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달 Aug 16. 2016

함덕에서 수영을 하고 잠이 들었다

함덕에서 수영을 하고 나와 스르륵 잠이 들었다.


오랜만에 꿈도 꾸지 않고, 뒤척이지도 않고, 내일을 그려보지도 않고 그냥 지쳐 쓰러진 채 평상에서 잠이 들었다. 자고 일어났을 때 내 앞에 펼쳐진, 함께 놀러 온 동료들의 풍경이 좋았다. 나는 평상에서 잠을 잤고 동료들은 평상 앞 파라솔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옥빛 바다 앞에서 한낯의 빛을 그대로 받으며 한가로이 주말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 나는 비록 그 시간에 잠을 잤지만, 나까지 그 행복한 풍경의 시간을 같이 보낸 것 같았다. 


야외에서 이렇게 잔 거, 되게 오랜만이다. 그리고 이렇게 깊이 잘 잔 건, 정말로 오랜만이다. 걱정 없이 자고 싶을 때 자고, 자고 일어났을 때 행복한 풍경이 보이는 것. 그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한 일이다.


서울에 가면 시집을 다시 찾아보려 한다.

글에 대해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겠다.

이 세상에서 이렇게 조금이라도, 아름다운 순간을 발견할 수 있는 희망이 나에게 남아있다면 그 희망을 저버리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내가 이런 희망을 발견하기 전에 나보다 먼저 발견했던 사람들은, 그것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궁금하다. 모든 순간들이 아름다울 수는 없지만 그것이 문자로 조탁이 되었을 때, 슬픔과 쓸쓸함 조차 그림 같은 풍경이 되어 아름다워지는 것을 알고 있다.


시라는 건 언제나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건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발견을 어떤 사람들은 정말이지 잘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이런 질투심 이전에, 사실 무언가를 제대로 보는 방법조차도 알지 못했다. 감정의 순간을 글자로 극대화한 조합이 바로 '시적인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오늘 자고 일어나서 본 한낮의 풍경은 익숙한 곳에서 쉬이 지나칠 법한 인상이었지만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 순간을 발견한 그 일 하나 때문에 그동안 스쳐 지나갔던 아름다움을 다시 찾고 싶어 졌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가깝게 표현하는 방법이 시라면 나도 그 방법을 따르고 싶다. 


이곳은 어쩐지 나의 여행 일지를 쓰는 곳이 되어가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한라대 앞 공원 놀이터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