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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병욱 Nov 20. 2017

권리의 해태 관련 미국 대법원 판결

SCA v. First Quality

laches(래취즈; 해태)는 형평법상 인정되는 개념으로, 불어에서 온 용어입니다. 이는 형평의 원칙(equitable principle)에 의해 인정되는 것으로, 권리를 주장하는 측이 지나치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늦어서 권리주장을 안 할 것으로 믿은 자가 이에 기반하여 자신의 행위를 한 경우 그 자를 보호하여 권리의 행사를 제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특허권자가 자신의 특허권에 대한 침해행위를 하고 있다고 의심되는 자에게 경고장을 보낸 다음에 오랫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소송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피고가 된 자가 laches를 주장하여 이를 방어할 수 있습니다. 통상 이러한 laches는 별도의 법률이 있지 않은 한 사안별로 판단하고, 사건의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권리자의 권리행사를 허용하는 것이 형평상 불합리한지 여부를 보게 됩니다.


 그러면 특허법상으로는 어떠할까요?


 미국 특허법(35 U.S.C.) 286조에 규정이 있습니다. 이 규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Except as otherwise provided by law, no recovery shall be had for any infringement committed more than six years prior to the filing of the complaint or counterclaim for infringement in the action.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는 한, 침해에 대한 소장 또는 반소의 제기일 이전 6년에 해당하는 기간에 해당하는 어떠한 침해행위에 대해서는 배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즉, 침해의 소 제기 이전 6년까지의 기간에 대해서만 침해헤 대한 배상을 받을 수 있고, 6년보다 더 이전의 침해에 대해서는 배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죠.


 또한 미국 특허법 제282(b)조에서는 침해의심자(피고)는 아래와 같은 방어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b)Defenses.—The following shall be defenses in any action involving the validity or infringement of a patent and shall be pleaded:
 (1)Noninfringement, absence of liability for infringement or unenforceability.
 (2)Invalidity of the patent or any claim in suit on any ground specified in part II as a condition for patentability.
 (3)Invalidity of the patent or any claim in suit for failure to comply with—
 (A)any requirement of section 112, except that the failure to disclose the best mode shall not be a basis on which any claim of a patent may be canceled or held invalid or otherwise unenforceable; or
 (B)any requirement of section 251.
 (4)Any other fact or act made a defense by this title.


 라고 하여, (1)에서 비침해라는 주장, 침해에 책임이 없다는 주장, 권리행사불능 주장을 하여 방어권을 보장합니다. (2)에서는 해당 특허권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을, (3)에서는 112조의 기재불비나 reissue된 특허에 대한 결함에 대한 주장, (4)에서는 기타의 사실 또는 행위에 대한 주장이 해당됩니다.


 그런데 그저께(3월21일)에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이와 관련된 판결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SCA v. First Quality 사건입니다.

 사실관계를 살펴봅니다.


 SCA는 특허권자이고, FQ는 침해로 소송을 당한 자(accused infringer)입니다. 특허권은 성인용 기저귀에 관한 특허('646 특허)이며, FQ가 특허발명에 해당하는 성인용 기저귀를 제조 및 판매하였다고 주장하며 SCA가 FQ를 상대로 침해소송을 제기하였고 이것이 대법원까지 올라가 판결이 이루어졌습니다.


 2003년 10월 SCA는 FQ에게 경고장을 날렸습니다. 이에 FQ는 자신의 특허('649특허)에 의해 SCA의 '646특허는 무효가 되어야 마땅하다고 했죠.


 그 다음해인 2004년 7월에 SCA는 자신의 '646특허에 대해 재심사(reexamination)을 신청하였습니다. 2004년이라 AIA 개정 전입니다. SCA의 주장은 FQ의 '649특허에 대해 무효인지 여부를 확인받고자 한 것입니다.


 2007년 미국 특허청은 SCA의 재심사에 대해 SCA의 '646특허는 무효가 아니고 유효하다고 결정했습니다. 이제 SCA는 FQ가 말을 안 들으면 소송을 해야하겠죠.


 드디어 이로부터 3년이 지난 2010년 8월 SCA가 FQ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합니다. 결국 SCA의 소송은 처음 FQ에 경고를 한 날(2003년)로부터 7년이 지난 뒤가 됩니다. 그러면 위애서 본 미국 특허법 제296조에서 규정된 기간인 6년이 지난 경우가 되죠. 그래서 FQ는 처음 SCA가 경고한 날로부터 6년이 넘어서 소송이 제기되었으므로, SCA의 소송은 부당하여 허용되면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6년이라는 시간에 대한 제한이 법에 명확하게 있으니 배상(recovery)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죠.


 이에 지방법원은 이에 대해 판단하게 됩니다. 소송 과정 중에 FQ는 약식판결(summary judgment)을 신청하였고, FQ는 이 소송이 laches와 형평상의 금반언에 의해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합니다. 이에 법원은 2014년 FQ의 주장을 인정하여 FQ 승, SCA 패가 됩니다. 이에 SCA는 이렇게 질 수는 없다고 하여 항소를 하게 됩니다.


 이제 항소심이 벌어집니다. 쟁점은 지방법원의 약식판결이 타당한 것인지가 되는 거죠. 항소법원은 laches 방어는 SCA의 소송을 제한하고, 단 형평상의 금반언에 의한 방어는 사실상의 이슈로 이는 다시 살펴보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항소법원은 다시 전원합의체(en banc) 심리를 하게 되고, 여기에서 laches는 과거의 침해에 대한 손해액 청구에 대한 방어로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게 됩니다. 이게 2015년 9월입니다.


 이렇게 해서 일단락되는가 싶더니, SCA가 억울한지 다시 대법원에 상고를 신청합니다. 대법원은 아시다시피 다 받아주지 않습니다. 대법원이 이를 다룰 가치가 있는 사건인지에 따라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안 받아 주는 것이 훨씬 많죠.


 SCA는 법에 명백히(exceptionally clear) 소제기 전 6년간의 손해에 대한 배상은 보장되며, laches가 이를 제한(단축)할 수는 없으며, 항소법원에서 침해소송을 laches에 의해 제한된다고 판결한 것은 잘 못된 판결이니 이를 파기해달라고 한 것이죠. 이에 FQ는 100년 이상 laches는 특허침해 사건의 피고에게 주어진 정당한 방어방법이며, 특허법 282조에서 행사불능(unenforceability)에 의한 방어는 보장되어 있다고 주장했죠. 이러한 행사불능에 의한 방어방법에는 당연히 laches가 포함되는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자, 이제 대법원의 판결을 봅니다.


 대법원은 이전 2014년 있었던 Petrolla v. Metro-Goldwyn-Mayer 판결을 살펴 보았습니다. 이 소송은 저작권에 대한 침해소송이었고, 미국 저작권법 17 U.S.C.507(b)조에서는 "No civil action shall be maintained under the provisions of this title unless it is commenced within three years after the claim accrued."라고 하여 청구권이 생긴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소송이 개시되지 않으면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되어 있습니다. 영화시나리오와 관련된(로버트 드니로가 주연하고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분노의 주먹 Raging Bull) 저작권 사건이었는데, Patrella는 이 영화를 만든 MGM을 상대로 소송을 한 것이고, 저작권자인 원고는 1963년에 시나리오를 작성하였고, 영화는 1980년에 만들어졌습니다. 원고는 이 영화를 당시부터 알고 있었지만, 소송은 2009년에 제기한 것입니다. 원고는 3년의 제한규정이 있으니 소제기한 2009년 이전 3년인 2006년부터 3년간의 손해배상과 향후 침해에 대한 침해금지를 요구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Laches는 형평상의 원리이며, 이것이 손해배상을 위한 당사자의 행위(소송 등)에 대한 기간 제한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며, 3년의 기간에 대한 제한 규정은 소송을 배척하는 규정은 아니며, 따라서 원고의 주장이 타당하여 소송이 유지되게 됩니다. 따라서 Petrolla는 2006~2009년 사이의 손해액은 청구할 수 있게 되죠. 물론 침해여부는 환송심에서 다시 판단이 되겠지만요.  


 대법원은 본 사건에서 7-1(원래 대법관은 9명이지만, 현재 1명은 공석이라 8명이 판결함)로 저작권 침해소송 관련 판결인 위의 Petrolla 판결에 근거하여 특허법 286조에 규정된 6년 내에 법적 손해배상청구 기간제한 규정이 laches에 의해 제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즉, laches에 의해 6년이라는 제한된 손해배상이 배척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다시 말해 원고인 특허권자가 기간을 해태하여 6년이 넘어서 소송을 제기했다고 소 제기전 6년간의 손해액을 청구하는 것이 금지되는 것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원고는 침해가 인정된다면 6년의 제한기간을 넘겨서라도 소 제기 전 6년까지의 손해액을 피고에게 청구할 수는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laches는 법률의 규정이 없어도 법원에 의해 형평법상 판단되어야 하는 것이나, 296조에 법률로 규정된 부분은 의회가 이를 명확히 한 것이므로, 이에는 laches가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법률에 규정된 소 제기 전 6년간의 손해액에 대한 청구는 가능한 것이고, 이러한 청구가 laches에 의해 제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입니다.


 이 사건을 정리하면, laches에 의한 피고의 방어는 282조에서 보장된 피고의 방어방법인 것은 맞다. 그러나 286조에서 소 제기전 6년 이상의 손해액에 대해서는 청구할 수 없고, 6년까지의 손해액은 청구할 수 있다. 그러면 laches에 의한 방어로 6년의 손해액 청구는 제한되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 의회가 만든 법률(특허법 286조)이 6년의 제한 하에서는 손해액 청구가 가능하다고 했으니, 이는 laches에 의해 제한되지 않고 원고는 경고장 날린 후에 6년이 훌쩍 지나서 소제기를 해도 소제기 시점으로부터 6년내에 이루어진 침해행위에 대해 손해액을 청구할 수 있다. 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 판결 전에는 손해배상 및 침해금지 소송이 경고장 보낸 후 6년이 지나면 laches에 의해 권리행사가 제한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사건은 침해기간은 상대적으로 짧고 특허의 남은 존속기간은 상대적으로 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사건들의 경우에는 미래의 침해행위에 대한 실시료 상당액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이번 판결에 대한 영향은 적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NPE의 경우에 존속기간이 얼마 안 남은 특허를 매입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경우에는 좀 다르겠죠. 예를 들어 NPE가 손해액을 청구하였는데, 소제기전 6년간의 손해액과 특허권의 남은 존속기간이 1년이면 NPE는 6년 + 1년의 손해액을 청구할 것입니다. 이 경우에 laches 방어에 피고가 성공하면 과거 6년분은 안 내도 되고, 향후 1년분만 내면 됩니다. 피고 입장에서는 약 85%를 절약하게 되죠. 이것이 그동안의 생각이었는데, 이번 판결은 laches가 인정되어도 결국 과거 6년간의 손해액도 배상하여야 하는 것으로 된 것이죠. 다만 이 경우에도 형평상의 금반언(equitable estoppel)은 남습니다. 이러한 금반언은 더 입증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는 특허권자가 어떠한 행동을 하였고, 이것이 특허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는 것을 피고가 입증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금반언의 방어에 성공하면 과거의 손해액, 미래의 손해액, 금지청구 등 모든 청구가 배척되므로, 완벽한 방어방법이 되기는 합니다. 그러나 어렵습니다.


 여튼, 결론적으로 286조의 6년의 제한이 있지만, 특허권자는 6년이 지난 후에 소제기를 해도 소제기시 이전 6년의 손해액 청구는 가능하며, laches에 의해 소 자체가 배척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며, 따라서 피고의 입장에서는 laches에 의해 과거 손해액 청구를 배척할 수는 없게 됩니다. laches가 잘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주장은 많이 합니다. 피고의 입장에서는 특허권자의 청구를 배척하기 위한 방어방법 중 하나가 크게 약화되는 결과가 될 것 같습니다. 피고의 입장에서는 laches에 의해 과거 6년간의 손해액을 안 줄 수는 없게 되니까요.


 이에 관련한 기사에서 보면 Raging Bull이 특허 laches를 때려 눞혔다, Raginf Bull이 특허 Laches 방어를 죽였다는 정도의 기사 헤드라인을 뽑고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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