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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Feb 26. 2017

주말에 아무 생각이나 했다

주말이다. 주말에 불규칙적으로 일하는 생활이 끝이 나고 온전한 주말이 나에게 다시 찾아온 지 5~6주 차 정도 되었다. 이런 주말스러운 시간들이 지극히 일상적으로 주어졌다는 사실에 내가 아직 적응이 덜 된 것인지, 이번 주말에도 주말이라는 시간이 아주 새로웠다. 구름 위에 뜬 마음이 가라앉지를 않아서 둥둥 뜬 상태로 짧디 짧은 생각들을 맥락 없이 했다. 그렇지만 이것들은 모두 나의 일관된 가치관 안에 있기에-비록 토막 나 보이는 단상일지라도-이야기를 하다 보면 연결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예술의 전당 그림 전시회를 가서 촉발된 생각들도 많았다.


(굳이 '예술'이라고 생활과 거리가 있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진 않지만 아무튼) 시각 예술은 창조의 방식만을 두고 보았을 때 내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범주에 있다. 표현과 이해 둘 다에 해당하는 얘기다. 가장 큰 이유는 표현 도구로서 언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시지의 갈피를 잡기가 어렵고 이게 혹시 작가가 이야기하려는 게 맞기는 할까 하는 고민도 하게 된다.


하지만 진득하게 그 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작가가 의도한 생각의 결에 다다르면 그 어떤 말보다도 큰 동감의 장이 열리기는 한다. 표현 방식이 말의 형태로서 설득과 전달이 아니라는 것도, 그만큼 관람자가 알아서 이해할 시간이 자유롭게 주어지는 것도 좋다. 그리고 이런 추체험의 경지에 도달했을 때엔 내 세계의 지평이 한 뼘 더 늘어나는 것 같다.


나는 말로서 무언가를 빨리 이해하고 빨리 표현하는걸 잘 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에게 말을 걸고 응답을 요청하는 세계가 나에게 생각 정리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주면 좋다(한 가지 빼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난 후 바로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분석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그러지 못하는 내가 안타깝다).

이건 어렸을 때 안 좋게 들여진 습관 같은 것이기도 하다. '말로 제대로 표현을 하기가 귀찮은, 표현에 적합한 단어를 찾는 것도 어려운...각자의 생각이란 건 원래 관념적인 것이다. 그래서 언어로 표현하기도 도달하기도 어려운 것이라고 대충 얼버무리면 그만이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표현에 대한 노력을 별로 하지 않았다.


내가 원활한 생활인으로 살기 위해서 조금 고쳐야 하기는 할 것이다.


피사로의 '빨래 너는 여인' 마그넷. 친구가 사줬다.


마음에 닿는다, 예쁘다와 같은 단순한 기준으로 그림이 좋다는 판단을 내리고는 한다. 카미유 피사로의 그림도 그런 단순한 범주에서 마음에 든다고 생각을 하였다. 이 그림의 프레임 안에 담긴 수많은 표현들이 '따뜻함'을 보여주기 위한 이유로(방법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인상주의적이라고들 하나보다) 담겨 있기 때문이다.

  

노동하지 않는 시간 '주말'에 대하여,

내 세계를 보여주는 '풍경화'를 그리는 일에 대하여,

일상을 차지하는 '머릿속의 생각'에 대하여,

그 생각 속에 있는 '노동' '희망사항' '사람'에 대하여.


그림을 보고 나와서 생각을 하고 조금 이야기도 나누었던 화제들이다.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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