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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Mar 20. 2018

공부의 철학

제목을 듣고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 온 세상의 지식 성애자와 공부 성애자들이 평생을 갈망하고 원하는 바로 그 문제의 '궁극'만을 모아 제목으로 만들었다는 것. 그러니까 모든 지식 성애자들이 원초적으로 탐구하고 싶어 하는 주제를 제목으로 사용해서 붙였다는 것. 둘째, 제목을 너무 쉽게 지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 아닌 의심. 과연 이 작고 심플한 책이 이 궁극의 문제를 온전히 다루고 있기는 할까? 


이 책을 다 읽은 후의 감상은 이러하다. 위 두 가지 의문을 풀어줄 해답이 그래도 있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공부의 철학>에는 그 해답이 존재하기는 한다. '철학'이라는 단어가 '사고의 기술'이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면, 이 책을 읽은 후 일종의 공부하는 방법론을 얻기는 얻었기 때문에, 공부를 제대로 (시작)할 수 있는 기술론을 설명하고 있는 이 책 <공부의 철학>은 제목이 아주 틀리지는 않다는 것이다.




제목이 주는 숭고함 혹은 막연함과는 달리 <공부의 철학>은 일종의 방법론을 깨나 구체적이고 소박한 방법으로 요약해서 알려주는 책이다. 물론 저자의 문제의식과 방법론은 상당히 개인적인 경험과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다.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들이 어떤 지점에서 다시 공부를 해야 하는 동기를 찾야아하는지, 그리고 그 지점을 찾아냈다면 거기서 어떤 사고의 연쇄작용을 통해 공부를 끈기 있고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근육을 만들 수 있는지 하는 점을 자신이 돌파한 방법으로 안내하고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아주 중요한 수단을 먼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저자는 그 수단으로써 '언어'를 든다. 언어로 사고하며, 언어로 생활하고, 언어로 자신의 세계를 넓혀 나가는 인간이기 때문에 언어를 통하지 않고서는 애초에 이 방법론을 시작할 수조차 없다. 인간의 사고체계는 언어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철학적 이론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비트겐슈타인과 들뢰즈, 가타리의 이론을 사전에 이해하고 있다면-이 책의 방법론은 상당히 쓸모 있는 책이 될 것이다. 그래서 언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지 않고, 사고하지 않고 있다면 이 책의 방법론은 사실 써먹기가 좀 힘들다. 하지만 이 도구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저자의 방법론을 따라가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일본인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이해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도구적 언어가 지배하고 있는 일상 세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도구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일상 언어 체계와 의사소통 상황에 일종의 '딴지'를 걸 줄 알아야 한다(일본에서는 이 같은 행위를 '츳코미'라고 한다). 굳이 이론적으로 말하자면 지금 대화하고 있는 주제를 빗겨서 생각할 수 있는 아이러니를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아이러니만을 좇다 보면 결국에는 진리에 닿을 수 없이 아이러니의 무한 루프에 갇힐 수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여기서 필요한 것은 아이러니를 유지하면서 '유머'(일본의 문화적 맥락에서 이야기하자면 '보케')로 확장하는 것이다. 유머는 동일한 문제의식을 새로운 차원으로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데, 이런 계기는 내가 새롭게 공부할 수 있는, 몰두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이렇게 일상에서 시작할 수 있는 쉬운(?) 방법들을 <공부의 철학>은 설파하고 있다.


물론 단점도 존재한다. 이런 방법론은 사실 너무나 일본적인 방식이라서 한국인인 나로서는 조금 오그라들고 민망(?) 하기도 했다. 여기서 말하는 민망함이란 일본의 형식화된 예능이나 교양프로를 볼 때 공감하지 못하는 상황과도 비슷하다. 하지만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가 아주 어렵지 않게, 일상 속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단서 찾기에 대한 방법론에 대해서는 이 책은 그래도 친절한 편이라 할 수 있다. <공부의 철학>을 통해 공부를 할 수 있는 단서와 계기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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