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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May 17. 2018

당신은 우는 것 같다

그날의 아버지에게

사람으로 태어난 모든 존재는 아버지를 가지고 있다. 지금은 없더라도 기억만이라도 남아있을 수 있고, 혹은 기억조차 없더라도 나라는 인간의 기원이라는 필연적인 개념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아버지는 사람들에게 아주 평범한 존재다. 회사에서도 나의 옆자리 동료가 곧 아버지가 되고, 옆 옆의 동료는 이미 아버지이다. 내가 언젠가 어떤 아버지의 배우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알게 모르게 매일 읽고 보는 활자들 속에, 무심결에 듣고 흘린 음성들 속에 있는 단어일 수도 있다. 아버지는 지하철 전도사에게서도 듣고, 회사 경조사 소식에서도 보는 흔한 단어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아버지는 특별하다. 나 역시 내 아버지는 나에게 특별한 사람이다. <당신은 우는 것 같다>는 신용목 안희연 시인이 각자의 '특별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세상의 여러 시들에 기대어 서서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똑바로 서지 못하고 기대고 있는 이유는, 아버지에 대한 생각 조각이 너무나 많은데, 파편들 몇 가지를 골라내 이야기하기 위해 그 시들의 심상과 서사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면 이내 울 수밖에 없어서, 어딘가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에 이른다. 이 책을 쓴 두 시인과,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 모두. 이 책을 읽는 동안은 꼭 홀로 서있지 말고 어딘가에 기대어 있길 바란다.


<당신은 우는 것 같다>는 아버지에 대한 그들 각자의 시선집이기는 하지만,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붙잡아 두고 싶은 바람을 그린 책이기도 하다. 아버지라는 존재는 어쩐지 그런 존재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아버지의 젊은 날은 너무나 찰나였고, 가슴 아프지만 생생히 볼 수밖에 없는 것은 아버지의 오늘과 내일로서 늙어가는 날일 뿐이다. 그것 조차도 우리는 붙잡아 두고 싶다. 효도가 DNA에 있어서가 아니다. 아버지는 여전히 오늘까지도 나의 모든 것을 만들어준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매일 늙어가는데, 아버지는 나를 여전히 일곱 살 어린아이처럼 대하며 당신의 얼마 남지 않은 젊음을 나에게 쏟아부어준다. 여전히 나를 애 취급하는 아빠 덕분에 나는 여전히 어릴 수 있고, 생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죽어가는) 아버지를 붙잡아두고 싶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시는 박연준의 <뱀이 된 아버지>이다. 너무 유명한 시이지만 제대로 읽은 적은 없었다. 너무 생생하고 슬픈 풍경이 눈앞에 그려져 집에 와서 펑펑 울었다. 이렇게 평범한 존재들을 평범하게 써도 슬퍼지는 것이 또 슬프다. 어렸을 때 혼자 사는 생활을 시작하면서 이렇게 혼자 외롭게 살았을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의 아버지 생각을 하며 자주 울었던 그때처럼 다시 어려진 기분이다. 아빠 생각은 울어도 울어도 마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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