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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Jun 15. 2018

<네이버는 어떻게 일하는가>

네이버 그린팩토리는 24시간 멈추지 않는다, 고 한다

한국에서 구글과 애플처럼 '이상적인' 업무 문화(기업 문화 아님)를 가지고 있는 회사를 떠올려보라 한다면, 어딜 많이 떠올릴까? 모두가 같은 대답을 하지는 않겠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네이버'를 꼽을 것 같다. 


네이버는 우리 삶을 편하고 스마트하게 도와주는 무형/유형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곳이다. "우와 이런 기술이 가능하다니" 하면서 일상에서 빈번하게 놀라는 때는, 2년에 한 번씩 스마트폰을 바꿀 때가 아니다. 2달에 한 번씩 업데이트되는 네이버 앱의 릴리즈 노트를 읽어보고 다운로드해 직접 그 기능을 써볼 때 더 자주 놀라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스마트한 서비스 이미지와 그 회사를 동일시하는 일은 그냥 스며들듯 이루어지고는 한다. 아무튼, 네이버라는 회사가 국내 IT SW 기업의 선두에 있는 만큼, 업무 방식과 문화도 정말 선진적이고 스마트한지 알기 위해  <네이버는 어떻게 일하는가>를 읽어보았다.



이 책은 주로 3가지 주제를 큼지막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 주제에 대한 답은 사실, 부제 '네이버 그린팩토리는 24시간 멈추지 않는다'에 다 나와있는 것이라 해도 무방하다.


1. 네이버를 만들기까지 창업자 이해진(과 그의 사람들)의 이야기.
2. 이해진이 삼성SDS을 나와 성공적으로 벤처기업을 만들고 키울 수 있었던 업무 방식과 철학, 그리고 그의 사람들(임원들)이 네이버에 뿌리박아둔 업무 방식과 철학.
3. 현재 네이버가 실패하고 성공한 각종 서비스 및 SW의 현재 진행형 역사.


1. 네이버의 창업 비화에는 워낙 전설적인(?) 사람들이 많이 관련되어 있다. 네이버에 관심이 있고 역사를 조금이라도 찾아본 사람이라면 아주 모르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자세하게 창업 당시 이해진의 상황과 목표가 나와 있어서 대강은 알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창업 시절의 에피소드를 읽으며 잠깐 마음이 뜨거웠던 점은, (물론 이해진이 아주 총명한 사람이라는 것은 아주 맞는 사실이긴 한데) 자신이 비록 코딩을 아주 잘 하지는 못하더라도, 즉 실제 구현 능력은 나의 주특기가 아니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꿈과 설계도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시작할 수 있는 동력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key가 결국 인맥, 인사일지라도 말이다.


2. 스마트한 업무 도구를 활용해서 언제 어디서든 업무를 수행하고, 밤낮없이 서비스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밤낮없이 일한다는 내용이 생각보다 길게 나온다. 저자가 이런 과로를 마냥 칭송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 네이버의 성공을 이끈 건 '열정'이라는 사실을 아름답게 설명하고는 한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IT 업계가 시끌시끌한 판국에 이 부분을 마냥 손뼉 치면서 볼 수는 없을 것이다(나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서비스 담당자들이 적절한 오너십을 발휘하여 최고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밤낮없이 방망이를 깎았다는 미담 정도로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진정으로 이 업계 종사자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는(굳이 '워라밸' 이런 용어 쓸 필요도 없이 그냥 저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가치들 말이다) 이런 업무 문화 역시도 때로는 비판적으로 봐야 할 것이다. 


동종 업계에서 일하는 나는 이 책에서 설명하는 네이버의 업무 방식과 거의 다르지 않게 매일 일을 한다(툴의 이름만 바꾸면 내가 일하는 회사라고 해도 모를 수준이다). 출근길에도, 출장 비행기를 타기 직전에도, 화장실에서도 업무 툴로 업무 이슈를 팔로우한다. 직원들이 일을 안 하는 것 같아서 사내에 어떤 물건을 치웠대더라, 어떤 시설이 없어졌다더라, 복지가 없어졌다더라.. 같은 이야기도 종종 비슷하게 접한다. 경쟁사는 뭘 어떻게 만들어서 오픈했던데, 그럼 우리는? 이런 얘기도 자주 한다. 서비스를 빛의 속도로 개선하여 회사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매일의 긴장이 생활에 도처에 널려있다. 물론 회사와 기업을 위해서는 아주 좋은 일인 것은 맞다. 그러나 임원이 아닌 사원의 입장에서 이런 성공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역시 각자의 몫일 것이다.


 3. 네이버의 성공적인 제품들과 앞으로 네이버의 먹거리를 참 고루고루 설명하고 있다. 생각보다 네이버 주식회사에 대한 설명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는 않고, 라인의 성공 스토리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라인이 어떻게 현지화에 승부수를 띄워 성공했는지 궁금한 사람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그 외에 AI 엔진, 웨일브라우저, 전기차에 대한 설명도 골고루 들어가 있다.


저자는 본인이 처한 위치와 그동안의 경험에 입각하여(저자는 언론사 기자이며 네이버와 합작법인 소속으로 주제판을 만든 사람이다), 네이버가 그야말로 '스마트하게'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설명했다. 이 중에 틀린 말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네이버가 이만큼 성공을 이룬 것 또한 이 책에서 설명한 입지전적의 인물과 전략 덕분이라는 것도 틀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바로 이 책의 부제가 설명하고 있는 그 관점이 아닐까 싶다. 네이버의 사람들이 24시간 일을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과연 이 명제가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IT 업계의 오늘에서 듣기에 괜찮은 말인지는 각자가 판단해야할 것이다. <네이버는 어떻게 일하는가>는 네이버가 어떻게 만들어져 어떻게 일하는지를 깨나 정직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국내 최고의 IT 회사가 어떻게 스마트하게 일하는지 궁금한 사람, 결국에는 '네이버처럼' 기업을 일구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좋을 책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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