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수행하는 일과/행동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제대로 들어가 보거나 들여다보지 못하는 자신의 영역이 있다. 바로 수면의 시간이다. 잠을 이야기할 때 단지 '시간'이라고 이야기한다면, 자칫 수동적인 의미로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은 수면을 하는 순간 역시도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쉼 없이 무언가를 하면서 존재한다. 아마 <수면의 과학> 이 책을 다 보게 된다면, 수면을 하고 있는 시간이 얼마나 인간에게 있어서 중요한 시간인지는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수면의 과학>은 꿈을 꾸는 시간, 잠시 동안 의식을 내려놓고 쉬는 순간인 '잠의 시간'을 분석한 책이다. '수면의 과학'은 영화의 제목으로 이미 유명하기 때문에, 제목에 '과학'이라는 단어를 넣어 이 책의 이론적인 특성을 대놓고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성적인 책으로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그보다 더 본격 이론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
우리의 의식과 뇌는 자는 시간에 결코 가만히 있지 않다. 잠이라는 건 어제와 오늘의 일과를 구분하는 경계선, 혹은 잠시 쉼표를 찍는 순간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잠이라는 시간은, 누구나 예상하듯이, 휴식과 동시에 여러 생각들이 망각되고 정리되면서 한편으로는 더 복잡한 무언가로 축조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 책은 과학적인 설명이 생각보다 정말 많다. 그래서 이렇게 잠의 시간이 의식/무의식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한마디로 정리하기엔 더 복잡하기는 하다. 하지만 누구나 매일 같이 잠의 시간을 보내고 꿈을 경험하면서 살기 때문에 비록 이 책이 학술적인 단어와 이론으로 점철되어 있다고 해도, 술술 읽어 가다 보면 대략이라도 그 뜻에는 닿을 수 있을 것이다.
도입부에서 독자의 관심을 유발하는 '잠'과 '꿈'에 대한 공감 유발 목적의 이야기들과 후반부의 QnA를 제외하고는 이론의 양이 상당하다. 예컨대 우리는 수면을 하면서 램수면/비 램수면의 시간을 규칙적으로 갖게 되고, 이 과정을 통해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으며, 각성을 촉진시키는 오렉신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 됨으로써 스트레스를 완화하기도 하고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각성 상태에 쌓여있던 생각들을 정리하는 '꿈'이라는 순간 역시도 잠이 들어야만 가능하다. 사실 이 책은 잠과 꿈이라는 활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되찾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공자나 전문가가 아닌 우리가 과학적으로 수면의 필요성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가 아닐까? 그런 면에서 이 책의 표지는 독자가 원하는 것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너무 편안하게 보이는 표지의 인물과는 달리 책 내용 자체는 이렇게 포근하지는 않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