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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Jul 27. 2017

청년에 관한 두개의 초상, 청년경찰

<청년경찰>은 꽤 괜찮게 만든 오락영화다. 내용과 형식은 뻔한 경찰 영화의 틀을 벗어나지는 않지만 오락영화가 괜찮을 수 있는 몇 가지 규칙들을 잘 지켰기 때문에 그렇다.


첫 번째는 장르적 의무감에 빠지지 않고 적당한 유머를 배치하여 오버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사건 해결을 위해 영화니까 가능한 기적적인 우연이나 편법을 취하지 않았다. 주인공들은 좀 과할 정도로 많은 일들을 몸으로 때운다. 세 번째로는 박서준과 강하늘, 두 배우가 연기를 퍽 잘했다. <청년경찰>에서 간혹 현실로 튀어나와 버리는 20대 남자아이들의 리얼한 대사는 이들의 연기력 덕분인지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이야기는 뻔하지만 서술되는 대사는 맛이 있다. 네 번째는 (성장 영화와도 같은) 경찰대 학생들의 모험을 좇는 동안, 감독의 연출이 이들의 아마추어적인 좌충우돌에 동일시되어 덩달아 길을 잃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감독은 이 영화가 데뷔작이다).


사실 <청년경찰>의 이야기는 평범하다. 내용은 이렇다. 두 명의 경찰대 학생들이 우연히 강남 클럽에 놀러 갔다가 논현동 가출 소녀 납치사건에 휘말리면서 좌충우돌 위기를 겪지만 결국 그 가출소녀를 구하는 내용. 그래서 결론은-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의 해피엔딩을 맞이한다(위기의 여성을 구하는 것이 최종 목적인 히어로물은 아니니까). 이들은 그래도 괜찮은 그들의 '어른'-교수님의 도움으로 안전한 공간에 무사히 안착하여 무사한 결말에 이른다. 이런 흐름은 딱히, 마구 허황되지도 잔혹하지도 않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오는 길은 잔혹하고 침울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청년경찰>은 왠지 진짜 메시지를 감추고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척'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청년'이라는 단어에 대하여 반사적으로 드는 현실적인 의문 때문인가. 청년이라는 단어는 사실 생활의 세계에서는 마냥 활기차고 희망적인 메타포가 되지 못한다. 애초에 이들 주인공들이 경찰대학교에 입학한 이유 역시도 비슷한 선상에 있다. 굳이 이런 오락영화에까지 이렇게 근심 어린 현실 렌즈를 끼고 볼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이런 부채의식 같은 것을 완전히 털어내고 해석하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이건 관객이 영화 바깥의 현실에서 익히 느낀 경험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으레 제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사실 <청년경찰>은 박서준과 강하늘, 두 명의 주인공 외에 가려진 청년의 존재에 대하여 너무나 현실적으로 잔혹한 모습을 까놓고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제목에는 온전히 포함되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두 명의 청년들에서 평행적으로 존재하는 두가지 존재에 대하여 우리는 현실적인 직시를 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여성 청년에 대한 문제와 청년들의 생존법을 타의에 의한 방식으로, 시스템으로 만들어버린 서울이라는 공간에 대한 문제다. 이 두가지에 대한 묘사는 너무나도 적나라하면서도 쓰디쓰다. 청소년 가출, 귀파방, 위조한 이대생 학생증으로 불법 거래되는 난자.. 이들이 청년으로서의 희망이 되기 위하여 도착한 서울이라는 도시는, 욕망으로 뒤범벅된 도시는 아주 기괴하고 '신종'의 방식으로 청년들을 고통과 비극으로 밀어 넣고 있다.



그래서 <청년경찰>은 한편으로는 정말 '암울한' 영화다. <청년경찰>에서 호명되는 여럿의 키워드들은 너무나 당대적인 욕망을 품고 있고 또 잔혹하다. 그래서 이들의 어쨌든 해피엔딩에 무조건적으로 웃음을 보이기엔 씁쓸하다. <청년경찰>은 박진감과 재미를 획득하기 위하여 현실의 잔혹과 욕망들을 서울이라는 실제 공간에서 끌어다 쓰게 되면서 결국엔 너무나 슬픈 서울의 초상화가 되어버렸다. 분명히 재미있고 유쾌한 영화임이 분명하지만, 돌아보면 비극적인 서울의 면면들이 너무나 많이 기억에 남는다. 청년의 용기를 불러일으킨 청년 세대의 비극이 동일한 양으로 존재하는 이 영화를 어떻게 단순히 유쾌하게만 볼 수 있으려나. 청년으로 살기에 서울은 여전히 잔혹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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