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도리를 잃어버린 날,

A_Kante

by 아르칸테
A_Kante

옛날 옛날에 순수하고 마음여린 미로라는 토끼가 살았습니다.


미로는 항상 빨간 목도리를 두르고 다녔다.

누군가 준 것도,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 목도리를 두르면 마음이 안심되었다.


어느 날, 칼렌이라는 여우가 다가와 말했다.


“그 목도리, 너한텐 너무 튀는 거 알아?”

“사람들이 너를 부담스러워할지도 몰라.”


미로는 머뭇거렸다.

하지만 목도리를 더 세게 묶고 하루를 버텼다.


며칠 후, 칼렌은 또 말했다.


“내가 그런 말 안 했으면,

넌 몰랐을 거잖아?

난 너 생각해서 말하는 거야.”


미로는 조용히 목도리를 풀어 가방에 넣었다.

그날부터, 이상하게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자꾸 눈치를 보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미로는 목도리를 꺼내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는 점점 더 자주 추위를 느꼈다.

마음이 허전했고,

길을 걸어도 발끝이 흔들렸다.


칼렌은 계속 곁에 있었다.

항상 친절했고,

항상 “널 위해서야”라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미로는 거울을 보다가 문득 중얼거렸다.


“내가 원래 이랬던가…?”

“나는 왜 이렇게 조용해진 거지…?”



그 순간,

잊고 있던 빨간 목도리가

가방 속에서 구겨진 채 발견되었다.


그제야 미로는 깨달았다.

“나는 뭔가를 뺏긴 게 아니라,

내가 틀렸다고 믿어버린 거구나.”




교훈


가스라이팅은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널 위해서야"라는 말 뒤에 조용히 숨어 있다.


우리가 잃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그 사실을 믿을 수 있는 감각과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