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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May 12. 2018

경애의 마음

김금화

경애의 첫인상은 매우 거친 사람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경애 삶에 쌓인 갖가지 사건들을 알게 된 순간 그 누구보다도 경애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수는 어렸을 때부터 상처와 두려움이 많지만, 이런 아픔들을 깨나 잘 인내하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이 소설을 끝까지 다 읽었을 때엔 막연한 부러움이 들기도 했다.


구체적인 사건 없이 <경애의 마음> 속 주인공들의 강직함과 단단함을 이야기하려니 너무 투박한 소설로 보이는 것은 아닐지 싶다. 더군다나 '경애'의 '마음'이라니, 제목의 촌스러움 때문에 과연 이 소설이 요즘 감성에 맞기는 한 것인가 싶기도. 그리고 이런 설명이 이 소설이 재미를 보증하는 역할을 하지도 않는 것 같다. 하지만 <경애의 마음>을 단숨에 읽어버릴 수밖에 없게 만든 건 바로 이들, 경애와 상수의 단단함 때문이다. 이미 다 읽은 상태이지만, 물러져 녹아 내려가려는 내가 되었을 때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애의 마음>은 마냥 따뜻하고 부드럽지는 않지만 마치 현실에 있는 누군가가 이야기하듯 우리에게 위로의 손길로 다가올 것이다.




<경애의 마음>은 우리와 비슷하게 사는-그러니까 연애를 하고 회사를 다니고, 노동 계급으로서 힘든 하루를 보내고, 그리운 누군가를 만나고 싶지만 만날 수 없는 상황에 놓인-경애와 상수가 (알고 보니) 서로 겹치는, 몇 가지 삶의 교차점을 알게 된 후 삶을 이어간다는 내용이다. 과거 화재사고와 과거의 연애, 사람들과의 교류 속에서 받은 마음의 상처들이 있지만 삶은 계속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소설 속 두 사람은 최근에 본 소설의 어떤 사람들보다도 이런 강인함이 읽는 순간마다 피부에 와 닿는 사람들이었다. 망원동 어드메를 돌아다니다 보면, 호찌민 번화가 어딘가를 가면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경애와 상수는 아픈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면서도 그 경험을 단지 슬프고 아픈 것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사건으로 인해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세상과 세상 사람들은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경애의 마음>의 두 사람은 정말 서로 다른 것 같다. 하지만 <경애의 마음>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 두 사람은  공통의 인물, 경험, 사건을 가진 것뿐만 아니라 더 많은 것들을 닮아있는 듯했다. 소설의 도입 부분, 서로가 절대 마주칠 수 없을 것 같던 평행선 위의 두 사람은 결국 만나기에 이른다. 그건 아마도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경애’의 ‘마음’이라는 제목은 온전히 심정적인 의미로만 채워져 있다. 

문학을 읽는 이유와도 통한다. 참 아름다운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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