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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Oct 19. 2017

부산

부산 영화제 기간이 되어 부산에 다녀왔다.


갔던 곳을 또 가고 또 가게 되면 지난 추억을 꼭 되짚어보게 된다. 보기만 해도 그때의 시간들이 겹쳐진다. 이번에 다녀온 부산도 어김없다. 그들 각자의 영화관만큼이나, 한국에서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그들 각자의 부산과 해운대가 있을 것이다.


나는 부산을 스무 살 때 처음 와봤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를 또 스무 살 때로 데려다 놓았다. 스무 살 때 부산에서 <연연풍진>을 봤다. 첫사랑이라는 것은 이루어질 수 없구나, 첫사랑은 나를 떠나버리겠구나.. 하고 처음 배웠다(그런데 정말 그렇게 되었다). 아무 영화를 보고, 보다가 자고, 바닷가와 매표소 아무데서나 쭈그려 자고 술 먹고. 뭐 이렇게 잔 기억이 많지.. 아무튼. 누구나 그렇듯 새벽 아침엔 국밥거리에서 국밥 먹고 해운대 가서 멍 때리다가 광합성하고 모래로 장난치고. 그야말로 기분이 좋았다. 영화 얘기하면서 대애충 씨네필 인척도 좀 하고. 스무 살 그 때나 지금이나 나는 여전한데 어째서 여전히 영화를 잡을 수가 없을까. 아니 왜 잡지 않았을까. 나 없이도 영화는 잘 지내고 있지만. 


집이 아닌 곳들은 그곳에 단 1초만 있다 가더라도 꼭 추억이라는 것을 그곳에 두고 오게 된다. 이럴진대 부산에 대한 추억은 그동안 얼마나 많이 쌓였을까. 그동안 부산에서 함께 했던 사람들은, 몇 명을 빼놓고는, 연락이 끊어졌거나 끊겼거나 관뒀거나 버렸다. 인연이라는 일에 흔히 맞이하게 되는 정지 혹은 일시정지라서 딱히 특별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나는 여전히 영화를 보러 이곳에 이렇게 또 왔는데 그 사람들은 이제 영화를 보러 오지 않는 건가, 이제 영화에 더는 관심을 두지 않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영화는 세상이 될 수 있지만 세상은 반드시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다시 또 영화를 찾지 않아도 영화제를 오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그때 그 사람들과 이곳에서 했던 영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생각이 나서 그랬을 것이다.


해운대는 집과 동네가 아닌 곳에서 가장 많이 생일파티를 한 곳이다. 올해는 추석 연휴가 늦어서 영화제도 덩달아 늦어지는 바람에 생일파티를 하지 못했다. 

혹시나 하고 내년 달력을 찾아봤다. 

내년 생일파티는 해운대에서 할 수 있겠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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