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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Aug 23. 2018

'기왕'사는 김에..어떻게 살면 좋을지 생각해봤다

기왕 사는 거 행복한 게 낫겠어 - 프로불평러 알렉산드라의 행복 도전기

서점의 주요 매대가 행복 처세술 책으로 잠식된 지 꽤 오래되었다. 행복이 딱히 어려운 단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생활에서 이 단어를 느끼는 일은 너무 어려운 일이 되었다. 아니면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 책들에 눈길이 가는 것일까? 행복이란 것을 시간을 내서 찾아야만 하는, 그런 어른이 되긴 된 것 같다.


예전에는 서점을 가보면 잠언, 명언으로 행복을 깨닫는 법이나 힐링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다루는 책이 많았다. 요즘은 분위기가 좀 바뀌었는데, 행복에 대한 책들이 여전히 널려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목에서부터 뭔가 싸한 것들이 많아졌다. 행복을 갈구하게 된 원인은 예나 지금이나 현재의 불행, 현재의 불만족에 있는 것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런 불만족스러운 표정이 책 표지나 제목에서부터 확연하게 보인다.


제목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기왕 사는 거 행복한 게 낫겠어> 역시 행복 전도사 같은 책은 아니다. 무한 긍정적인 뉘앙스의 책도 아니다. 책을 펴보기도 전에 "기왕 사는 거.."라고 말을 꺼내는데 냉소가 느껴진다. 이건 다 '기왕'이라는 말 때문이다. 대체 원제가 뭐길래 이런 제목이 붙었을까? '기왕'이 긍정적인 다짐의 말투인지, 아니면 피투 된 존재인 인간의 불가피한 순응을 짠내 나게 이야기하는 것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 아무튼 '기왕' 때문에 이 책의 범상치 않음을 느낀다.


저자 알렉산드르 라인바르트는 지구 반대편 독일에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탁월한 번역 덕분에)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은 불만족스러운 오늘을 비슷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중 정말 구체적인 생각이 그의 머리를 때리고 간다. “이대로 순응한 채로만 살다 늙으면 안 될 것 같다.” 그래서 그는 행복을 찾아보기로 한다.


그 사건들은 쉽게 말하자면 정말 시답잖은 일이다.

반려동물 키우기, 여행, 운동, 마음 수련, 만족하는 버릇 갖기, 돈 쓰기, 봉사활동, 취미생활 하기 등.. 거창한 방법이 아닌 일상 속에서 찾아본 15가지 일들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 방법들이 과연 효과를 발휘했는지 하나하나 체험한 후 수기를 진솔하게 써 내려갔다. 그는 체험 결과에 대해 오버하지도, 억지로 긍정하지도 않는다.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는 별 미련 없이 행복에 대한 소득이 낮았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솔직함 덕분에 행복에 대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소위 ‘책값’ 하려면 억지로라도 행복한 척을 해야 할 텐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고민이 생겼을 때 긴 생각할 것 없이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눌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각자의 시행착오를 공유하고, 그 속에서 왠지 모를 위로를 받고, 나에게 맞겠다 싶은 방법을 찾아나가는 그 느낌처럼. <기왕 사는 거 행복한 게 낫겠어>는 바로 이런 태도로 읽으면 좋을 책이다.


저자가 말한 15가지 행복하기 위한 방법이 독자들에게 비슷한 만족감을 가져다 줄 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확실한 것은 평소 해보지 않은 일이든 게을러서 뒤로 미뤄둔 일이든 꺼내어서 해보라는 것이다. 일상을 조금 빗겨나가 무언가라도 시작해 보는 것, 그게 행복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작은 희망을 갖고 말이다. 여기엔 "아님 말고..." 같은 마음가짐은 필수다. 딱 이런 태도라면, 우리는 매일매일 어디에서든지 행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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