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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Dec 24. 2017

영화

마음이 외로울 때 영화를 생각한다. 외로움을 달래주는 것들에는 사람도 있고 가족도 있는데 그중엔 영화도 있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아무도 내 곁에 있지 않았을 때 그러니까 중학교를 거의 마칠 때가 되었을 때, 나의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것이 영화였다. 다 버리고 서울에 와서 종로를 떠돌아다니며 매일 영화를 보던 날들은 내가 나를 비로소 만드는 시간이 되었다.


아니면 영화와 함께한 시간들과 그 속에 있는 나 자신이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를 함께 보러 다닌 사람, 영화를 마주한 공간들. 그래 이런 것들 까지 모두 좋았다. 매번 되풀이되는 추억질이다. 이런 얘기들을 하는 것은 과거형일 수 밖에 없어서, 결국에는 외로움의 도돌이표가 된다. 왜 지금은 그런 시간들을 항시적으로 가질 수 없게 되었을까? 


이유는 알고 있지만 모른 척하고 지낼 뿐이다.


이번 달에는 양덕창 감독의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을 봤다. 이 영화가 얼마나 대단한지, 왜 자괴감에 들게 하는지, 내가 이해하지 못한 세상이 궁금할 때 왜 영화를 보아야하는지에 대한 수많은 답이 있는 영화였다. 



세상에 수많은, 좋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나는 좀 멀리에 있어도 괜찮다. 마음을 기대는 건 멀리에서도 가능하다. 사는 일이 괜찮은 이유 중에는 내 생각들을 기댈 수 있는 영화들이, 세상에 아직 더 있을 테니... 그런 믿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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