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달 Oct 17. 2017

[biff] 바람이 머무는 자리



http://www.biff.kr/kor/html/program/prog_view.asp?idx=30111&c_idx=303&QueryStep=2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자전적인 영화를 본다는 것은 관객으로 하여금 아주 친절하거나 아주 불친절해질 수 있다. 전자는 영화를 만든 사람의 경험을 거의 현실의 추체험으로 느껴질 만큼 나의 상황과 관점에 온던히 맞닿게 될 때, 그러니까 나도 그런 경험이 있거나 그런 경험을 미리 하는 것 같은 진짜를 보여줄 때이다. 후자는 영화를 만든 사람이 실제 경험의 후유증 혹은 잔상같은 것을 경험의 유사라고 인식하고 그런 잔상같은 것을 보여줄 때이다. 이 영화는 솔직히 말하면 후자에 가깝다. 제대로 느끼기 힘들다는 말이다. 물론 이것도 가짜는 아니지만, 감독이 표현한 '기분'은 진짜지만, 막상 그것이 스크린 위에서 유령과 같이 떠도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이 유령을 보아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유령 아래의 현상을 보아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헷갈리게 된다.


바람이 머무는 자리는 죽음 이후의 남겨진 사람들을 다루고 있지만 이들의 애도를 관객도 함께해야 하는 영화는 아니다. 남편을 잃고 홀로 아들과 딸을 키우는 카르멘이 여즉 남편을 잊지 못하는 동안 아들과 딸은 각자의 방식으로 아빠가 없는 현실에 익숙해 진다. 벌써 어른이 된 딸은 엄마를 위로한다. 아들은 환상 속에서 아버지를 만나고 그에게 익숙해진다. 예상하듯 감독은 자신의 경험과 어린 조카들의 경험을 버무려 이러한 '아빠 없는 세상의 홀로서기 연습'  과도 같은 영화를 만들어냈다. 어렵지는 않지만 영화가 마음에 스며들기까지 좀 오래걸렸다.

작가의 이전글 [biff] 희망의 건너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