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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Dec 02. 2018

<부탁 하나만 들어줘>

과거 어린 시절의 비밀을 갖고 있는 싱글맘과 커리어우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뭔가 알 수 었는 '생계형'의 느낌이 있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두 여성의 생활도 그렇고, 두 여성이 안고 있는 비밀이나 고민의 문제에도 '생계'와 관련되어 있다(돈, 아이의 양육 등등). 굉장히 섹슈얼하고 성적인 묘사가 내내 이어지지만 현실적인 터치도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기본적으로 스릴러 장르의 리듬을 타고 빠른 속도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스릴러 장르에 충실하며 러닝타임 내내 쉴틈 없는 긴장을 만들어 내고, 시각적인 요소 또한 풍부하게 배치되어 있어 보는 재미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는 영화가 될 것 같다. 중간중간 실소 수준으로 터져 나오는 유머 코드나, 투톱 여성 주인공을 배치함으로써 마냥 딱딱하지만은 않은 스타일을 만들어 낸 것도 이 영화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과거/현재를 통해 인물의 사연과 성격을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그런 사건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에도 단순하면서도 경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과거의 사건들을 긴박하게 묘사할 때에도 결코 복잡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보통 스릴러 장르를 관람하다 보면, 보는 이 마저도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는데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영화를 보는 중간이나, 다 보고 나서도 풀리지 않은 무언가가 남아있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이 강렬한 영화를 단 한 번에 기억하게 해야 하는 최우선의 수단은 제목이 되어야 한다. 익숙하지 않은 배우들과 소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러닝 타임 내내 눈 떼는 순간을 만들지 않았던, 이 흡입력 강한 영화를 '한마디로' 함축해서 기억하게 해야 하는 것이 제목이라는 말이다. 원제는 <A simple favor>이라고 한다. 번역된 한국어 제목은 <부탁 하나만 들어줘>라고 한다. 영화를 보기 전, 그리고 보고 난 지금까지도 제목이 무엇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지금 와서 불가능한 일이지만 제목만 더 딱 맞는 것으로 붙었더라면(차라리 영어 원제 그대로 살리는 것이 나았을 수도) 더 좋았을 것 같다. 간청하는 내용이 있는 건가? 아니면 '...'이라는 기호가 문장의 끝에 자연스레 연상되는 것만큼, 무언가 하고픈 말이 더 남아있는데 미처 다 하지 못한 스릴러 성향이 있는 건가? 오해를 사기 딱 좋은 제목이다. 아무튼 제목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한 인상이 너무 아쉽게 남을 수밖에 없다. '부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물론 인물들이 관계를 맺게 되고 사건이 커지는 계기에 사소한 '부탁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이 극 전개를 시작하는 초반에 아주 강렬한 인상으로 남지는 않기 때문이다. 여하간 알 수 없는 제목 선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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