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달 Jun 26. 2018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너와 나, 사회에서의 자유

인간은 성인이 아니다. 공동선을 추구할 수는 있어도 언제나 그것을 성공시키는 현자가 될 수는 없다. 그런 방법은 있지도 않을 것이고, 그 모든 관계를 다 고려하기엔 이 사회는 너무 복잡하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방법'을 익히고 살 수는 있다. 밀의 <자유론>은 바로 이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그런데 제목은 '자유론'이다. 제목대로 하려면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으로서가 아니라 개인 각자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논해야만 하는 것 아닌가? 개인이 개인의 자유를 발휘하려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밀의 <자유론>에서 이야기하는 자유는, 사회인으로서 살아가는 우리가 모두의 관계 효용을 위해, 그리고 거기서 각자의 삶의 고양과 행복 추구를 위해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사회 안에서 부딪히며 살고 있어서, 단순히 나만 자유로워진다고 해서 행복해질 수는 없다. 다시 한번 설명, 밀의 <자유론>은 사회의 구성원 각자가 도모하고 발휘해야 하는, 나의 행복 추구를 위해 반드시 주체적이어야만 하는 관계 효용으로서의 자유 의지를 단단히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 책이다. 




밀은 '자유로운 인간'이 되기 위하여, 사상과 토론의 자유, 개성의 존중, 각자의 자유 보장을 위하여 소극적이지만 때때로 효과적인 장치로서 필요한 국가(사회)를 이야기한다. 지극히 자유로운(?)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현재 시점으로서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참 비장하게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막상 밀이 책에서 하는 자유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공기처럼 당연히 우리 곁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살아서 자유의 뜻을 한참이나 모른 채 지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왜 자유로워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자유롭게 살아야 하는지는 거의 고민하지 않은 채 살았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의 결핍은 나뿐만 아니라 타인의 자유로움까지도 해치고 방해하는 결과로 이어졌고, 그로 인해 답 없는 싸움과 갈등, 몰상식한 독재를 계속해올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이런 자유를 새롭게 고민하게 된 계기는 어떤 정치적인 경험을 하고 나서부터다. 어린 시절 다소 문학적인 경향으로만 생각했던 '자유'라는 개념에 찬물 끼얹듯 새로운 뜻으로 닥쳐온 순간은 위정자의 판단이 사회 정의에 위배되었다 생각되었을 때부터였다. 그런 사건들에 나의 의견을 피력하고 싶은데(이것은 말을 이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집단이나 결사로서 행동하는 것도 포함한다) 그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 알게 되었을 때, 나의 자유는 어떻게 발휘되어야 하는가를 알려 준 책이 어렸을 때 봤던 바로 이 책 <자유론>이었다. 이런 가르침은 지금도 종종 나를 깨우고는 한다. 사회인이 된 지금 자유를 실천하려 할 땐,  특정 집단(회사)에 소속되어 종사하는 일원으로서 집단 이익, 범적으로는 공익을 위하여 내가 최선으로 이 조직에서 존재하고 일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나의 생각과 의지, 판단을 주장하고 설득하며, 교류하는 일의 모든 것은 자유와 관련이 있다.


'자유'라는 말을 언제 처음 배웠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시키는 대로' 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야지 하는 가치관을 세운 기억이 좀 오래된 걸 봐서는 꽤 어렸을 때 그 개념을 자연스럽게 익힌 것 같다. 그리고 이때 배운 자유라는 개념은 (정확하게는 '느낌'은) 내가 지금까지도 원하고 바라는 자유의 방식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 사는 것, 나의 의지와 판단으로 내 삶을 결정하는 것, 나의 생활을 만들어 가는 것, 결국엔 내가 나를 만들어 간다는 것 말이다. 


하지만 이미 여러 겹으로 둘러싸인 사회 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이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은, 이러한 관계가 서로 엉키지 않고 적절히 매듭지어 연결됨 속에서, 끊임없이 발전하기를 바라는 나 자신의 모습일 것이다. 현대인의 자유는 그 오래전 밀이 이야기한 자유의 개념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새로 출간된 현대지성의 <자유론>은 책의 첫머리에 역자의 쉽고 명료한 해제가 실려있다. 자유란 무엇이고, 그 수많은 함의 중에 왜 하필이면 사회의 건강함을 위해 자유가 꼭 필요한지를 설명하고 있다. 첫머리부터 자유에 대한 길잡이를 정확하게 제시하고 있어서 아주 좋았다.

작가의 이전글 <네이버는 어떻게 일하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