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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Jul 16. 2018

내가 나를 예술로 만드는 가까운 방법 <사적인 글쓰기>

글쓰기 도구에 워드프로세서가 추가된 지 참 오래되었다. PC 상용화가 시작된 90년대부터 계산해봐도 근 30년이다. 이때부터 글 쓰는 일은 정말 해방 수준으로 쉬워졌다. 생각의 속도 그대로 문장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글의 수정과 복사가 쉬워진 일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젠 노트북과 스마트폰까지 가세하여 글 쓰는 일은 거의 숨 쉬는 일 수준으로 일상적으로 편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글쓰기를 쉽게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왜인지 글쓰기는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진짜 어려워서라기보단 무언가 기피하고 '각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쓰인 나의 글이 민망하고 어색하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의 그릇된 고정관념에 지레 겁먹는 사람들이 적잖다.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에 쓰는 그 많은 텍스트들도 모두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담은 글인데도 말이다.


글쓰기를 직업으로 가지지 않은 평범한 우리들이 우리 자신의 글을 보면서 하는 이런 소심한 생각에 용기를 불어넣어줄 책이 바로 <사적인 글쓰기>이다. 정확하게는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감도 안 잡히는 초심자들의 사적인 글쓰기를 도와주는 책이다. 우리는 직업 글쟁이가 아니라서 글을 발표할 것도 아니고, 매문을 할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로지 파고들 것은 그저 '나'일 뿐이다. 그래서 저자는 나에 대한 글쓰기부터 하라 제안한다. 그것은 일기가 되든 시가 되든 상관없다. '나'이기만 하면 된다.

저자는 약 30개 정도의 꼭지를 잡아서 글쓰기와 안 친한 사람들이 으레 던질만한 질문들에 답을 내려주는 방식으로 입문의 팁을 전수한다. 예컨대 '글은 언제 쓰는 게 좋을까? 필사는 정말 도움이 될까? 글쓰기에는 특별한 준비가 필요할까?' 등등. 답변은 질문에 맞는 저마다의 해결책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공통적으로 이 모든 답변들에는 '집중해라'라는 뜻이 담겨있다. 이것은 글감이 될 나의 일상이나 경험에 집중하라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다른 사람의 글을 필사할 땐 그저 노동하듯 쓰는 것이 아니라, 필사 원문의 수사법과 감성을 내 안으로 체화하는 일종의 수련으로서의 태도가 필요하다.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가 특별히 글 쓰는 시간을 매일 내는 것은 어려우니, 틈날 때마다 쓰되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내 머릿속의 생각을 내 손으로 직접 끄집어내기 위해서는, '집중'만큼 필요한 태도는 더 없을 것이다. 


집중하다 보면 모두 가능해진다. 

특별할 것 없다 여겨지는 우리의 나날들 안에서 글을 쓸 수 있는 시간, 영감 그리고 체력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생각해 보면 글쓰기는 정말 어렸을 때부터 배워온 기술이다. 초등학교 때, 국어의 한 분과인 '쓰기'라는 과목이 있었다. 교과서에 뜬금없이 '쓰기'라고 크게 박혀있는 게 너무 터프하다는 생각을 했다. 모두의 집필 경력은 늦어도 8살 때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단지 글다운 글, 말이 되는 글, 말하듯 유려한 글을 쓴다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일 뿐이다. <사적인 글쓰기>를 통해서 글쓰기의 부담감이 줄어들었다면 이젠 정말 꾸준히 써볼 차례다. 그것이 연습용 글이든, 누군가에게 보여줄 글이든 그저 꾸준히 써봐야 한다. 이런 꾸준함을 견디는 동안 나 자신에, 나의 생활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나의 영감에, 나의 문체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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