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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병욱 Nov 17. 2017

미국 특허소송의 관할(venue) 최근 판결 정리

[개요]


소송을 하려면 적절한 관할법원에 해야 하는 것은 만국 공통입니다. 특허사건은 그 침해행위의 장소가 아주 넓을 수 있어서 더더욱 관할이 중요하죠. 보통 한국도 그렇고 독일도 그렇고 피고의 거주지나 아니면 침해행위가 일어난 곳은 모두 관할이 인정됩니다. 그런데 미국은 조금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미국 연방법 28 U.S.C.는 법원조직 및 소송절차법(Judiciary and Judical Procedure)입니다. 여기에서 관할에 대한 규정이 있는데, 28 U.S.C. 1390조에 관할에 대한 적용범위에 관한 규정이 있고요, 1391조에 일반 관할 규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특허, 저작권, 마스크 웍스, 디자인 사건은 1400조에 또 관할 규정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특허사건은 주법(state law)이 아닌 연방법(federal law)에 의해 규제되고,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야 합니다. 우리가 주로 이야기 하는 연방지방법원(federal district court)가 1심 법원이 되는 것이죠. 그런데 특허 사건의 경우 특허제품의 판매가 전국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1391조(b)에서 민사소송은 피고의 거주지 또는 침해행위가 일어난 지역 또는 재산이 있는 지역 등에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1400조에서는 피고의 거주지 또는 침해행위가 일어나고 정규적이고 확립된 영업장소가 있는 지역에서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에 많은 비실시 기업(NPE 또는 PAE)들이 텍사스로 몰려 가서 소송을 하여 비정상적으로 텍사스에 특허침해 소송이 전체 소송의 반을 차지하는 현상이 지난 수 년간 있어 왔습니다. 텍사스가 비교적 소송 진행도 빠르고, 원고인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경향이 있으며, 인정되는 손해액도 높은 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 5월 22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러한 관할 규정에 대한 해석을 어떻게 할지가 문제가 된 사건에서 새로운 판결을 내놓았습니다. 이후 몇 개의 하급심 판결이 있었는데, 여기에서는 대법원의 TC Heartland 판결과 그 이후 있었던 Cray 판결 및 InVue 판결을 차례로 살펴보고, 교훈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연방대법원의 TC Heartland 판결]
5월 22일 특허 소송 관할에 관한 연방 대법원 판결(TC Heartland v. Kraft Food Brands Group)이 나왔네요. 이와 관련하여 정리해 봅니다.
잘 아시다시피 미국은 연방국가로 주법원과 연방법원이 있습니다. 각각의 복잡한 법원이 존재하여 관할에 관한 규정이 복잡할 수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원고가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려면 해당 법원에 관할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는 미국 민사소송규칙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먼저 이에 대해 알아 봅니다.

1. 민사소송규칙

미국 민사소송규칙(FRCP)상 민사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그 법원이 사물관할(subject matter jurisdiction)이 있어야 하고, 영역적 관할권(territorial jurisdiction)을 가지면서 적절한 재판지(venue)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1) 사물관할
아시다시피 특허법은 연방법이기 때문에 federal question(연방문제) jurisdiction에 의해 주법원이 아닌 연방법원에 제기하여야 합니다. 연방법원에 전속관할인 것입니다. 이것이 사물관할(subject matter jurisdicion)입니다. 사물관할은 주 법원과 연방법원 중 어느 법원에 관할이 있는지를 다루는 문제이므로, 연방헌법 제3조 제2항에 연방법원의 권한을 제한 열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제한 열거된 권한 이외에는 주 법원의 관할이 됩니다. 주 법원의 관할과 연방법원의 관할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에는 보통 당사자에게 선택권이 있게 됩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특허, 상표, 저작권, 영업비밀 등의 지식재산권 관련 소송은 연방법원의 전속관할로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연방법원에 소를 제기하여야지 주 법원에 제기하면 관할이 없다고 각하됩니다. 이러한 사물관할은 당사자의 합의 등에 의해 변경할 수 없는 것입니다.

여튼, 사물관할의 여러가지 규정이 있지만(예를 들어 다른 주의 국민간의 소송이나 미국인과 외국인의 소송으로 소가가 75,000 달러 초과의 경우에는 연방법원 관할 등), 특허사건은 무조건 연방법원입니다.

(2) 영역적 관할(territorial jurisdiction)
영역적 관할권은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역적 한계를 의미합니다. 이는 위의 사물관할권과는 달리 당사자의 합의나 이의를 유보하지 않은 피고의 응소에 의해서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는 대인관할권(jurisdiction in personam), 대물관할권(jurisdiction in rem) 및 대인관할권의 확장인 jurisdiction quasi in rem이 있습니다. 대인관할은 그 주 안에 거주하는 사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그 주에 관할이 있다는 것이고, 대물관할은 해당 주 안의 재산을 둘러싼 소송에 대해서 그 주에 관할이 있다는 것입니다. 유사대물관할은 피고의 재산이 그 주 안에 있는데 이 재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소송이라도 원고가 해당 재산을 압류하고 소송을 개시하는 경우, 피고가 응소하는 경우 등에 인정되는 관할입니다.

(3) 재판지 또는 재판적(venue)
또한 재판지(venue)는 위의 관할(jurisdiction)이 결정되면,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으로, 연방법과 주법에 각각 규정이 있습니다. 만일 이러한 venue가 문제되어 적절한 venue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소가 각하되는 것이 아니고 적절한 법원으로 이송(transfer)됩니다. 이는 위의 관할 위반의 경우 각하되는 것과 차이가 있습니다. 이때 여러 지방 법원이 venue가 인정되면 원고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이용하여 많은 NPE들은 텍사스 동부 연방지방법원(E.D.Texas)에 절대적으로 많은 소송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판사들 및 배심원의 성향이 대체적으로 특허권자에게 유리하고, 소송결과도 특허권자의 승소율이 높은 편이고, 소송기간도 비교적 짧으며, 소송결과 손해액도 많이 인정하는 편이기 때문이죠. 이렇게 원고가 유리한 법원을 선택하는 행위를 소위 포럼쇼핑(forum shoping)이라고 하며, 이러한 현실에 대한 비판이 많이 있어 왔습니다. 원고에게 유리하고 피고에게는 불리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외국인이 원고인 경우에는 어떤 연방지방법원에 소를 제기하여도 재판지의 요건은 만족되는 것이므로, 문제가 없습니다.

(4) 특허소송의 관할 규정

법률규정을 살펴보면, 미국법 28 U.S.C. §1400(b)에서는 (1) “in the judicial district where the defendant resides,” or (2) “where the defendant has committed acts of infringement and has a regular and established place of business”로 규정하여 위의 (1) 또는 (2)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위의 법조항에서 피고의 거소(residence)를 어떻게 해석할지가 문제가 된 사건이 TC Heartland v. Kraft Food Brands Group 판결입니다. 피고가 자연인이 아니고 법인인 경우에는 많은 사무소나 영업소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러한 영업소나 사무소가 있는 어느 곳이나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되겠죠.

2. 대법원 판결
그러면 해당 대법원의 판결을 살펴 봅니다.

(1) 쟁점

법원은 28 U.S.C. §1400은 특허, 저작권, 마스크 웍스, 디자인으로 제목이 되어 있으며, 1400(b)에서 규정한 특허사건의 venue는 “Any civil action for patent infringement may be brought in the judicial district where the defendant resides, or where the defendant has committed acts of infringement and has a regular and established place of business.” 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미 대법원은 Fourco Glass Co. v. Transmirra Products Corp. 판결에서 대법원은, 1400(b)조는 미국내의 법인이 하나의 주에 "resides"하고 있는 것을 의미하며, 일반적인 venue 규정인 1391(c)에서 규정하는 더 넓은 의미의 "residence"와 마찬가지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배척한 바 있습니다. 의회는 1400(b) 규정은 위의 Fourco 판결 이후 개정한 바 없으며, 1391 조항만 두번 개정하였습니다. 1391조의 개정 내용 이제 1391(a) 및 (c)의 규정은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는한, 모든 venue에 있어서, 법인은 피고가 대인관할을 가진 법원에 "reside"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됩니다. 1391조 정리
1400조 정리
(2) 하급심 판결

원고인 Kraft는 TC Heartland(피고)를 상대로 특허침해를 이유로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소를 제기하였고, 피고는 인디애나 주법에 의해 설립되고 본사는 인디애나 주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아래 그림을 참조하세요. 소송 관련 지도 침해제품은 인디애나에서 선박으로 델라웨어로 공급되고 있었구요. 따라서 피고는 델라웨어가 아닌 인디애나주로 이송을 신청(motion to transfer) 하면서 인디애나 주 법원은 적절한 venue가 아니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피고는 위의 Fourco 판결을 언급하며 자신이 1400(b)에 규정된 것처럼 델라웨어에 "reside"하고 있지 않으며, "regular and established place of business"도 델라웨어에 없다고 합니다.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배척하였고, 이에 항소를 하죠. 항소심에서 항소법원은 1391(c)에서 규정한 "reside"의 정의는 1400(b)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하며, 1391(c)에 의해 피고가 델라웨어에 reside하므로, 1400(b)에 의해서도 당연히 reside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피고는 다시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를 하게 된 것입니다.

(3)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앞서 본 것과 같이 이전 대법원 판결인 Fourco Glass Co. v. Transmirra Products 판결을 인용하며, 해당 판결에서 이미 대법원은 명백하게 1400(b)의 "reside[ence]"는 설립된 주(the state of incorporation)를 의미한다고 정의를 내렸고, 이는 미국 법인에 대해 적용된다고 하였습니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특허침해 사건의 venue는 1400(b)에 의해 결정되고, 1391(c)는 여기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또한 특허침해 소송은 아무리 regularly established place of business가 해당 주에 있다고 해도 이 주가 법인이 설립된 주가 아니면 해당 주에서 침해행위가 발생한 것을 입증하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원고인 특허권자는 소송을 할 때 (1)피고의 법인이 설립된 주에 하거나, (2) 피고 법인이 설립된 주가 아니면 침해행위가 해당 주에서 발생했고, 동시에 정규적이고 확립된(regularly established) 영업을 하는 곳에서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연방대법원

(4) 우리나라 회사의 경우
그럼 우리나라 회사의 경우를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피고가 되는 경우를 상정하면,
미국에 법인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미국 법인을 상대로 미국 법인이 소재한 주의 연방법원에 특허권자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에 법인이 없고 영업소나 대리점 정도만 있는 경우라면 위의 판결로 해결이 안 되죠. 위 판결은 미국내 법인이 있는 경우이니까요. 그러면 미국 입장에서 보면 외국법인인 한국 회사는 미국 내 법인이 없으니, 1391조의 venue에 대한 일반조항으로 돌아가게 되므로, 원고가 자신이 유리한 법원을 venue로 할 수 있게 되겠죠.

(5) 이송신청

위와 같이 미국에 법인이 없는 우리나라 회사의 경우에는 위 판결의 영향이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송신청(motion to transfer)의 여지는 있습니다. 예를 들어 ArrivalStar, Inc. v. Pilot Air Freight Corp.(2006) 사건에서 원래 이 소송은 일리노이주에서 제기되었지만, 피고인 Pilot이 venue의 부적절함을 주장하여 펜실베니아로 이송하는 등, 법원에 따라 다르지만 이송을 적절히 해 주는 법원도 많습니다. 이러한 이송 여부의 결정은 공익적인 면과 사익적인 면을 다 고려하는데, 이 기준으로 채택하고 있는 것이 길버트 요소(Gilbert Factors)입니다. 이를 보면, 사익적 요소(private interest factors)로는 (1) 증거에 대한 접근 용이성(the relative ease of access to sources of proof), (2) 증인이 출석을 보장하기 위한 강제적 프로세스의 허용성(the availability of compulsory process to secure the attendance of witnesses), (3) 자발적 증인의 출석을 위한 비용(the cost of attendance for willing witnesses) 및 (4) 소송 진행을 쉽게, 빨리, 싸게 해 주는 다른 실용적인 문제들(all other practical problems that make trial of a case easy, expeditious and inexpensive)을 고려하고, 공익적 요소(public interest factors)로는 (1) 행정적인 불편(the administrative difficulties flowing from court congestion), (2) 지역적인 이익(the local interest in having localized interests decided at home), (3) 사건에 적용되는 법에 대한 친숙성(the familiarity of the forum with the law that will govern the case), 및 (4) 법률간의 충돌문제에 대한 회피(the avoidance of unnecessary problems of conflict of laws or in the application of foreign law)를 고려합니다. 판결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TC Heartland 대법원 판결.pdf


[연방항소법원의 In Cray 판결]
위의 TC Heartland 판결에 이어, 연방항소법원(CAFC)은 2017년 9월 15일 관할과 관련된 판결을 냅니다.
이 사건은 위의 TC Heartland 대법원 판결 후에 처음으로 CAFC에서 낸 판결입니다.

1. 지방법원의 판결

2015년 원고인 Raytheon은 수퍼컴퓨터 제조사인 Cray를 상대로 자신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텍사스 동부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합니다. Cray는 이에 이송신청(motion to transfer)을 하였으나, 법원은 이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Cray의 주장은 텍사스 동부지역에서 자신은 침해행위를 하지도 않았고, 정규적이고 확립된 영업소도 없다고 하였습니다. 텍사스 동부 연방지방법원은 원고인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하고 손해액도 많이 때리는 경향이 있으니, Cray의 입장에서는 다른 법원에서 판결을 받는게 유리할 것으로 생각했겠죠. 그런데 이때 바로 위의 TC Heartland 판결이 대법원에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Cray는 '대법원 판결이 바뀌었으니, 다시 신청하면 받아들여 주겠지'라고 생각하여 대법원의 위 판결이 나온 지 10일이 지나서 다시 이송신청을 하게 되죠. 신청에서 Cray는 대법원의 새로운 기준에 의하면 1400조의 "정규적이고 확립된 영업장소(regular and established place of business)"가 있어야 하는데, 자신은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의 관할 내에 그러한 영업소가 없으니 관할위반이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그러나 Cray에게는 불행하게도, 법원이 다시 이 신청을 기각합니다. 판사(Judge Gilstrap)는 "regular and established place of business"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4가지 요소를 제시하며, 관할위반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면 판사가 제시한 4가지 요소(four factors)는 무엇이었을까요? 이는 (1) 해당 관할지역에 물리적으로 존재하는지, (2) 관할 지역에 피고의 대표자(representations)가 존재하는지, (3) 피고가 해당 관할지역으로부터 소송을 하는데 유리한지, (4) 관할지역에서 피고가 특정한 행위를 하였는지를 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판사는 텍사스 동부지역에서 Cray의 직원의 집이 있고 해당 직원이 집에서 업무를 하였으며, 집에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회사가 여러 행정적인 지원을 해 주었으므로, 정규적이고 확립된 영업소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Cray의 입장에서는 직원이 집에서 일을 하는 것이 과연 정규적이고 확립된 영업소라고 볼 수 있나라는 의문이 들었을 것이고, 따라서 항소를 하게 됩니다.

2. 항소법원의 판단

2017년 9월 21일 연방항소법원은 이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립니다. 항소법원은 "지방법원은 '고정적인 물리적인 위치가 적절한 관할에 대한 필요조건이 아니'므로, 법률문제(matter of law)에 대한 오류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지방법원 판사의 4요소 테스트는 법률 규정과 부합하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판사 Gilstrap이 제시한 테스트는 가상공간이나 전자적 통신 등의 경우에는 전혀 적용할 수 없고, 법률이 정한 부분 중 단지 "피고가 수행하는 영업활동이 물리적이고 지리적인 위치"에만 적용할 수 있게 됨을 지적한 것입니다. 이러한 피고가 정규적이고 확립된 영업소를 갖고 있는지 여부는 사실에 크게 의존하는 것이고, 어느 하나의 요소에 의해 결정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즉, 유일한 어떤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 Cray가 정규적이고 확립된 영업장소를 가지고 있다는 입증을 하지 못 한 것으로 평가하였습니다. 단지 Cray는 직원이 집에서 일을 하도록 했고, 그 직원은 자신이 원하면 언제든지 이사를 갈 수도 있으므로, 이를 정규적이고 확립된 영업장소로 볼 수 없다는 것이죠.  법원은 "만일 직원이 회사 허락이 없어도 자유롭게 자신의 집을 이사할 수 있다면, 이 직원의 집을 정규적이고 확립된 영업소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한 것입니다. 게다가 Cray는 이 직원의 집에 대해 어떠한 소유, 임대 등의 권한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항소법원이 인용한 기존의 판결은 1968년의 American Cyanamid v. Nopco Chemical Company 판결(Fourth Circuit)이었는데, 이 판결에서 법원은 "법률이 관할과 관련하여 명확하게 요구하는 것은 'the defendent has a regular and established place of business'이지 피고의 종업원이 가진 집에서 피고 회사를 위해 일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은 명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연방항소법원의 판결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Cray_2017-129_9.21.17_ORDER.pdf



[연방항소법원의 In Micron 판결]
하버드 대학은 마이크론(Micron Technology Inc.)를 상대로 메사추세츠 연방지방법원에 자신의 반도체 제조 관련 특허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이는 위 TC Heartland 대법원 판결이 있기 1년 전의 일입니다. 이에 피고인 마이크론은 2016년 8월에 기각 신청(motion to dismiss)을 하였는데, 이때는 관할 위반에 대해서는 다투지 않았습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특허사건의 관할 규정은 28 U.S.C. 1400(b)에 의하고, 특허권자는 피고의 거주지(reside)에 소송을 제기하거나 피고가 침해행위를 하고 또한 정규적이고 확립된 영업장소에 소송을 제기하여야 합니다. 위 대법원 판결에서는 거주지는 법인의 경우에는 설립지를 의미한다고 판결한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습니다.  마이크론은 델라웨어에서 설립된 법인이고, 본사의 위치는 아이다호에 있었습니다. TC Heartland 판결에 의하면 관할위반을 다툴 여지가 많죠.

소송을 하려면 적절한 관할법원에 해야 하는 것은 만국 공통입니다. 특허사건은 그 침해행위의 장소가 아주 넓을 수 있어서 더더욱 관할이 중요하죠. 보통 한국도 그렇고 독일도 그렇고 피고의 거주지나 아니면 침해행위가 일어난 곳은 모두 관할이 인정됩니다. 그런데 미국은 조금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미국 연방법 28 U.S.C.는 법원조직 및 소송절차법(Judiciary and Judical Procedure)입니다. 여기에서 관할에 대한 규정이 있는데, 28 U.S.C. 1390조에 관할에 대한 적용범위에 관한 규정이 있고요, 1391조에 일반 관할 규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특허, 저작권, 마스크 웍스, 디자인 사건은 1400조에 또 관할 규정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특허사건은 주법(state law)이 아닌 연방법(federal law)에 의해 규제되고,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야 합니다. 우리가 주로 이야기 하는 연방지방법원(federal district court)가 1심 법원이 되는 것이죠. 그런데 특허 사건의 경우 특허제품의 판매가 전국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1391조(b)에서 민사소송은 피고의 거주지 또는 침해행위가 일어난 지역 또는 재산이 있는 지역 등에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1400조에서는 피고의 거주지 또는 침해행위가 일어나고 정규적이고 확립된 영업장소가 있는 지역에서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에 많은 비실시 기업(NPE 또는 PAE)들이 텍사스로 몰려 가서 소송을 하여 비정상적으로 텍사스에 특허침해 소송이 전체 소송의 반을 차지하는 현상이 지난 수 년간 있어 왔습니다. 텍사스가 비교적 소송 진행도 빠르고, 원고인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경향이 있으며, 인정되는 손해액도 높은 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 5월 22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러한 관할 규정에 대한 해석을 어떻게 할지가 문제가 된 사건에서 새로운 판결을 내놓았습니다. 이후 몇 개의 하급심 판결이 있었는데, 여기에서는 대법원의 TC Heartland 판결과 그 이후 있었던 Cray 판결 및 InVue 판결을 차례로 살펴보고, 교훈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연방대법원의 TC Heartland 판결]


5월 22일 특허 소송 관할에 관한 연방 대법원 판결(TC Heartland v. Kraft Food Brands Group)이 나왔네요. 이와 관련하여 정리해 봅니다.

잘 아시다시피 미국은 연방국가로 주법원과 연방법원이 있습니다. 각각의 복잡한 법원이 존재하여 관할에 관한 규정이 복잡할 수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원고가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려면 해당 법원에 관할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는 미국 민사소송규칙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먼저 이에 대해 알아 봅니다.


1. 민사소송규칙

미국 민사소송규칙(FRCP)상 민사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그 법원이 사물관할(subject matter jurisdiction)이 있어야 하고, 영역적 관할권(territorial jurisdiction)을 가지면서 적절한 재판지(venue)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1) 사물관할

아시다시피 특허법은 연방법이기 때문에 federal question(연방문제) jurisdiction에 의해 주법원이 아닌 연방법원에 제기하여야 합니다. 연방법원에 전속관할인 것입니다. 이것이 사물관할(subject matter jurisdicion)입니다. 사물관할은 주 법원과 연방법원 중 어느 법원에 관할이 있는지를 다루는 문제이므로, 연방헌법 제3조 제2항에 연방법원의 권한을 제한 열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제한 열거된 권한 이외에는 주 법원의 관할이 됩니다. 주 법원의 관할과 연방법원의 관할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에는 보통 당사자에게 선택권이 있게 됩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특허, 상표, 저작권, 영업비밀 등의 지식재산권 관련 소송은 연방법원의 전속관할로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연방법원에 소를 제기하여야지 주 법원에 제기하면 관할이 없다고 각하됩니다. 이러한 사물관할은 당사자의 합의 등에 의해 변경할 수 없는 것입니다.

여튼, 사물관할의 여러가지 규정이 있지만(예를 들어 다른 주의 국민간의 소송이나 미국인과 외국인의 소송으로 소가가 75,000 달러 초과의 경우에는 연방법원 관할 등), 특허사건은 무조건 연방법원입니다.


(2) 영역적 관할(territorial jurisdiction)

영역적 관할권은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역적 한계를 의미합니다. 이는 위의 사물관할권과는 달리 당사자의 합의나 이의를 유보하지 않은 피고의 응소에 의해서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는 대인관할권(jurisdiction in personam), 대물관할권(jurisdiction in rem) 및 대인관할권의 확장인 jurisdiction quasi in rem이 있습니다. 대인관할은 그 주 안에 거주하는 사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그 주에 관할이 있다는 것이고, 대물관할은 해당 주 안의 재산을 둘러싼 소송에 대해서 그 주에 관할이 있다는 것입니다. 유사대물관할은 피고의 재산이 그 주 안에 있는데 이 재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소송이라도 원고가 해당 재산을 압류하고 소송을 개시하는 경우, 피고가 응소하는 경우 등에 인정되는 관할입니다.


(3) 재판지 또는 재판적(venue)

또한 재판지(venue)는 위의 관할(jurisdiction)이 결정되면,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으로, 연방법과 주법에 각각 규정이 있습니다. 만일 이러한 venue가 문제되어 적절한 venue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소가 각하되는 것이 아니고 적절한 법원으로 이송(transfer)됩니다. 이는 위의 관할 위반의 경우 각하되는 것과 차이가 있습니다. 이때 여러 지방 법원이 venue가 인정되면 원고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이용하여 많은 NPE들은 텍사스 동부 연방지방법원(E.D.Texas)에 절대적으로 많은 소송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판사들 및 배심원의 성향이 대체적으로 특허권자에게 유리하고, 소송결과도 특허권자의 승소율이 높은 편이고, 소송기간도 비교적 짧으며, 소송결과 손해액도 많이 인정하는 편이기 때문이죠. 이렇게 원고가 유리한 법원을 선택하는 행위를 소위 포럼쇼핑(forum shoping)이라고 하며, 이러한 현실에 대한 비판이 많이 있어 왔습니다. 원고에게 유리하고 피고에게는 불리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외국인이 원고인 경우에는 어떤 연방지방법원에 소를 제기하여도 재판지의 요건은 만족되는 것이므로, 문제가 없습니다.


(4) 특허소송의 관할 규정

법률규정을 살펴보면, 미국법 28 U.S.C. §1400(b)에서는 (1) “in the judicial district where the defendant resides,” or (2) “where the defendant has committed acts of infringement and has a regular and established place of business”로 규정하여 위의 (1) 또는 (2)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위의 법조항에서 피고의 거소(residence)를 어떻게 해석할지가 문제가 된 사건이 TC Heartland v. Kraft Food Brands Group 판결입니다. 피고가 자연인이 아니고 법인인 경우에는 많은 사무소나 영업소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러한 영업소나 사무소가 있는 어느 곳이나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되겠죠.


2. 대법원 판결

그러면 해당 대법원의 판결을 살펴 봅니다.

(1) 쟁점

법원은 28 U.S.C. §1400은 특허, 저작권, 마스크 웍스, 디자인으로 제목이 되어 있으며, 1400(b)에서 규정한 특허사건의 venue는 “Any civil action for patent infringement may be brought in the judicial district where the defendant resides, or where the defendant has committed acts of infringement and has a regular and established place of business.” 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미 대법원은 Fourco Glass Co. v. Transmirra Products Corp. 판결에서 대법원은, 1400(b)조는 미국내의 법인이 하나의 주에 "resides"하고 있는 것을 의미하며, 일반적인 venue 규정인 1391(c)에서 규정하는 더 넓은 의미의 "residence"와 마찬가지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배척한 바 있습니다. 의회는 1400(b) 규정은 위의 Fourco 판결 이후 개정한 바 없으며, 1391 조항만 두번 개정하였습니다.

1391조의 개정 내용

이제 1391(a) 및 (c)의 규정은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는한, 모든 venue에 있어서, 법인은 피고가 대인관할을 가진 법원에 "reside"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됩니다.

1391조 정리


1400조 정리


(2) 하급심 판결


원고인 Kraft는 TC Heartland(피고)를 상대로 특허침해를 이유로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소를 제기하였고, 피고는 인디애나 주법에 의해 설립되고 본사는 인디애나 주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아래 그림을 참조하세요.

소송 관련 지도

침해제품은 인디애나에서 선박으로 델라웨어로 공급되고 있었구요. 따라서 피고는 델라웨어가 아닌 인디애나주로 이송을 신청(motion to transfer) 하면서 인디애나 주 법원은 적절한 venue가 아니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피고는 위의 Fourco 판결을 언급하며 자신이 1400(b)에 규정된 것처럼 델라웨어에 "reside"하고 있지 않으며, "regular and established place of business"도 델라웨어에 없다고 합니다.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배척하였고, 이에 항소를 하죠. 항소심에서 항소법원은 1391(c)에서 규정한 "reside"의 정의는 1400(b)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하며, 1391(c)에 의해 피고가 델라웨어에 reside하므로, 1400(b)에 의해서도 당연히 reside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피고는 다시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를 하게 된 것입니다.


(3) 대법원 판결

대법원은 앞서 본 것과 같이 이전 대법원 판결인 Fourco Glass Co. v. Transmirra Products 판결을 인용하며, 해당 판결에서 이미 대법원은 명백하게 1400(b)의 "reside[ence]"는 설립된 주(the state of incorporation)를 의미한다고 정의를 내렸고, 이는 미국 법인에 대해 적용된다고 하였습니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특허침해 사건의 venue는 1400(b)에 의해 결정되고, 1391(c)는 여기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또한 특허침해 소송은 아무리 regularly established place of business가 해당 주에 있다고 해도 이 주가 법인이 설립된 주가 아니면 해당 주에서 침해행위가 발생한 것을 입증하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원고인 특허권자는 소송을 할 때 (1)피고의 법인이 설립된 주에 하거나, (2) 피고 법인이 설립된 주가 아니면 침해행위가 해당 주에서 발생했고, 동시에 정규적이고 확립된(regularly established) 영업을 하는 곳에서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연방대법원


(4) 우리나라 회사의 경우

그럼 우리나라 회사의 경우를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피고가 되는 경우를 상정하면,


미국에 법인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미국 법인을 상대로 미국 법인이 소재한 주의 연방법원에 특허권자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에 법인이 없고 영업소나 대리점 정도만 있는 경우라면 위의 판결로 해결이 안 되죠. 위 판결은 미국내 법인이 있는 경우이니까요. 그러면 미국 입장에서 보면 외국법인인 한국 회사는 미국 내 법인이 없으니, 1391조의 venue에 대한 일반조항으로 돌아가게 되므로, 원고가 자신이 유리한 법원을 venue로 할 수 있게 되겠죠.


(5) 이송신청

위와 같이 미국에 법인이 없는 우리나라 회사의 경우에는 위 판결의 영향이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송신청(motion to transfer)의 여지는 있습니다. 예를 들어 ArrivalStar, Inc. v. Pilot Air Freight Corp.(2006) 사건에서 원래 이 소송은 일리노이주에서 제기되었지만, 피고인 Pilot이 venue의 부적절함을 주장하여 펜실베니아로 이송하는 등, 법원에 따라 다르지만 이송을 적절히 해 주는 법원도 많습니다.

이러한 이송 여부의 결정은 공익적인 면과 사익적인 면을 다 고려하는데, 이 기준으로 채택하고 있는 것이 길버트 요소(Gilbert Factors)입니다. 이를 보면, 사익적 요소(private interest factors)로는 (1) 증거에 대한 접근 용이성(the relative ease of access to sources of proof), (2) 증인이 출석을 보장하기 위한 강제적 프로세스의 허용성(the availability of compulsory process to secure the attendance of witnesses), (3) 자발적 증인의 출석을 위한 비용(the cost of attendance for willing witnesses) 및 (4) 소송 진행을 쉽게, 빨리, 싸게 해 주는 다른 실용적인 문제들(all other practical problems that make trial of a case easy, expeditious and inexpensive)을 고려하고, 공익적 요소(public interest factors)로는 (1) 행정적인 불편(the administrative difficulties flowing from court congestion), (2) 지역적인 이익(the local interest in having localized interests decided at home), (3) 사건에 적용되는 법에 대한 친숙성(the familiarity of the forum with the law that will govern the case), 및 (4) 법률간의 충돌문제에 대한 회피(the avoidance of unnecessary problems of conflict of laws or in the application of foreign law)를 고려합니다.

판결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연방항소법원의 In Cray 판결]


위의 TC Heartland 판결에 이어, 연방항소법원(CAFC)은 2017년 9월 15일 관할과 관련된 판결을 냅니다.

이 사건은 위의 TC Heartland 대법원 판결 후에 처음으로 CAFC에서 낸 판결입니다.


1. 지방법원의 판결


2015년 원고인 Raytheon은 수퍼컴퓨터 제조사인 Cray를 상대로 자신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텍사스 동부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합니다. Cray는 이에 이송신청(motion to transfer)을 하였으나, 법원은 이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Cray의 주장은 텍사스 동부지역에서 자신은 침해행위를 하지도 않았고, 정규적이고 확립된 영업소도 없다고 하였습니다. 텍사스 동부 연방지방법원은 원고인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하고 손해액도 많이 때리는 경향이 있으니, Cray의 입장에서는 다른 법원에서 판결을 받는게 유리할 것으로 생각했겠죠.

그런데 이때 바로 위의 TC Heartland 판결이 대법원에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Cray는 '대법원 판결이 바뀌었으니, 다시 신청하면 받아들여 주겠지'라고 생각하여 대법원의 위 판결이 나온 지 10일이 지나서 다시 이송신청을 하게 되죠. 신청에서 Cray는 대법원의 새로운 기준에 의하면 1400조의 "정규적이고 확립된 영업장소(regular and established place of business)"가 있어야 하는데, 자신은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의 관할 내에 그러한 영업소가 없으니 관할위반이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그러나 Cray에게는 불행하게도, 법원이 다시 이 신청을 기각합니다. 판사(Judge Gilstrap)는 "regular and established place of business"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4가지 요소를 제시하며, 관할위반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면 판사가 제시한 4가지 요소(four factors)는 무엇이었을까요? 이는 (1) 해당 관할지역에 물리적으로 존재하는지, (2) 관할 지역에 피고의 대표자(representations)가 존재하는지, (3) 피고가 해당 관할지역으로부터 소송을 하는데 유리한지, (4) 관할지역에서 피고가 특정한 행위를 하였는지를 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판사는 텍사스 동부지역에서 Cray의 직원의 집이 있고 해당 직원이 집에서 업무를 하였으며, 집에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회사가 여러 행정적인 지원을 해 주었으므로, 정규적이고 확립된 영업소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Cray의 입장에서는 직원이 집에서 일을 하는 것이 과연 정규적이고 확립된 영업소라고 볼 수 있나라는 의문이 들었을 것이고, 따라서 항소를 하게 됩니다.


2. 항소법원의 판단


2017년 9월 21일 연방항소법원은 이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립니다. 항소법원은 "지방법원은 '고정적인 물리적인 위치가 적절한 관할에 대한 필요조건이 아니'므로, 법률문제(matter of law)에 대한 오류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지방법원 판사의 4요소 테스트는 법률 규정과 부합하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판사 Gilstrap이 제시한 테스트는 가상공간이나 전자적 통신 등의 경우에는 전혀 적용할 수 없고, 법률이 정한 부분 중 단지 "피고가 수행하는 영업활동이 물리적이고 지리적인 위치"에만 적용할 수 있게 됨을 지적한 것입니다. 이러한 피고가 정규적이고 확립된 영업소를 갖고 있는지 여부는 사실에 크게 의존하는 것이고, 어느 하나의 요소에 의해 결정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즉, 유일한 어떤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 Cray가 정규적이고 확립된 영업장소를 가지고 있다는 입증을 하지 못 한 것으로 평가하였습니다. 단지 Cray는 직원이 집에서 일을 하도록 했고, 그 직원은 자신이 원하면 언제든지 이사를 갈 수도 있으므로, 이를 정규적이고 확립된 영업장소로 볼 수 없다는 것이죠.  법원은 "만일 직원이 회사 허락이 없어도 자유롭게 자신의 집을 이사할 수 있다면, 이 직원의 집을 정규적이고 확립된 영업소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한 것입니다. 게다가 Cray는 이 직원의 집에 대해 어떠한 소유, 임대 등의 권한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항소법원이 인용한 기존의 판결은 1968년의 American Cyanamid v. Nopco Chemical Company 판결(Fourth Circuit)이었는데, 이 판결에서 법원은 "법률이 관할과 관련하여 명확하게 요구하는 것은 'the defendent has a regular and established place of business'이지 피고의 종업원이 가진 집에서 피고 회사를 위해 일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은 명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연방항소법원의 판결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연방항소법원의 In Micron 판결]


하버드 대학은 마이크론(Micron Technology Inc.)를 상대로 메사추세츠 연방지방법원에 자신의 반도체 제조 관련 특허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이는 위 TC Heartland 대법원 판결이 있기 1년 전의 일입니다. 이에 피고인 마이크론은 2016년 8월에 기각 신청(motion to dismiss)을 하였는데, 이때는 관할 위반에 대해서는 다투지 않았습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특허사건의 관할 규정은 28 U.S.C. 1400(b)에 의하고, 특허권자는 피고의 거주지(reside)에 소송을 제기하거나 피고가 침해행위를 하고 또한 정규적이고 확립된 영업장소에 소송을 제기하여야 합니다. 위 대법원 판결에서는 거주지는 법인의 경우에는 설립지를 의미한다고 판결한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습니다.  마이크론은 델라웨어에서 설립된 법인이고, 본사의 위치는 아이다호에 있었습니다. TC Heartland 판결에 의하면 관할위반을 다툴 여지가 많죠.


아이다호의 마이크론 본사

자, 이제 대법원 판결이 나온 상태에서 마이크론은 이송에 희망을 걸 수 있게 되었습니다. TC Heartland 판결 이후 수 백건의 진행중인 특허소송에서 관할 위반을 다투어 이송을 할 여지가 생겼으니, 왠만하면 이송신청을 하겠죠. 그런데 만일 관할위반의 여지가 있어도 피고가 이를 다투지 않고 소송을 진행하면 관할이 인정됩니다. 이는 미국민사소송규칙(FRCP) 12(h)(1)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관할위반의 항변을 포기한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FRCP 12조는 방어와 이의(Defenses and Objections)의 규정입니다. 특히 12(h)(1)에서는 처음의 기각신청(motion to dismiss)에서 관할위반 주장이 없었다면, 이 방어방법은 포기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면 마이크론은 이전에 기각신청을 하긴 했는데, 관할위반에 따른 기각신청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법원의 새로운 판결에 따라 새로이 이전에 주장하지 않았던 관할위반을 이유로 한 기각신청을 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겠죠. 이에 대한 판결이 본 항소심 판결입니다.


판결에서 항소법원은, TC Heartland 판결은 법을 바꾼 것이므로, 2017년 5월 해당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는 지방법원은 마이크론의 기각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보았습니다. 항소법원은 일반상식(common sense)에 기초해서, 마이크론이 신청을 못 하게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본 것입니다. 법원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관할위반으로 인한 기각신청을 할 수 없었고, 했더라도 신청이 기각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죠. 마이크론 입장에서는 다시 관할위반으로 인한 기각신청 내지 이송신청을 할 여지가 생긴 것입니다. 긓러나 항소법원은 해당 민사소송규칙을 적용할 수 없다고 하였지만, 기각이나 이송결정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다시 지방법원의 판단이 있을 것으로 보이니 조금 더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판결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결론 및 영향]


1. 관할에 대한 규정에서 중요한 1400(b)의 reside는 피고 법인의 설립지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법인설립이 간소하고 빠르기 때문에 법인설립이 많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서의 소송이 증가하고 있고, 이미 기존 소송이 제일 많았던 텍사스 동부연방지방법원을 월등히 추월한 상태입니다. 이후 미국 회사와의 소송의 중심은 델라웨어가 될 가능성이 많으므로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2. 한국 회사의 경우 미국에 별도의 법인이 있는 경우에는 그 법인의 설립지 또는 침해행위를 하는 동시에 정규적이고 확립된 영업소를 관할로 하는 소송이 발생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지 법인이 없는 한국회사의 경우 TC Heartland 대법원 판결에서 명시적으로 판결이 미국법인에만 적용된다고 했으므로, 정규적이고 확립된 영업소가 있든 없든 이전의 규정인 일반규정으로 돌아가서 어느 주의 관할이든 상관없이 소송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미국에 법인이 없는 한국 회사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판결에 영향이 없을 것입니다. 이후 판결의 변화나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니 향후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3. 이미 진행되고 있는 소송에서 피고가 관할 위반을 이유로 기각 내지 이송신청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러한 기각 내지 이송신청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이송신청은 많이 늘고 있으며, 법원에 따라 이송에 대한 허용 여부에 차이가 생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에 많은 소송을 하고 있던 텍사스 법원은 이송을 되도록 허용하지 않고 싶어하고, 소송이 몰리고 있는 델라웨어 같은 경우에는 이송에 관대해 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향을 잘 살펴서 대응전략을 수립하여야 할 것입니다.


4. 특허권자의 입장에서는 여러 피고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경우, 특히 NPE의 경우에는 더욱 그런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특허권자의 입장에서는 여러 피고의 법인 설립지가 서로 다르면 각각의 침해행위지와 정규/확립 영업소를 모두 입증하여야 하므로, 피곤해지게 됩니다. 따라서 여러 피고에 대한 소송이 순차적으로 다발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되면 원고인 특허권자의 입장에서는 각각의 소송에 변호사를 각각 세워야 하고, 각 법원의 규칙(local rule)에 의해 소송이 진행되어 비용 및 시간이 더 소요되는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그렇지만, 반면 피고의 입장에서는 여러 피고가 같은 특허권자로부터 순차적으로 소송이 진행되면 공동대응이 어렵게 되고, 따라서 IPR 등의 반격을 하는 것도 각개전투로 이루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5. 특허권자가 관할을 편하게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피고가 제조자일 경우 해당 제품들을 공급, 판매하는 디스트리부터나 리테일러를 상대로 소송을 하면 편해집니다. 이러한 소매상이나 유통업자(예를 들면 월마트, 베스트 바이, 스테이플스, 타겟, 토이저러스, 코스트코, 케이마트 등)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이 소송에 제조업자를 피고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쓸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이 대두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6. 우리나라 기업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방법이 있습니다. Multidistrict Litigation이라는 제도인데, 미국법 28 U.S.C. 1407조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아래의 그림은 MDL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워싱턴 DC에 있는 Judicial Panel의 홈페이지입니다.

Judicial Panel on Multidistrict Litigation

이는 각각 제기된 여러 법원의 소송이 일정 요건에 맞는 경우 이를 하나의 법원에서 증거개시절차(discovery)까지 진행하고, 공판(trial) 및 판결은 다시 원래 각각의 법원으로 다시 보내어 진행하는 제도입니다. 사실관계가 공통되고, 증인신문 같은 절차를 하나의 법원에서 하도록 하는 것이죠. 법률규정에서 보면, 특허권자입장에서는 공통된 사실 및 법률문제를 가진 소송을 빠르고 일거에 해결할 수 있어서 비용면에서도 절감이 되고, 자신이 원하는 관할법원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선호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피고의 입장에서는 불리할 수 있는데, 유리할 수도 있는 부분은 하나의 피고가 같은 특허에 대해 여러 소송을 당하는 경우 이를 신청하여 허용되면 같은 특허를 한번에 무효라고 다툴 수 있는 유리한 점도 있습니다. 이때 특허가 패밀리 특허라도 인정됩니다. 아래는 MDL 절차를 나타낸 그림입니다.

MDL 절차 flow ch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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