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달 Aug 09. 2018

크래프트 비어의 고향을 찾아서  

세계 최고 브루어리의 수제 맥주 레시피 <Craft Brew>

언제부턴가 ‘요리’가 현대인들에게 아주 흔한 취미가 되었다. 요리가 취미가 되기 전에는 그럼 요리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들인가? 싶지만 또 그것은 아니다. ’ 취미’라는 범주 안에 요리가 들어오는 순간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직접 만든다는 생산적 가치뿐만 아니라 나의 취향에 맞는 무언가를 100%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는 욕망에 불이 켜질 때 온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요리에 도전하고 취미화 해버린다.


이런 관심사의 선상에 ‘술’도 분명 존재한다. 밥만큼이나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하지만 술, 양조는 요리보다도 더 과학적이고 정밀한 접근이 필요해서 비교적 시도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크래프트 비어가 유행을 하면 할수록 이런 유혹을 뿌리치기는 어렵다. <Craft Brew>는  ‘어렵다’고 느끼는 맥주 양조가 어떤 절차로 이루어지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다만 주의할 것이 있다. 양조의 절차를 파트별로 설명하는 <Craft Brew>의 첫 챕터는 술이라는 음식에 대한 보통의 호감만 있는 상태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생소한 양조 용어가 많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책의 맨 마지막 부분에 용어사전 코너가 있다. 이 부분을 좀 더 앞으로 배치했더라면, 초심자도 조금은 수월하게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아쉬운 점은 (번역서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정서와 약간은 다른 원저자의 어투가 증발되지 않고 번역문에도 그대로 살아 있어 조금은 이질적이었다는 점이다. 맥주를 사랑하는 점은 영국인 저자나 한국인 독자나 매한가지일 테지만, 크래프트 비어에 대한 익숙함이 그네들과 다르고 맥주 양조 문화가 오래되지 않은 우리의 상황상 왠지 저자 혼자 너무 들떠서 즐거워하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코어 한 맥주 팬들은 분명히 많을 것이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이렇게 영국/유럽의 ‘현장감 있는’ 안내서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하지만 <Craft Brew> 분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럽 유명 크래프트 비어의 레시피 소개 페이지는 맥알못이 보더라도 아주 재미있다(나는 실제로 맥주를 양조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 레시피는 자세히 읽지 않았다). 브랜드별로 어떤 유래를 가졌으며, 어떤 맛과 향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굉장히 리듬감 있게 소개하고 있다. 곁들인 사진도 정말 먹음직(?)스럽게 나와서 도저히 오늘 밤 맥주 한잔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이런 사실 만으로도 이 책은 매력이 있다. 맥주를 조금 더 사랑하게 하는 여러 가지의 동기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맥주 양조에 큰 뜻이 없다면, 이 책을 유럽 각국의 맥주 양조장 투어의 가이드 책으로 써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맥주의 취향을 찾고, 취향을 맘껏 누릴 수 있는 유럽의 어딘가로 맥주 여행을 떠나라고 부추기는 책이다. 나도 언젠간 꼭 가보려 한다.

작가의 이전글 <도쿄의 부엌>을 덮고난 뒤 나의 부엌을 돌아보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