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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Oct 14. 2017

[biff] 아홉개의 손가락

http://www.biff.kr/kor/html/program/prog_view.asp?idx=30133&c_idx=302

필름 누아르라고 하기엔 극단적인 느와르의 색채 color만 남았고 이야기는 너무 철학적이다.


돈다발을 우연히 쥐게 된 주인공이 갱단에 연루되는 이야기는 거의 설명되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은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것이 과연 맞는가" "이런 행동은 정당성이 있는가" 하는 끊임 없는 질문과 혁명에 대한 말들로 채워진다. (감독은 철학과를 나왔다고 함).


필름 누아르와 철학, 이 두가지 특징을 버무려서 움직일 서사가 필요한데 그게 사실상 없다. 껍데기같은 느와르의 대사나 상황적 위기같은 순간은 존재하지만 그런 하나하나의 순간들이 비로소 잘 붙어야 영화가 되는 것이니까. 영화제 홈페이지의 디스크립션에는 '익살스러운 실존적인..' 이라고 쓰여있으나 이 영화의 익살스러움을 감지하기 위해서는 진지한(?) 프랑스인들의 유머 코드를 먼저 이해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불금 다음날인 토요일 아침 1회차에 이런 흑백 영화는 난이도가 높다. 내 양옆에 관객은 모두 잤다. 그리고 영화를 못만들어서는 아니고, 이해가 되지 않아서 그런지 아무도 엔딩 크레딧 때 박수를 치지 않았다.


<단지 세상의 끝>의 가스파르 울리엘도 좀 밋밋하게 나와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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