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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Jun 03. 2017

작가의 시간

작가가 작가로 사는 시간을 나는 알지 못한다. 어렴풋하게 건너들은 이야기만 많이 들었을 뿐이다. 그나마도 직접적이고 사적으로 들은 일은 개중에서도 미미하다. 대부분은 신문 지상에서 보거나, 여타의 매체들에서 묘사되는-예술에 불살라지는 모습을 보거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본인의 생활을 드러낼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소박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뿐이다. 물론 그들 역시도 남들과 아주 다른 삶을 살지는 않을 것이다. 일을 해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생활을 하고, 가족을 책임지고, 술을 먹는 것은 똑같을 테니. 


이런 똑같은 삶을 사는 작가라는 사람 중에는 자의식이 과하게 높은 사람도 많고, 평범해도 괜찮은 일상의 시간조차도 의식하며 살거나 치기를 부리는 사람도 있다. 무어 특별하지도 않은 시간과 삶을 예술이라는 껍데기로 특별하게 포장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무렴 직업으로서의 예술가는 예술 작품이 아름다운 게 제일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런 사람들을 보게 되면-사람에 대한 나의 취향 탓인지-인간적인 존중과 기대가 사라지는 경험 또한 하게 된다.


오늘 보게 된 작가는 과할 정도로 겸손하고 작가로서의 자의식 또한 높지 않았다. 그가 높게 가지고 있는 것은 그저 할 수 있는 일을 잘하기 위한 노력과 부지런함이었다. 이것은 이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면서도 존경할 수 있는 태도였다. 직업으로서 작가로 산다는 것은 생활인 누구나 그러하듯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끝없는 고민과 예술 아닌 기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들의 고민은 나를 포함한 수많은 평범한 생활인들이 하는 고민들의 깊이와 비슷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다만 지금 해야만 하는 일 그리고 잘할 수 있는 일-글에 대한 생각과 고민의 성격이 조금 다른 것뿐이다.



- 매일 밤 한 줄이라도 쓰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무엇이 되든 상관은 없다. 


- 무엇을 창조하고 새로 쓸 수 있을지언정 나 자신의 삶에 새겨진 기억으로부터 출발하게 된다. 그래서 기억은 중요하다. 기억을 놓지 않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 87 서울의 봄에서 멀리 떨어진 바람에 소외감을 느꼈던 기억

. 아리랑 담뱃갑에 인쇄된 아름다운 그림을 본 기억


- 사람의 행복과 불행, 윤리, 매겨지는 가치는 그 사람의 시대와 역사 안에서 규정되고 해석된다. 여기서 벗어나 해석되는 삶은 없을 것이다.


노력을 왜 할까?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목표가 아니라 '희망'을 가지는 것이다. 실현이 되느냐 마느냐는 상관이 없다. 그냥 이렇게 단순한 희망으로 살아도 되겠는가? 된다. 그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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