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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병욱 Nov 20. 2017

미국과 한국의 특허 간접침해

Life Tech v. Promega 미국 대법원 판결(2017.2.22)과 한국 대법원 판례

특허법에서는 특허권의 침해 유형으로 전형적인 직접침해와 간접침해가 있습니다. 이러한 법리는 한국과 미국이 좀 다른데요, 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미국 특허법 제271(f)(1)에서는


 Whoever without authority supplies or causes to be supplied in or from the United States all or a substan­tial portion of the components of a patented invention, where such components are uncombined in whole or in part, in such manner as to actively induce the com­bination of such components outside of the United States in a manner that would infringe the patent if such combination occurred within the United States, shall be liable as an infringer.


 라고 하여 권한없이 특허된 발명의 전부 또는 상당한 부분(substatial portion)을 미국에서 또는 미국으로부터 공급하는 경우에 이를 침해로 봅니다. 따라서 미국에서 일부 부품을 공급한 후 이를 미국 외의 국가에서 조립 또는 완제품으로 만들도록 하면 이는 간접침해의 일종인 유도침해(induced infringement)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된 판결이 지난 2월 22일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있었던 Life Technologies Corporation v. Promega Corporation 판결입니다. 여기에서 특허권자인 원고는 Promega입니다. 피고인 Life Tech는 특허된 발명의 일부인 부품을 미국에서 영국으로 공급한 후, 이를 영국에서 다른 부품과 조립하여 완제품을 만들어 제조 판매하였습니다. 즉, 특허된 발명이 (1) 프라이머 혼합물, (2) 뉴클레오티드, (3) Taq Polymerase, (4) DNA 증폭을 위한 완충액, (5) 대조 DNA로 이루어지는데, 이중 (3)에 해당하는 부분을 미국에서 제조한 후 이를 영국으로 보내 마너지 4개를 결합하여 유전자 검사 키트를제조한 것입니다. 이에 Promega는 특허침해를 주장하여 소송이 진행되었습니다.


 쟁점은 해당 Taq Plymerase가 위의 조항에 해당하는 것인가인데, 특히 이 구성요소가 전체 특허발명의 "substatial portion"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이에 해당하면 induced infringement에 해당하고, 그것이 아니라면 침해가 아니게 되죠.


 이에 대해 지방법원은 미국에서 제조하여 영국으로 보낸 (4)의 구성요소는 substantial portion에 해당하여 침해라고 배심원의 평결이 났고, 이 배심원 평결에 대해 피고인 Life Tech은 JMOL(Judgment as a matter of law) 신청을 하여 법원이 다시 침해가 아니라고 판결하였습니다. 역시 이에 대해 원고인 Promega는 항소하였습니다.


 연방항소법원은 지방법원의 위의 판결을 뒤집었는데, 그 이유는 substantial portion의 "substantial"의 의미는 "important" 또는 "essential"의 뜻을 내포하고 있고, 해당 문제가 된 구성요소인 Taq Polymerase는 특허발명의 "main and major"한 부분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침해에 해당하고, 이에 불복한 피고 Life Tech은 상고를 하기에 이릅니다.


 연방대법원은 "substantial portion"은 조항의 내용과 의회의 입법의도 등을 종합하여 보면, 법조문에서 "all or substantial"은 모두 양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전제로 5가지 구성요소 중 하나만을 실시한 Life Tech은 침해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5개 중 하나는 substatial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러면 특허권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Life Tech과 같은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특허 claim을 작성할 때, 이러한 행위를 하지 못 하도록 하기 위한 청구범위를 작성하여야 할 것입니다. 특허발명의 중요한 부분이 다른 공지기술 내지 중요하지 않은 부분과 결합되더라도 되도록 해당 중요한 부분만을 실시하면 침해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어떨까요?


 지난 2015년 7월 23일 대법원의 2014다42110 판결을 보겠습니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1) 특허법 제127조 제1호는 이른바 간접침해에 관하여 ‘특허가 물건의 발명인 경우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양도·대여 또는 수입하거나 그 물건의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을 하는 행위를 업으로서 하는 경우에는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가진 물건을 실시한 것이 아니고 그 전 단계에 있는 행위를 하였더라도 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가진 물건을 실시하게 될 개연성이 큰 경우에는 장래의 특허권 침해에 대한 권리 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하여 일정한 요건 아래 이를 특허권의 침해로 간주하려는 취지이다. 이와 같은 조항의 문언과 그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여기서 말하는 ‘생산’이란 발명의 구성요소 일부를 결여한 물건을 사용하여 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가진 물건을 새로 만들어내는 모든 행위를 의미하는 개념으로서, 공업적 생산에 한하지 아니하고 가공·조립 등의 행위도 포함한다(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7후3356 판결 등 참조).
 한편 간접침해 제도는 어디까지나 특허권이 부당하게 확장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그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상 물건의 발명에 관한 특허권자가 그 물건에 대하여 가지는 독점적인 생산·사용·양도·대여 또는 수입 등의 특허실시에 관한 권리는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그 효력이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특허법 제127조 제1호의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에서 말하는 ‘생산’이란 국내에서의 생산을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러한 생산이 국외에서 일어나는 경우에는 그 전 단계의 행위가 국내에서 이루어지더라도 간접침해가 성립할 수 없다.
 (2)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원심판결 이유를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가 국내에서 생산하여 수출한 N95와 N96의 각 반제품은 모두 국외에서 완성품으로 생산되었으므로 이 사건 제1항 및 제2항 발명의 각 특허권에 대하여 특허법 제127조 제1호에 정한 간접침해 제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특허발명의 청구범위 해석과 간접침해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이를 보면, (1) "‘생산’이란 발명의 구성요소 일부를 결여한 물건을 사용하여 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가진 물건을 새로 만들어내는 모든 행위를 의미하는 개념"이라고 했으므로, 일부만을 실시하는 것은 생산의 개념에 포함되지 않고 모든 구성욧를 가진 물건을 생산 등을 하는 것이어야 하고, (2) 속지주의 원칙상 특허발명의 실시에 관한 권리는 해당 국가에만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전의 대법원 1996.11.27. 선고 96마365 판결에서는 직접침해를 고려하지 않고 간접침해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

 이를 미국과 비교하면,


 (1) 간접침해는 직접침해를 전제로 하는 것, 즉 직접침해가 없는 경우에도 간접침해가 성립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한국은 긍정하고 미국은 부정하고 있습니다.


 (2) 특허발명을 실시하는 것이 해당 특허발명의 구성요소를 모두 실시하여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 미국은 전부 또는 substantial portion을 실시하면 간접침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이는 양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하여 구성요소의 대부분을 실시하면 침해가 긍정됩니다. 한편, 한국은 결국 모든 구성요소를 실시하지 않아도 그 전단계에 해당하는 실시가 전체 구성요소의 실시를 할 개연성이 크면 간접침해를 긍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미국의 "substantial portion"이나 한국의 "모든 구성요소를 가진 물건을 실시하기 위한 전 단계에 있는 행위"는 유사한 개념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한국에서는 그 전단계의 행위가 구성요소의 실시를 양적으로 판단하는 것인지, 질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것인지는 불명확합니다. 이에 대해 한국 법원의 명확한 해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3) 그럼 지역적인 문제에 대해 차이가 있는지 봅니다. 미국은 위의 판례에서 보듯이 미국 내에서 substatial한 부분을 제조하는 등의 실시를 한 경우에 이것이 외국으로 가서 완제품으로 제조되어도 미국에서의 실시 부분이 substantial하면 간접침해가 긍정됩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위의 대법원 판례에서 볼 수 있듯이, 속지주의의 원칙상 해당 특허권의 권리는 한국에서만 효력이 있으므로, 한국 특허법 제127조 제1호의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에서 '생산'은 국내에서의 생산으로 한정해석합니다. 따라서 생산이 외국에서 이루어지면 그 전단계에 해당하는 행위(이것이 간접침해를 긍정하는 정도라도)가 국내에서 이루어지더라도 간접침해는 부정된다는 결과가 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부분은 미국과 한국이 다른 판단을 하게 됩니다. 위의 Life Tech 사건이 한국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면, 외국(사안에서는 영국)에서 결국 생산한 경우이므로, 비록 한국 내에서 일부 부품(이것이 substantial한 경우라도)을 생산하여 영국으로 보내 완제품을 생산하게 되면 한국에서의 행위는 간접침해에 해당하지 않게 되죠.


 이러한 경우 특허권을 회피하기 위해 악의로 중요한 일부 부품을 한국에서 생산하여 외국으로 보내 외국에서 제조하는 것을 특허권 침해로 볼 수 없게 됩니다. 이 경우 특허권자의 입장에서는 좀 억울하게 되고, 침해자의 악의적인 행위에 속수무책 당하게 될 우려가 있습니다. 몰론 이 제품이 다시 한국으로 들어오면 직접침해를 주장할 수 있으나, 한국이 아닌 다른 국가로만 판매한다면 국내에서 주요한 부품을 제조하는 것은 막을 수 없게 되죠. 미국의 법리에 따르면 만일 한국에서 제조하는 부품이 substantial한 부분이라면 유도침해로 막을 수 있게 되는 것과 다른 결과가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미국 대법원의 판단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한국 대법원의 판단은 악의적인 침해자를 제대로 막지 못 해 특허권자의 정당한 보호에 미흡하게 된다고 생각하니까요.


 여튼, 간접침해의 법리가 미국과 한국이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특허청구범위 작성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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