 될 수도, 사라짐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흔히 눈치를 보는 사람을
착한 사람, 배려 깊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 익숙해진 눈치는
어느 순간 나를 조금씩 지워버린다.

‘내가 불편하면 어떡하지?’
‘저 사람이 기분 나쁘면 어떡하지?’
‘괜찮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아닌 것 같은데…’

이렇게 모든 시선이 상대에게 향해 있을 때
정작 나는 아무도 바라보지 못한다.
심지어 나조차도.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아르칸테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안녕하세요~

822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44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